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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오비완이 청부살인업자+카페사장 아나킨과 엮이는 영픽 번역(1-2)앱에서 작성

ㅇㅇ 24-03-31 19:02
조회 532 추천 1 댓글 0


 



(1-1) https://hygall.com/589193268 - 짹으로 번역 허락 받음. 작가님 개인적인 이야기는 지웠다. - 현대 AU - 의역 많음, 심각한 오역 및 맞춤법 지적 감사 a dark alley, a bad idea Chapter 1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아나킨에게 우산을 돌려줘야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 오비완은 크리스마스 스웨터와 결혼사진 앨범을 커다란 상자에 담으면서 이 상자를 통째로 자선 가계에 기부하거나 완전히 불태워버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오비완은 상자를 들고 복도까지 영토를 넓힌 신발더미를 발로 밀면서 현관문 쪽으로 향했다. 언제 이렇게 많은 신발을 샀는지가 기억나지 않았다. 현관문 바로 옆에는 붉은 우산이 언젠가는 치우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아직 날을 잡지 못해 어지럽게 쌓여있는 신발 사이에 꼿꼿이 서서 벽에 기대고 있었다. 오비완은 거취가 정해지지 않은 상자나 산더미 같은 신발과 같은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는 대신 나중으로 미뤄버리고 아주 작은 육체적인 노력만으로 해낼 수 있는 일에 집중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우산을 올바른 주인에게 돌려주는 일 같은 거 말이다. 그날 오후, 오비완은 블루먼탈과의 상담이 끝나고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로 비틀거리며 오더 66에 방문했다. 그리고 지난밤과 다르게 북적거리는 카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책장이 놓인 구석에는 대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이어폰을 낀 채로 각자의 노트북에 뭔가를 치고 있었다. 반대쪽 구석에서는 한 남자가 커피 컵을 조심스럽게 잡고 벽에 기대어 큰 소리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아나킨은 카운터에 있지 않았다. 대신 그곳에는 머리카락을 흰색과 푸른색으로 번갈아 염색한 난 젊은 여자가 포스기를 다루고 씩씩하게 주문을 받으면서 계산을 하고 있었다. 마침내 자신의 차례가 다가왔지만 오비완은 여전히 카운터 너머나 주방에 아나킨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주문하시겠어요?" 젊은 여자가 주의를 끌려고 오비완의 얼굴 앞에 손을 흔들면서 물었다. 오비완은 시선을 슬쩍 내려 아소카라고 적힌 명찰을 바라봤다. 아나킨은 아소카의 이름도 흥미롭다고 생각할까? "저는, 어..." 평소에 오비완의 어휘력은 이것 보다 좋았다. 하지만 이혼이 가져다준 길고도 힘든 시기를 보내는 동안 뮤즈의 죽음을 애도하느라 적절한 단어를 조합해서 문장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혹시 아나킨 있나요?" "아나키인.....? 아! 사장님이요?" 의심스럽다는 목소리로 대답을 한 아소카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오비완을 바라보다가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그건 커스터머 서비스에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기다려 달라는 신호를 예의바르게 보내는 제스처였다. "잠시 만요." 아소카는 주방으로 가더니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비장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금방 나오실 거예요. 혹시 따로 시키실 건 없으세요? 저희 가게에는 크럼 케이크랑, 크루아상이랑, 사과 파이랑...."  아소카가 외우고 있는 메뉴를 통째로 읊기 전에 오비완이 끼어들었다. 등 뒤로 줄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고 뒤에 선 손님들이 들으라는 듯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플랫 화이트 한 잔만 부탁드릴게요. 커피 기계는 잘 작동되나요?" 아소카는 오비완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감정을 숨길 시도도 하지 않고 코웃음을 쳤다. "작동 안 될 이유라도 있나요? 여기는 카페잖아요." 아소카의 말이 맞았다. 