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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갓 우인단 세 친구와 라이오슬리에 대한 망상 썰앱에서 작성
ㅇㅇ
23-12-07 16:08
*시점은 폰타인 4막 이후 ~ 5막 시작 전. 폰타인 메인스토리에 대한 스포있음
*언급없이 5막 물 위에서 짜잔하고 잘 지내는 벽난로의 집 친구들 상황이 매끄럽지가 않은거같다고 생각한 끝에 쓰는 망상글임
*캐해 다를 수 있음 주의
"잠시만 세 명 모두~ 이야기하던 중에 미안하지만 공작님이 잠시 보자고 하시니까 집무실로 가봐~
프레미네씨는 아직 너무 무리해서 움직이지 말도록 해~?"
"네... 고마워요..."
밝은 얼굴로 도란도란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셋에게 시그윈이 웃으며 다가와 라이오슬리의 말을 전했다.
시그윈이 의무실을 나가자 방금까지 이야기를 나눌 때와는 달리 가라앉은 표정이 된 셋은 서로를 바라보며 더 가깝게 모여 앉아 수군거렸다.
"무슨 일로 부르는 걸까..."
"글쎄, 라이오슬리의 생각은 나도 영 종잡을 수가 없어.
어쩌면, 이번 일에 대한 어떤... 대가를 요구를 하려는 걸지도 모르지."
"저... 리니... 리넷... 이제 슬슬 가야 하지 않을까..."
"그래, 음... 가보는 수밖에."
의무실을 나와 집무실로 향하는 길,
어쩐지 점점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기분 탓이겠거니. 셋은 긴장한 채 한동안 집무실 문 앞을 서성였다.
이윽고, 리니가 문 앞에 바짝 붙어 고개를 끄덕이자 리넷과 프레미네도 마음의 준비를 마친 듯 두 눈을 천천히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집무실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 채, 자신이 부른 세명을 말없이 바라보던 라이오슬리는 맹수를 마주친 토끼처럼 움츠러들어 어물쩍 서있는 셋을 향해 말을 건넸다.
"어서 와, 다들 옆 테이블에 가서 앉도록 해."
"... 와아."
"이건..."
".....?"
동시에 옆을 바라본 세명의 시선 끝에는 먹음직스러운 디저트가 놓인 푸짐한 한 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벙벙한 표정이 된 셋을 지나쳐 먼저 테이블 앞에 앉은 라이오슬리는 혼자서 빈 찻잔에 차를 따라 마시며 티타임을 시작하려는 듯했다.
그런 라이오슬리를 바라보다 멀뚱히 서로를 쳐다보던 그들은 다소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침묵을 유지했다.
"프레미네, 몸은 이제 괜찮나?"
"... 네... 이제 괜찮아요..."
먼저 침묵을 깨고 말문을 연 것은 역시 라이오슬리였다.
프레미네는 이 상황 자체가 불편한 듯 온몸을 이리저리 꼬며 대답하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다행이네, 혹시 모르니까 물 위에 가서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아."
"... 대체 무슨 꿍꿍이지?"
프레미네가 반응하기도 전에 리니가 신경질적으로 대화를 가로채며 물었다.
입 가까이 찻잔을 대던 라이오슬리는 손을 잠시 멈추고 리니를 향해 대답했다.
"꿍꿍이? 그냥 '평범한' 티타임이나 가지면서 이야기 좀 나눌까 하고 부른 거니까, 그런 험악한 표정을 하고 있을 필요는 없어.
아, 리넷은 어제 마셨겠지만 괜찮으면 오늘도 같은 걸 마시는 게 어때?"
"... 응, 알겠어."
라이오슬리는 각자의 앞에 놓인 빈 찻잔에 차를 따라주며 '디저트는 알아서 골라가—'라고 말했다. 세 개의 층이 전부 꽉 들어찬 디저트 타워는 폰타인의 정석적인 방식으로, 꽤나 공들인 티가 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화려한 디저트 타워를 향해 마음 놓고 달려 들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시금 라이오슬리는 혼자 차를 훌쩍였고 그 동안 세 사람은 차 마시는 소리만 가득한 숨막히는 신경전을 견뎌야 했다.
