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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터벅은 둘을 제외한 세상을 등지는 건데앱에서 작성
ㅇㅇ
24-02-29 11:52
그래서 한 명의 마음이 변하면 남은 하나는 상대한테만 버려지는 게 아니라 온 세상한테 버려지는 거란 게 너무 존맛이다
그래서 고든맛켄유로 기억상실 클리셰 보고 싶음..ㅋㅋㅋ큐ㅠ 어느 날 맛켄유의 기억에서 고든과 사귀게 된 것과 관련된 기억만 사라지는 거임. 고든이 동생이란 것도 알고 어릴 때의 추억은 물론이고 최근의 일들도 다 아는데 둘이 연인이 되었다는 기억만 없고 정상적으로 뒤틀린 기억만 남은 거지.
예를 들면 둘이 같은 방 쓰는 건 알지만 그렇게 하기로 한 게 그냥 작업실이랑 옷방이랑 등등 나누다보니 침실 배치가 애매해서 그랬다고 기억한다든지, 기념일에 갔던 식당은 다른 이유로 갔거나 다른 사람이랑 갔다고 기억한다든지.. 그밖에 연인으로서 한 행동은 당연히 다 기억하지 못했음. 손잡는 것부터 잠자리까지.. 처음엔 당연히 맛켄의 기억에 이상이 생긴 걸 둘 다 몰랐는데 고든이 조금씩 눈치 채는 거 보고싶다.
잠에서 깨는 형을 옆에 누워서 턱 괴고 가만히 지켜보는데 형이 눈 뜨더니 ‘굿모닝’ 하면서 뽀뽀해주는 게 아니라 약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겠지. 그러곤 “너 더 자게?” 하더니 그냥 쓱 일어나서 씻으러 들어갔음. 이상한 위화감이 드는 표정과 몸짓에 고든은 처음엔 형이 컨디션이 안 좋은가 생각했겠지.
씻고 나와서 아침식사를 하면서도 위화감은 계속됐음. 테이블에서 발장난을 한다든지 이유없이 손을 잡는다든지 뜬금없이 윙크를 날린다든지 하는 평소의 귀여운 장난이 한번도 없었음. 그것만 제외하면 딱히 컨디션이나 기분이 안 좋아 보이진 않는다는 게 더 이상했어.
“맛켄, 오늘.. 컨디션 괜찮아?”
“왜? 괜찮은데?”
“아니.. 좀.. 아니야.”
형의 애정과 오랜 연인의 애정의 차이는 겉보기에는 크지 않아서 고든은 이유 모를 불안을 느끼면서도 별다른 생각을 하진 못했음. 집을 나서는 맛켄유에게 키스를 하려고 얼굴을 내밀었다가 형이 놀란 얼굴로 뒤로 물러나며 “..뭐야?”라고 하기 전까지는. 맛켄은 이내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으며 “왜 다시 애기가 됐어? 이렇게 커 가지곤.” 하고 손을 뻗어 고든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집을 나섰음. 현관에 남겨진 고든은 상황파악을 하려고 한참 그 자리에 서 있었어.
형이 나를 밀어내고 있다.
그렇게 밖에 생각이 안 들었어. 매일 버릇처럼 하던 키스야. 다른 사람이 옆에 있지 않은 한 둘 중 한명이 집에서 배웅할 때는 무조건 하던 키스인데.. 왜 다시 애가 됐냐니, 형은 마치 누가 옆에 있어서 관계를 숨겨야 할 때처럼 말했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제 하루를, 지난 주 전체를, 둘이 연인으로 지낸 지난 몇 년을 통틀어 곰곰이 생각해봐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그 어느 때와도 달랐음. 그리 많지 않았던 둘의 다툼 동안에도, 둘 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마주칠 일이 전혀 없던 시기에도 지금 같은 기분이 든 적은 없었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고든은 불안감에 입술을 깨물었어.
저녁 때 집에 돌아온 맛켄유와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고든만의 긴장감은 계속됐음. 형은 여전히 둘 사이에 벽이 있는 것처럼 행동했어. 쇼파의 한 구석에 푹 박혀 앉아서 고든이 옆에 앉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화면만 바라보며 간헐적으로 웃었지. 그런 맛켄유에게 평소처럼 스킨십을 하는 건 그 자체로 도전이었어. 자신이 왜 이 정도로 망설이는지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한 채로, 고든은 한 손을 뻗어 형의 손등을 건드렸음.
형의 몸을 만지며 행복이나 흥분감이 아닌, 두려움에 몸이 떨려오는 건 처음이었을 거야.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형의 손등 위로 손을 겹쳐 잡는데, 예상치 못한 말이 들렸음.
“왜?”
“..어?”
“손, 왜?”
“왜냐니..”
“손 시려워?”
우리가 손을 잡는 데 이유가 필요해?
그 말이 왜인지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음. 고든이 굳어있는 동안 맛켄유는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을 하고 고든의 손에서 제 손을 빼내곤 다시 텔레비전 화면에 집중했어. 예능 방송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맞춰 형은 웃었고, 그 명백한 거부에 고든의 심장은 내려앉아 쿵쿵대며 뛰기 시작했어.
고든이 둘의 마지막을 진지하게 상상해보려고 시도한 적은 있었겠지. 그럴 리 없겠지만 형의 마음이 변한다든가, 아니면.. 절대 그럴 리 없겠지만 자신의 마음이 변한다든가.. 상상만으로도 아팠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며,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생각할 순 없었음. 어느 연인이나 그러하듯, 마지막은 오기 직전까지도 알 수 없는 거였으니까.