계산을 하고 나서 오비완은 빈 테이블을 찾아 헤매었다. 다행이도 마침 한쪽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가 났다. 오비완은 우산을 의자 뒤편에 걸어두고 방금 앉아있던 손님이 어지럽힌 테이블을 치우기 시작했다. 입이 닿는 부분에 립스틱 자국이 묻어있는 종이컵과 반쯤 먹은 샌드위치를 버리고 카운터에서 뽑아온 종이 냅킨으로 테이블에 부스러기를 한데 모으고 나서야 마침내 자리에 편하게 앉을 수 있었다. 오늘 앉은 자리는 윈도우 뷰나 오션 뷰도 아닌 출입문 뷰였다. 오비완은 손님들이 천국에서 나는 듯한 커피와 빵 냄새에 홀려서 한 명이나 두 명씩 짝지어 카페에 들어왔다 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카페는 가만히 선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손님을 끌어당겼다. 손님들은 오비완보다 훨씬 어려 보였는데 한 정류장 뒤에 대학교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말이 되었다. 오비완은 주위 사람들에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자신의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 그림자의 주인이 미끄러지듯 조용히 옆으로 다가오고 나서야 존재를 알아차리고 너무 놀란 나머지 튀어오를 뻔했다. "아나킨!" 놀라 두근거리는 가슴을 움켜쥔 채로 오비완이 말했다. 아나킨이 어깨를 토닥여주고 나서야 미친 듯이 고동치던 맥박이 가라앉았다. 아나킨은 잘생긴 외모와 다르게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인 만큼 오비완이 놀란 모습에 기쁨을 감추지 않고 웃음을 터트렸다. "저예요. 진정해요. 정말 쉽게 놀라시네요. 너무 귀여운 거 아세요?" 오비완은 자신을 귀엽다고 부른 아나킨의 말을 못들은 척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러다가 안경을 쓰고 있음을 기억해내고 안경을 벗어 눈을 문질렀다. 귀엽다는 말은 곱슬머리를 한 작은 소녀에게나 어울리는 단어였다. 귀엽다는 건 수줍어 보인다는 뜻이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에서 눈에 띄게 튀어나온 배와 보드라운 가슴을 봤을 때 수치스러워 하는 것은 수줍어하는 것과 다르니까 오비완은 귀여울 리가 없었다. 날이 갈수록 옷으로 가리기 어려워지는 살을 보면서 오비완은 어쩌면 산책을 더 많이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다. "세상에, 아나킨."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자 오비완은 손을 내리고 고개를 들었다. 아나킨은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 오비완 쪽으로 밀고 있었다. 컵받침에는 반짝이는 초콜릿 하나가 놓여있었다. 코끝을 스치는 향에 군침이 돌자 오비완은 패배의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내저었다. "당신이 나를 찾는다고 아소카가 말해줬어요." "그게....." 이렇게 말하는 오비완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자신감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태생적으로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다. 비록 결혼을 유지하고 있었을 때 새틴은 완전히 반대로 오비완이 속마음을 제대로 말할 용기가 없는 사람이라고 불렀지만 말이다. 하지만 영혼 속 가장 깊은 곳에서 캐어낸 이야기로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오비완과 같은 사람에게 감정을 끄집어내지 못한다고 지적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었다. 진정한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경험과 감정을 마주해야할 용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비완에게는 욕구와 감정이 있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는 마음이 없는 기계가 아니다. 그저 자신의 욕망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에 아주 서툴 뿐이었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기숙 학교에 입학했던 오비완이 가장 처음 배운 두 가지는 세상에서 제일 통제를 잘 하는 사람이 되는 법과 감정을 내색하지 않는 법이었다. "우산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잖아요. 그래서 왔어요." 