그러다 대뜸 라이오슬리는 본인이 만든 이 불편한 상황에 속에서 꺼림칙하도록 태연하게 말을 걸었다.
"다들, 입맛이 없나 봐. 일부러 시간 내서 직접 공수해 온 디저트들인데... 평소에 그냥 구하려면 아주 오래 줄을 서야 한다고?"
"흥, 우리를 부른 목적이 정말로 평범한 티타임은 아닐 테지.
목적을 말해, 라이오슬리.
우리에게서 우인단에 대한 정보라도 빼낼 심산이라면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참 급하네... 리니.
자꾸 그런 식으로 굴면 대화를 위해 [평범한 티타임]이 아닌 다른 선택지를 고를 수밖에 없는데, 아끼는 두 동생들과 굳이 그 길을 걷고 싶나?"
"...... 큿"
차갑게 몰아붙이는 라이오슬리에게 기가 한풀 꺾인 리니는 어금니를 깨물며 노려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라이오슬리는 그런 리니를 앞에 두고도 별 일 아닌 듯 내버려 둔 채 차를 음미했다.
리니는 불안했다.
라이오슬리가 [평범한 티타임]을 모방하며 서로가 얼굴을 맞대고 앉아있는 이 상황은... 처음부터 평범한 티타임과는 거리가 멀었다.
메로피드 요새의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공작 아래에서 그가 일련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오직 그의 판단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열정적으로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닌 셋을 향해 치욕적인 사죄나 무거운 보상, 혹은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리니는
이미 자신을 농락한 이력이 있는 라이오슬리가 이번엔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을 압박해 올지 몰라 부정적인 생각이 깊어져만 갔다.
"음, 역시 이 차, 맛이 좋네."
리넷이 라이오슬리가 따라내어 앞에 밀어둔 차에 입을 대자 리니와 프레미네가 둥그렇게 놀란 눈으로 리넷을 바라보았다.
리넷은 한 모금 더 차를 들이켜고 나서야 리니를 향해 고개를 돌려 말했다.
"저 사람 말대로 해 오빠.
지금 우리의 목줄을 잡고 있는 건 저 사람이니까... 이렇게 온화한 방식을 골랐을 때 그에 맞게 어울려줘야 하는 거겠지."
"리넷..."
리니는 언뜻 덤덤하게 행동하고 있는 리넷을 바라보다 찻잔을 내려놓는 그녀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리니가 떨리는 리넷의 손을 포개어 잡자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듯 둘의 눈동자는 같은 빛으로 흔들렸다.
"리넷은 참 똑똑하네. 이참에 셋의 리더를 리넷으로 바꿔보는 건 어때?"
"방금 그 말, 오빠의 화를 돋구기 위한 거라면 정말 적절한 말이었어."
"리넷...!"
"걱정하지 마 오빠.
난... 우리의 리더는 역시 오빠 이외엔 없다고 생각하니까."
"... 나도 그렇게 생각해. 리니..."
"리넷... 프레미네..."
리넷이 리니가 포갠 손에 다른 한 손을 더해 맞잡았다. 프레미네도 리니의 반대쪽 빈 손을 잡고 살며시 웃어 보였다.
양손이 붙잡힌 리니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맺힐 것 같은 표정으로 리넷과 프레미네를 번갈아 바라보며 조금은 풀린 표정이 되어 미소 지었다.
"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깨서 미안하지만 이쯤에서 질문 하나만 할게.
너희들은... 너희의 '진짜 리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진짜 리더...? 『아버지』를 말하는 건가?"
라이오슬리가 '아를레키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세 사람의 주변 공기가 차갑게 내려앉아 다시금 얼어붙어 대치상태가 되었다.
리니는 맞잡은 리넷과 프레미네의 두 손을 더욱 강하게 움켜쥐며 라이오슬리를 향해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원하는 거야!"
"말 그대로 아를레키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냐는 말이지."
