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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저랑 하고 싶죠?”앱에서 작성
ㅇㅇ
23-12-10 02:58
전편: https://hygall.com/575359133
ㄴㅈㅈㅇ ㅋㅂㅈㅇ
“전망 죽이네….”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터라 통유리창에는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멀찍이서 보는 건데도 뉴욕 전경이 다 보였다.
“이렇게 보니까 예쁘네. 고생할 때는 뭐 이렇게 못생겼나 생각했는데.”
허니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공부도 힘들고 일도 힘든데 그 둘을 병행하며 심지어 잘하기까지 해야 하는 건 더 힘들었다. 그러니 좋은 기억이 생겨? 그렇다고 뉴욕에서 좋은 기억이 하나도 없냐고 하면 또 그건 아니었지만. 한참을 생각해야 겨우 몇 개 나오는 좋은 기억을 바닥까지 박박 긁던 허니는 문득 느껴지는 인기척에 뒤를 돌았다.
“…어디 좋은 데 가시나 봐요.”
편한 차림이었던 아까와는 달리 파티라도 가려는 건지 톰포드 쓰리피스 투버튼 슈트를 걸친 토니가 서 있었다.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진짜 잘생기기는 했다. 허니는 자기도 모르게 노골적으로 토니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사진 찍어 줘?”
“네, 이왕이면 인화해서 싸인도 해 주세요. 이베이에 팔게.”
심드렁한 허니의 반응에 토니의 눈썹이 삐죽였다.
“택배가 하나 올 건데.”
“네.”
“받으라고.”
“부탁이에요?”
“부탁으로 들렸어? 이상하군. 분명 반대에 가까웠을 텐데.”
“네, 그래서 되물어본 건데요. 맞게 들었나 싶어서.”
“내가 누구한테, 그것도 너한테 부탁할 입장인가?”
존나 싸가지는 없지만 일단 아니기는 했다. 집 주인은 토니 스타크고 허니는 무일푼으로 그의 펜트하우스에 빌붙은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매칭 가이드기는 했지만 아직 가이딩을 해 준 것도 아니고, 그가 허니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아니었고. 물론 본인이 필요하다고는 했지만.
“되게 중요한 건가 봐요. 꼭 사람한테 받으라고 하시고. 저 없을 때는 자비스한테 시켰을 거면서.”
“받는 사람에 따라서는 뭐, 그럴 수도 있겠지. 그리고 자비스는 오늘 바빠.”
네, 그러시겠죠. 허니는 속으로 빈정댔다. 토니는 허니가 택배를 받겠노라 하지도 않았는데 그럼 이만, 하며 펜트하우스를 나갔다. 물론 받을 생각이기는 했지만 조금 열이 받은 허니 비는 택배를 확인해 별로 비싼 게 아니라면 발로 몇 대 차 주리라 다짐했다.
“대체 이 인간은 뭘까….”
아쉽게도 허니는 도착한 택배를 발로 찰 수 없었다. 비싸서 그랬다면 덜 억울했을 텐데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황당해서. 그도 그럴 게 도착한 것은 허니의 월세방에 있던 짐들이었다. 이걸 어떻게? 라고 순진한 소리를 하기에는 밀린 월세 다 갚기 전에는 절대 찾으러 올 생각 말라며 으름장을 놓은 집주인이었고, 그 전화를 받을 때 토니 스타크가 앞에 있었고, 집주인이 하도 소리를 질러서 아마 밖에 다 들렸을 거고. 너무나 명백한 상황에 허니는 토니 스타크가 뭘 어떻게 해서 이걸 택배로 받았는지 모른 척할 수도 없었다.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따갑기만 했던 토니 스타크의 눈빛을 떠올리자 더욱 더 황당했다. 이 아저씨 대체 뭔데….
“혹시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말 아세요?”
“…다짜고짜 왜 이래? 밑에 내 경호원 아직 있어.”