오비완은 의자 뒤에 걸려있던 우산을 집어 들어 비뚤어진 미소를 짓고 있는 아나킨에게 건넸다. "오래 걸렸네요." "......바빴거든요." 오비완은 매일 똑같은 잠옷을 입고 씻지 않은 머그잔에 든 커피만 들이켰던 지난 며칠간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모호하게 말했다. 아나킨은 그런 오비완을 계속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오비완은 눈꺼풀을 한 번도 깜박이지 않는 아나킨의 눈 구조가 도대체 어떻게 되어먹었는지 궁금해 했다. "오지 않을까봐 걱정하고 있었어요." "왜요?" 어리둥절해진 오비완이 물었다. "행운의 우산을 빌려준 거였거든요." 아나킨은 어깨를 으쓱했다. "저와 우산은 오래 전부터 동거동락 해온 사이거든요." "동거동락이 아니라 동고동락입.... 아니.... 제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그나저나 커피 기계에 문제가 없다니 놀랍네요." 아나킨은 엄지로 코를 긁으면서 더 큰 미소를 지었다. "네, 정말 우연이지 않나요." 반짝이는 눈으로 잔을 계속 바라보는 아나킨이 부담스러워 오비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자 아나킨은 아나킨은 커피를 맛보는 오비완을 지켜봤다. 나쁘지 않은 커피였다. 그렇다고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제법 괜찮았다. 오비완은 아나킨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저 예의를 차리기 위한 미소지 그 이상의 뜻은 없었다. 그때 쉴 새 없이 몰아닥치는 손님 때문에 도움이 필요해진 아소카가 아나킨을 불러서 그들의 대화는 중지되었다. 아나킨은 우산을 팔에 끼우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오비완을 혼자 테이블에 두고 떠났다. 그날 오후 내내 오비완은 아나킨이 갖다 준 커피를 홀짝이며 시간을 보냈다. 최대한 천천히 마시려고 아주 조금씩만 들이키면서 카운터 뒤편에서 마법을 부리고 있는 아나킨에게로 저절로 돌아가려는 고개를 억지로 붙잡아 두었다. 사실 아나킨은 아주 매력적인 젊은 남자였고 오비완도 이 점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 눈부신 매력 때문에 눈이 가려 오비완은 자신이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커피를 다 마신 오비완은 머그잔을 돌려주러 카운터로 향했다. 고맙다고 중얼거리는 아소카의 목소리를 들으며 오비완은 마지막으로 반대쪽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고 있는 아나킨을 슬쩍 보고 가랑비가 내리는 밖으로 나왔다. * 대부분의 날에 오비완은 누군가와 함께 있었던 과거를 그리워하지 않았다. 그저 이혼과 뒤따라온 지루함 때문에 밤새도록 잠 못 이루고 여기저기 놓인 상자 때문에 어수선한 아파트를 서성거릴 뿐이었다. 새틴은 대단한 사람이었다. 약 10년 전에 오비완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미 이름을 날린 미술품 수집가였다. 오비완을 떠날 때 새틴은 관계 회복을 위한 오비완의 노력이 조금도 없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와버렸다는 말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오비완의 삶에도 커다란 구멍을 남기고 떠난 덕분에 자연스럽게 오비완의 일상에는 구멍이 생겨버렸다. 새틴과 헤어진 뒤로 오비완이 또다시 저녁 만드는 차례를 잊어버리는 바람에 포장해온 음식을 텔레비전 앞에서 함께 나눠먹던 밤과, 하루 종일 위험할 정도로 높은 하이힐을 신고 있었던 새틴에게 가끔씩 오비완이 발마사지를 해주던 일상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만약에 오비완이 부지런한 성격이었다면 대부분의 문제는 고양이를 키우는 것으로 해결되었을 것이다. 스트레스만 안겨주는 검은 커서와 새하얀 페이지와 다르게 고양이는 오비완에게 진짜 일거리를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나쁜 아이디어이기도 했다. 오비완은 자신의 입에 음식이 들어가는 시간도 번번이 까먹는 사람이니까 고양이에 대해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게 분명했다. 게다가 하루 종일 창문을 열어두는걸 좋아하는 오비완의 성격 상 고양이는 주인도 모르게 밖으로 빠져나와 새틴처럼 오비완을 버리고 떠나버릴 게 눈에 선했다. 그러니까 고양이를 키우는 건 고려해 볼 만한 일이었지만 지금 당장은 긍정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어쩌면 고양이를 키울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는 동안 오비완은 데이트의 세계에 복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비완의 실력은 녹슬었고 심장은 납으로 변해버렸다. 