라이오슬리는 찻잔을 내려놓고 소파에 반쯤 눕듯이 기대어 손을 흔들거리며 말했다.
도발의 의도가 다분한 그의 모습에 리니는 흥분하여 튀어 오르듯 답했다.
"하! 그렇게 듣길 원한다면 말해주지.
우리에게 『아버지』는 그야말로 절대적인 분이셔. 『아버지』의 예측, 판단력, 강인한 힘... 우린 『아버지』의 모든 것을 신뢰하지.
『아버지』 또한 우리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계시고."
"그런 대—단한 사람이 메로피드 요새에 달랑 애들 셋만 보낸 건 정말 정상적인 판단이었나?"
찡그린 표정과 함께 고압적인 자세로 다리를 꼬아 앉아 되묻는 라이오슬리에게 리니도 지지 않겠다는 듯 팔짱을 끼고 날카롭게 응수했다.
"이곳으로 우릴 보내시기 전, 『아버지』는 '가장 우수한 너희 셋에게 메로피드 요새의 일을 믿고 맡기겠다'라고 하셨어.
[메로피드 요새]가 얼마나 대단하든, 우리가 그 안에서 무사히 임무를 마칠 수 있다고 판단하셨다는 거지.
『아버지』가 내린 결정은 절대 틀리지 않아.
『아버지』의 말을 따르기만 한다면, 우린 그분이 보셨던 '틀리지 않는 미래'를 실현시켜 드릴 수 있어."
리니는 라이오슬리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강한 기세를 굽히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프레미네도 옆에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고 있었다.
불쾌한 질문을 받았다는 듯 한껏 날이 선 리니의 태도엔 관심을 주지 않고,
라이오슬리는 '정말 멋진 신뢰관계로군 그래—'라 말하며 수정 소라 케이크 한 덩이를 집어 베어 물었다.
"『아버지』는 '가끔은 어른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 있다고 하셨어. 그래서 우리 같은 '아이들'이 필요한 거라고도 하셨고...
『아버지』가 필요로 하신다면 우린 메로피드 요새든 계시 판결 장치의 밑바닥이든... 갈 수 있어."
리넷이 담담한 표정 속 보랏빛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라이오슬리는 별안간 한숨을 쉬더니 먹던 수정 소라 케이크를 내려놓고 남아있던 차를 단숨에 털어 넣었다.
"그게 너희들의 '진짜 리더'에 대한 생각인가..."
뭐, 맹목적으로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게 나쁘다곤 할 수 없는 거지만 자신의 운명을 타인에 손에 완전히 넘겨버리는 건 상당히 위험한 일이지.
그 '완벽한 판단' 덕분에 하마터면 너희가 폰타인 바닷물과 하나가 될 뻔한 상황에 던져졌던 것처럼 말이야."
"라이오슬리... 단순히 우리 앞에서 『아버지』를 욕보이는 게 목적인 거야?"
"미안, 그렇게 들렸나? 그냥 아를레키노와 내가 생각하는 '훈육방식'에 대한 견해가 너무 다른 것 같아서 해 본 말이었어."
여전히 자신들을 어린애 취급하듯 구는 라이오슬리의 말에 리니는 적잖이 열이 오른 듯 얕게 몸을 떨었다.
리넷과 프레미네도 아를레키노에 대해 더 이상의 불편한 언행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라이오슬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셋에게 라이오슬리는 '훗—' 가볍게 코웃음을 친 뒤 다소 경직됐던 자세를 풀며 말했다.
"이 이야기는 이제 됐어, 본론을 말하지.
너희들을 내일 중으로 메로피드 요새에서 출소시킬 거야.
아, 정확히 말하면 애초에 범죄자가 아니었으니 '추방'이라고 해야하려나?"
"추방... 이요...?"
무언가 무서운 상상을 한 듯 한 프레미네의 목소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그래, 여긴 범죄자들이 모이는 곳이니까, 범죄자가 아닌데 숨어든 외부인은 '추방'당해야 마땅하지.
멜모니아궁 쪽 사람이 각 지갑의 소유자 확인이 끝나는 대로 너희를 내보낼 거야.