둘은 절대 사진을 남기지 않았어. 그러니까, 둘이 형제 이상의 사이라는 걸 추측할 수 있는 건 어떤 것도 남기지 않았지. 사진이나 물건에 애착을 갖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가능했던 거지만 그런 개인적인 성향보다는 둘의 직업과 그에 따른 위험 때문에 철저하게 지켰던 거였음.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만큼 흔적을 남기지 않았단 것은 곧, 둘의 마음을 증명할 건 둘의 마음 뿐이라는 걸 의미했어. 그러니 둘 중 한명의 마음이 변한다면 그 관계가 존재했단 건 둘의 마음 속에만 남는 거였지.
형은 우리를 그렇게 끝내려는 건가? 이렇게 비겁한 방식으로?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이 피어올랐어. 형, 우리 헤어지는 거야? 나랑 헤어지려는 거야? 우리가 헤어질 수가 있는 거야? 하지만 차마 물어볼 수는 없었어.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올까봐.
아니야. 그냥 스킨십 하기가 싫은 날이 있을 수 있겠지. 내가 착각한 거겠지. 직접 말을 한 것도 아니잖아. 형이라면 말을 해 줄거야. 하지만 틀어놨던 방송이 끝나고 부엌으로 사라졌다가 돌아온 맛켄유의 말은 다시 고든의 희망을 빼앗아갔음.
“고든.. 우리 침실 같이 쓰는 거 말이야.”
맛켄유는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음. 평소였다면 또 무슨 귀여운 말을 할지 기대하며 바라봤겠지만 오늘은 달랐어.
“너도 나도 프라이버시가 있으니까.. 음.. 내가 작업실로 옮길게.”
“...방 따로 쓰자고?”
“아, 네가 불편한 건 아닌데.. 애초에 방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이 나이에 형제가 같은 방을 쓰는 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형은 둘이 단순한 형제인 것처럼 말하고 있었음. 그 외에 다른 감정은 없다는 것처럼.
“...이 나이에..라고?”
“그, 그렇게 싫어?”
고든은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물어봐야 했어.
“형 오늘 누구 만났어?”
“..어?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이야.”
“아니면 어제야? 어디서 뭘 듣고 온 거야.”
“갑자기 뭐라는 거야.”
“그러면 정말 형 생각이야?”
자기도 모르게 흥분한 고든은 인상을 쓴 채 소리치듯 물었음. 맛켄유는 당황해 눈치를 보면서도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말했어.
“무섭게 왜 이래.. 방 따로 쓰자는 게 이렇게 화낼 일이야?”
“...그럼 아니야?”
목소리가 갈라져나왔어. 고든은 상처 받은 표정으로 맛켄유를 바라봤음. 상처 받을 수밖에 없었지. 애초에 침실을 같이 쓰자는 것도 형이 제안한 거였으니까. 형은 직접 말하지 않고 이렇게 관계를 정리할 생각인 것처럼 보였어. 원래 그랬어야 했었던 관계로. 일반적인, 평범한 형제로. 동생과 사랑을 나누는 건 그저 어린 날의 실수였던 것처럼.. 그 결정에 고든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고든은 그 날 조용히, 혼자서 이별을 겪었음. 둘의 이별이었지만 영향을 받는 사람은 고든 뿐인 것 같았어. 수 년의 사랑은 맺음말 하나 없이 끝났음.
체력 딸리니까 zip해서 고든이 그렇게 혼자 무너져내리고 아파하고 있는데 원인은 몰라도 현상은 파악한 맛켄유가 요즘 왜 그러냐 해서 참다못한 고든이 말하면 좋겠다. 우리 무슨 관계냐고. 왜 나 밀어내냐고. 왜 모르는 척 하냐고..
당연히 맛켄유 기억 못함. 잊어버린 기억과 관련된 자극을 한 번도 받지 못했으니 기억이 돌아올 기회도 없었음. 고든은 형이 끝까지 연기하고 모르는 척 하는 거라 생각하고 배신감 느끼는데 맛켄유가 울면서 고백하면 좋겠다. 형 놀리지 말라고. 네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는데 이런식으로 사람 마음 가지고 장난치면 안 되는 거라고ㅠㅠ
그러니까 결국 기억상실 걸려봤자 사귀기 전에도 고든한테 그런 마음 갖고 있던 맛켄유라서 동생이랑 같은 방 쓰고 그런게 (자기 입장에서는) 갑자기 신경쓰였던 거임. 근데 동생은 요즘 표정이 너무 안 좋지, 자기를 갑자기 못마땅하게 보는 것 같지, 내가 뭘 잘못했나 혼자 생각하다가 날 잡고 요즘 왜 그러냐 진지하게 물어보니까 왜 자기를 밀어내냐니.. 맛켄유도 억울했음. 마음 들키면 같이 사는 사이에 불편해질까봐 자기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동생이 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고.. 언제 들킨 건지도 모르겠고.. 근데 쟤도 많이 힘들어보여서 그것도 마음 아프고...
어쨌든 그래서 기억이 뒤죽박죽 된거라는 거 둘 다 깨닫고 예전 기억도 찾고 다시 시작한다는 그런 거 보고싶었음. 맛켄유 기억 없어진 거 엄청 억울해하면 좋겠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n년 만난 건데 기억이 하나도 안나ㅋㅋ큐ㅠㅠㅠ 기억 찾으려고 연애 초기부터 해왔던 거 하나씩 다 해보면서 사진도 남기고 기념물도 남기고 일부러 더 그러면 좋겠다 여전히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할 건 아니지만 둘이 보면서 기억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ㅇㅇ
급마무리ㅁㅇ 그래도 끝은 행복한 게 좋다ㅋㅋㅋ
고든맛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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