게다가 누가 밤 8시 30분만 되면 침대에 기어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40살에 접어든 남자와 데이트하고 싶어 할까. 결혼을 한 경험도 상대방의 호감을 사는데 걸림돌이 되었다. 또 오비완은 아는 사람을 통해서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과 유기적 관계를 맺는 방법을 몰라서 억지로 사람을 만나려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더라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게 분명했다. 결국 오비완은 문제의 근원이 자신의 내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해진 일상의 틀에 달라붙어서 자신만이 정한 안전지대 밖으로 나가는 걸 완고하게 거부하는 자신의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말이다. 어쩌면 이런 스스로를 약간 흔들어줘야 하는 시간이 온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오비완이 지루한 사람이라고 지적한 퀸란의 말을 인정해야할지도 모른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올 수 있도록 오비완은 일상생활에 새로운 활동을 집어넣는다는 중대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영감이 생기지 않았던 유일한 이유가 이혼 서류에 서명한 뒤에 자신과 함께 고르고 자신의 신용카드로 구입한 가구의 절반을 들고 떠나버리는 새틴을 본 뒤에 스스로를 똑같이 생긴 네 개의 벽 속에 가두어버렸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비완은 산책을 나갔다. 산책은 실행하기 아주 쉬운 일이었다. 그냥 매일 아침마다 버스를 타고 공원으로 가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되었다. 공원은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산책로는 일생을 다한 나뭇잎과, 비둘기 똥과, 바람이 강하게 불면 땅을 굴러다니는 잘못된 곳에 버려진 쓰레기에게 점령당해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 이 동네에는 소소한 범죄가 증가해서 치안이 좋다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이런 점을 고려하기는 해야 했지만 오비완은 만약에 이처럼 사소한 데 신경을 쓰다면 다시는 자신이 전진하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화면을 대면해야한다는 뜻이었다. 오비완은 꼴사납게 제 발로 고통스러운 순교의 길로 걸어 들어가는데 재능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마조히스트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오비완이 내야하는 세금을 잊어버린 건 아니다. 현관문 옆에 쌓인 청구서는 지켜보고 있지 않고 내버려두면 이끼처럼 불어나거나 무리지어 잠든 동물처럼 한데 모여 새끼를 치는 경향이 있어서 오비완이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시선을 사로잡았다. 만약에 다음 작품 쓰기를 조금만 더 미적거린다면 출판사와의 끈이 떨어져 다시는 아무 책도 출판하지 못할 것이었다. 지금 퀸란의 인내심은 끊어지기 일보직전이었고, 퀸란에게는 출판사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오비완이 데드라인을 맞추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변명거리를 지어낼만한 상상력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한때 퀸란은 오비완이 천재 소설가라고 생각해서 명문 대학을 갓 졸업한 모직과 양모로 된 옷을 입은 오비완을 자신의 출판사로 데려왔다. 그 당시의 오비완은 키츠와 워즈워스와 브론테에 관한 지식을 자랑했고, 토마스 하디와 밝은 조명이 설치된 깨끗한 곳을 사랑하는 청년이었다. 자기 속내를 잘 털어내 보이고 감정을 오보격 시로 표현할 줄 알며 대화의 중심이 되는 매력을 지닌 동시에 위대한 아이디어를 가진 삶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스무 살 청년이었다. 사람들은 오비완이 차세대 허버트 조지 웰스가 될 거라고 말했었다. 반드시 그렇게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람들 중에서는 오비완과 퀸란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로 출판된 책은 완전한 실패로 끝났고, 세 번째 책은 어느 정도 팔렸지만 중간치밖에 못했고, 복귀작은.... 