아를레키노가 너흴 빼 낼 구실은 이미 여러 개 마련해 뒀겠지만,
안 그래도 지금 원시 모태 바닷물 때문에 난장판이 되어버려서 골치 아픈데 너희가 다시 말썽이라도 일으키면 그땐, 내가 정말 난감해지거든."
"라이오슬리...
역시, 다 알고 있었군..."
"왜? 너희들도 어서 이 모든 일을 너희를 믿고 기다리는 『아버지』에게 한시라도 빨리 보고하고 싶을 거 아냐?
메로피드 요새에서의 규칙적인 생활이 아주 마음에 들었어도 너희는 너희의 할 일을 마저 해야지."
혼자만 비어버린 찻잔에 다시 차를 따르며 애먼 농담을 하는 라이오슬리를 향해 셋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진저리를 치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니까, 각자 짐 잘 챙기고 조심히 가.
이 자리에서 출소 수속은 밟은 거로 칠 거니까 다시 날 찾아 올 필요 없어."
"이 자리의 진짜 목적은... 이거였군?"
"정말 악취미가 따로 없네."
내려놓았던 수정 소라 케이크를 다시 집어먹으며 능청을 떠는 라이오슬리를 보고 리니와 리넷이 동시에 눈을 흘기며 속닥였다.
"사람은 언제나 취미를 가지고 있어야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법이지, 안 그래?"
"... 그런 시답잖은 농담을 계속할 거면 우린 이만 가보겠어.
보아하니 우리에게 볼 일은 이제 끝난 것 같으니까 말이야."
진절머리가 난 듯 리니가 진이 다 빠진 목소리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래, 남은 차가 아쉬운 게 아니라면 이만 가 봐.
아참, 프레미네는 메로피드 요새 여기저기에 숨겨둔 뚱뚱한 새 모형 기계들을 잘 챙겨가도록 해.
기껏 귀엽게 만들었는데... 여기 남겨서 '폐기처분' 되어버리면 너무 아깝잖아."
"..... 앗, 으음...
네, 알겠어요..."
프레미네는 무언가에 몸을 찔리기라도 한 듯 크게 움찔하더니 당황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펭귄모양 감시 카메라'를 남겨두고 가면 가차 없이 부숴버리겠다는 말은 프레미네의 심장박동을 최대로 올리기에 충분했다.
리니는 콩닥이는 가슴을 짚으며 고개를 숙이는 프레미네의 어깨를 토닥여주다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 가자, 얘들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프레미네는 자리에서 튀어 오르듯 일어나 잠시 망설이더니 가볍게 머리를 한번 숙이고 문을 향해 뛰어갔다.
리넷은 테이블 위 커피 바바루아를 줄곧 쳐다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며 프레미네를 따라 천천히 걸어 나갔다.
"다들, 잘 가."
"......"
리니는 무언가 더 할 말이 있는 듯 라이오슬리를 쳐다보다 몸을 돌려 기다리는 둘을 향해 걸어가며 계단을 내려갔다.
라이오슬리는 떠나가는 셋을 바라보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자 조용히 얕은 한숨을 내뱉었다.
-
적막해진 집무실 안,
시간이 꽤나 흘렀음에도 라이오슬리는 여전히 테이블 앞에 앉아 세 명이 거의 손대지 않은 삼단의 디저트 타워를 바라보고 있었다.
멍하니 찻잔에 남겨진 차를 바라보다 결심한 듯 차를 입안으로 밀어 넣은 라이오슬리의 눈에 알 수 없는 싸늘함이 묻어 나왔다.
"우인단이라는 집단은 정말... 상대하고 싶은 기분이 안든단 말이지.
발이 다쳐 우는 아이들에게 가시덤불을 걸어 나오면 신발을 선물로 주겠다고 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말이야..."
차갑게 식은 차를 억지로 털어 마신 탓에 쓴맛이 올라왔는지 라이오슬리는 표정을 구기며 중얼거렸다.
쓴맛을 억누르려 달디 단 마카롱을 으깨먹었지만
어쩐지, 기대하던 단 맛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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