정말 다짜고짜 물은 거긴 했다. 방금 펜트하우스에 들어온 토니를 붙잡고 한 말이라서. 들어오자마자 눈이 마주쳤지만 바로 눈길을 거두고 방으로 들어가려 하길래 허니는 얼른 몸으로 토니의 가는 길을 막아섰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약간의 실수로 너무 가깝게 서는 바람에 토니와 부딪칠 뻔했지만. 토니 스타크는 눈이 참 컸다. 그래서 눈빛에 담긴 감정이 더 적나라하게 느껴졌는데, 지금 느껴지는 건 귀찮음? 아니다, 짜증에 가까웠다. 보통 이럴 때 토니의 지인들은 그의 신랄한 입담과 넘치는 재력으로 인한 피해를 충분히 맛봤고, 더는 피곤해지기 싫어 그를 내버려뒀다. 하지만 허니는 그의 지인도, 그를 잘 아는 사람도 아니었다.
“좀 비키지 그래? 퍼스널 스페이스 몰라? 너희 나라에서 중요하게 가르치는 게 그거 아닌가? 예의.”
“대답하면 예의 있게 비켜 드릴게요.”
“뭘?”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한국에서 쓰이는 말이에요. 똑똑하니까 맞혀 보세요.”
“맞히기는 뭘 맞혀? 말도 안 되는 말인데. 영어에 소질이 없는 편인가? 그러면 안 될 전공인 걸로 아는데.”
“비꼬지 말고 해석해 봐요.”
“해석할 게 없잖아. 따뜻한데 차갑다는 게 말이 되나?”
“아저씨 같잖아요.”
“뭐?”
“따뜻한데 차갑게 구신다고요, 저한테. 왜 그렇게 솔직하지 못해요? 제 월세 대신 내 주시고 짐 찾아 주셨잖아요. 근데 감사 인사도 못 드리게 나쁘게 구시냐고요, 왜.”
이쯤되자 토니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듯 허니를 피해 방으로 들어가려고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허니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몸으로 막아서며 토니의 팔을 잡았다. 그 팔에 잡히자마자 토니는 우뚝 멈춰서서 허니를 무섭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첫째, 마음에 들고 말고 그런 종류로 생각해 본 적도 없어. 넌 나에게 그런 카테고리의 고려 대상도 아니야. 둘째, 난 누구에게나 이렇게 말해. 셋째, 고로 너는 나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어. 넷째, 손 떼. 지금 당장.”
“…와, 말도 안 돼. 아저씨 진짜로.”
“손 떼라고. 경고하는데 지금 안 떼면,”
“진짜로 바보네요, 토니.”
뭔가를 알아차린 것 같은 표정을 마주하자 토니는 답지 않게 쏘아대던 입을 다물었다.
“이걸 어떻게 지금까지 참고 있었어요?”
그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허니는 토니의 형질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허니는 가이드로 발현하자마자 스쳐 지나가는 센티넬들에게서도 각자의 형질과 그 안에 서린 감정을 대충 느낄 수 있었다. 가이드는 원래 이런 거냐고 묻자, 등급이 높아서 그런 거라고. 아마 매칭 센티넬을 만나면 더욱 더 잘 알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직원의 친절했던 설명과는 다르게 토니에게서는 센티넬의 형질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허니는 이제까지 토니의 형질도, 하다못해 기분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방금 손을 댄 순간, 허니는 거짓말처럼 그 모든 걸 알게 됐다. 토니가 자력으로 그 모든 걸 틀어막고 있었다는 것을. 단 한 톨도 새어나가지 않게.
“아저씨 저랑 하고 싶죠?”
그가 스스로 세워 둔 벽 안에서 그의 형질이 거칠게 저항하고 있었다. 허니가 손을 댔을 때 토니는 자기도 모르게 방심했고, 덕분에 그 벽에 작은 구멍이 생겨 버렸다. 거기서 새어나오는 형질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토니 스타크는 허니 비가 필요한 수준이 아니었다. 닿지 못해 죽기 직전이었다.
입은 싫다고 하지만 몸은 솔직하군의 정석
토니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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