음........... 이 모든 일을 겪고 나서도 새틴이 옆에 있어준 건 행운이었다. 오직 첫 번째 소설만이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 책은 여러 쇄를 찍고서 독일어와 프랑스어와 에스페란토어로 번역되었다. 그 책의 첫 번째 챕터는 오비완이 자신을 기숙학교에 보내 키워준 괴짜 삼촌을 만나러 가는 기차 안에서 집필되었다. 커피 자국이 묻은 검은색 냅킨 위에서 시작된 소설은 위대한 운명을 타고났지만 타고난 예언을 완수해야한다는 무게에 짓눌려 바스러져버린 한 소년에 관한 이야기였다.  오비완이 아무리 그때의 마법 같았던 순간을 다시 되찾으려 노력해도 예전의 감각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미 새어나간 열정이 다시 채워지는 일은 없었다. 예전에는 슬럼프와 점점 커져만 가는 냉소주의가 서로 관련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가끔씩만 떠올랐지만 최근 들어서는 자주 생각나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병에 든 동전처럼 희망은 사라져만 갔다. 그리고 이제 열정이 사라졌다는 증거가 글에 나타나고 있었다. 이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오비완이었다. 그리고 퀸란 역시 눈치를 챘는지 오비완에게 이메일로 작가 세미나에 관한 링크를 보내거나 슬럼프를 극복하도록 도와줄만한 자기 계발서를 집으로 배송해줬다. 오비완은 노트북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처음에는 신선한 공기가 어떻게든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공원으로 갔다. 다른 풍경을 보면 뇌가 새롭게 활성화 될 거라는 희망을 품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오랫동안 공원 벤치에 앉아 무릎 위에 노트북을 올린 채로 고통스러울 정도로 몸을 웅크리고 있어도 새로운 아이디어는 여전히 떠오를 기미가 없었다. 그렇게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는 동안 아기가 탄 유모차를 미는 엄마와,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과, 소리를 지르며 서로를 쫒아 다니는 아이들과, 돈을 벌기위해 심장이 아릴정도의 가사를 부르며 버스킹을 하는 음악가가 오비완 앞을 지나갔다. 아름다운 날이었다. 소설가라면 이토록 아름다운 곳에서 영감을 찾아낼 수 있어야 했다. 작가는 다른 사람을 관찰해도 된다는 특권을 지닌 직업이었고 오비완은 그 특별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분수 옆에서 말다툼을 벌이는 젊은 연인을 봐도, 길가에 있는 노점상에서 튀긴 땅콩을 사는 무지개 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여자를 봐도 영감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오비완은 가만히 앉아있기를 포기하고 별 다른 생각 없이 곧바로 오더 66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체인점 카페가 몇 개 있었지만 오비완은 미션을 수행하는 군인처럼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오더 66의 커피는 최고라고 하기엔 부족한 평범한 커피였지만 겨우 그런 이유만으로 버스를 타고 카페로 향하는 오비완을 막을 수 없었다. 오비완은 메뉴판에서 가장 건강해 보이는 빵을 주문하고 팁을 담는 유리병에다가 꽤나 많은 동전을 넣어주었다. 안타깝게도 이번 역시 아소카가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지만 오비완은 입꼬리를 끌어올려 예의마른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미소는 주문한 빵을 가지고 뒤로 도는 순간 사라졌다. 오늘 오비완이 앉은 테이블은 지난번과 다르게 책장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다양한 커피 테이블에 관한 처음 보는 제목의 책이 몇 권 꽂혀있는 것을 보니 책장에 새 책이 들어온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책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자 안타까움 이상의 감정이 오비완을 덮쳤다. 노트북 충전기를 꽂을 수 있는 콘센트는 의자를 조금만 움직여도 충전기가 떨어질 정도로 가까이에 있었다. 테이블에서 약간 떨어진 책장 뒤편에 다른 콘센트가 있긴 했지만 바닥과 거의 붙어있듯이 낮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오비완은 손과 무릎으로 바닥을 짚은 채 어색한 자세로 충전기를 꽂으려고 버둥거렸다. 나중에 카페 경영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노트북이 성공적으로 충전기와 연결되었다는 밝은 '띵' 소리가 났다. 오비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저항하며 욱신거리는 무릎 때문에 흠칫 놀라 무릎을 꿇은 채로 멈추고 무의식적으로 움직인 오른손으로 옆에 있던 벽을 붙잡았다. 그런데 책장은 왼편에 있는데 왜 벽은 오른쪽에 있는 거지? 인상을 쓴 채로 오른편을 올려다본 오비완은 자신의 손이 갑작이 붙잡은 게 벽이 아니라 아나킨의 탄탄한 근육질 허벅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음.... 그 어색함은 상상에 맞기겠다. 눈썹을 들어 올리는 아나킨을 보는 순간 오비완은 처음으로 청년의 눈썹과 뺨을 가로지르는 종이에 베인 듯한 얇은 상처를 발견했다. 아문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상처를 바라보며 오비완은 이전에 저런 디테일을 놓치고 지나간 자신에게 충격을 받았다. 예전에도 저 상처가 있었던가? 언제 생긴 거지? 아나킨은 아무 말 없이 허리를 굽혀 오비완이 일어서도록 도와줬다. 군살이 없어 보이는 몸 뒤에 숨겨져 있던 아나킨의 힘에 오비완은 놀라고 말았다. 거의 힘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자신을 끌어올려주는 아나킨의 손에 이끌려 바닥에서 일어난 오비완은 감사 인사를 담은 어설픈 손짓으로 괜히 멍청하게 보일까봐 재빨리 자세를 가다듬고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더듬었다는 게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척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의도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오비완이 아나킨에 대해 아는 정보는 매일 아침 같은 버스에서 마주치는 사람에 관한 정보 보다 적었다. 비록 아나킨과는 다르게 함께 버스를 타는 사람의 이름은 모르지만..... 일하는 곳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아나킨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오비완은 마음대로 아나킨에게 서사를 부여할 수 있었다. 아나킨은 정육점에서 일하거나 제빵사이거나 촛대 장인일수도 있었다. 오비완은 아나킨에게 수많은 장점이나 단점을 주고,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웃음소리를 상상하거나, 아나킨의 일생 전부를 그려볼 수 있었다. 아나킨은 밝은 푸른색 문이 달린 아파트에서 자극적인 커피 냄새와 책 향기에 둘러싸여 살 수도 있었다. 강아지나 아니면 심지어 고양이를 애완동물로 키우면서 매일 밤마다 멍하게 창밖을 내다보며 자신의 가게에 꾸준히 찾아오는 나이 많은 남자를 상상하는 삶을 아나킨에게 부여할 수 있었다. 가혹한 진실이 담겨있는 현실을 마주하는 것보다 작가로서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게 더 안전해서 오비완은 아나킨을 깊이 알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아나킨은 그저 손님에게 예의를 차리고 있거나, 결과를 신경 쓰지 않고 아무에게나 플러팅을 날리는 사람이라는 게 진실일까 봐 두려웠다. 그리고 아나킨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동은 그가 이 두 가지 특징을 제법 어울리게도 전부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오랜만이네요." 아나킨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저 인사라고 하기엔 다른 뜻이 담긴 것처럼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바빴나 봐요?" 오비완은 코웃음을 치고 노트북 속에서 자신을 비웃으며 깜박이는 커서를 슬쩍 봤다.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소설을 쓰려고 노력했거든요. 이런 저런 단어를 골라 문장을 만든다고 시간을 보냈는데 거의 다 실패로 돌아가 버렸네요." "작가이셨군요." 아나킨은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면서 말했다. 오비완은 저런 아나킨의 반응을 생각에 빠진 고양이에게서 많이 봤다는 생각을 했다. "어울리시네요." "어떤 면에서요?" 아나킨은 말을 하는 대신 오비완을 향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호한 손짓을 했다. 그 손짓은 말보다 더 설득력이 있어보였다. "그래서 책은 잘 되고 있나요? 제가 등장하는지 물어보는 건 아니에요." 아나킨은 많은 사람들이 오비완의 직업에 대해 들으면 자신을 이야기에 넣어달라고 부탁한다는 사실을 안다는 듯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아나킨은 오비완 반대편의 비어있는 의자에 앉았다. 아나킨은 지금 휴식 중인 걸까? 카운터에 길게 늘어선 돈을 낼 준비가 된 손님들을 상대하는데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아나킨을 바라보며 오비완은 생각했다. "어떤 내용이에요? 혹시 로맨스도 쓰세요?" "세상에, 아니요." 오비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천장을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아나킨의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웃음소리를 듣고 다시 고개를 내렸다. "에로틱한 로맨스 소설으로 먹고 사는 제 동료들을 욕하는 건 아니지만 그 장르는 그냥 저랑 안 맞아요."  "스스로가 로맨스 소설을 쓰기에는 너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냥 그쪽으로 재능이 없을 뿐이에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리고 여기서 아나킨은 오비완을 빛나는 눈동자로 오랫동안 쳐다봤다. 그럴 눈빛을 감추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로맨스는 내 장르가 아니거든요. 나는 현대 소설을 주로 쓰고 가끔씩은 특이한 추리 소설에 손을 대기도 해요. 로맨스가 포함된 소설을 쓰기는 했지만,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작품은 아니에요." "왜요?" 소설가로서의 길고 화려한 경력을 이어가는 도중에 오비완은 이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기자들이 너무 개인적인 질문을 하거나 생각해본 적도 없었던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물어봐서 언론 앞에 서는 것을 싫어해 인터뷰 경험이 적기는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오비완에게 왜 로맨스 소설을 쓰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오비완이 시류에 발맞추기를 바라는 퀸란은 물어본 적이 있었지만 말이다. 오비완은 자신의 입꼬리가 저절로 기울어지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것을 느꼈다. "아나킨, 내 인생에서 로맨스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작가는 자신이 아는 것만 써야 하고요. 아마도 재능 있는 작가라면 감정을 지어낼 수 있겠지만 나는 일개 글쟁이에 불과해요. 경험한 것만 쓸 수 있는 평범한 글쟁이요. 쓰라린 심장을 안고 사랑이 없는 인생을 살아온 작가가 쓴 로맨스 소설을 누가 사주겠어요? 물론 타인의 로맨스에 대해 상상해볼 수는 있겠죠. 하지만 세상에는 진정으로 그 감정을 가지고 살아보지 못한다면 진실을 전할 수 없는 게 있답니다. 사랑이 바로 그 예시고요." 아나킨은 조용히 오비완을 응시하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어딘가 예리하고 꿰뚫어보는 듯한 아나킨의 눈빛 속 무언가를 보고 있자 오비완은 자신이 분자단위로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다. 원래 오비완은 지금처럼 쉽게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쩌면 아나킨에게 너무 많은 것을 너무 빨리 보여준 게 아닐까? 이런 일은 처음 일어난 게 아니었다. 다음번에 상담을 하러 갔을 때 이 이야기를 해주면 블루먼탈은 아주 흥미로워하면서 혀를 찰 것이었다. 아나킨은 심각한 표정으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 "그렇더라도 로맨스가 절대로 일어나지 않으라는 법은 없잖아요." "무슨 뜻인가요?" "어쩌면 당신이 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리고 당신은 그걸 아직 알아채지 못한 거고요. 다아시, 당신의 불행에서 빠져 나오세요." "오만과 편견을 읽으셨어요?" 그건 오비완이 아나킨에 관해 알게 된 사실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정보였다. 아나킨은 미소를 지은 채로 애매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영화를 봤죠. 3분의 1 정도요. 코펜하겐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봤던 거 같은데 연어가 나오는 영화 맞죠?" "제가 알기론 원작에서는 연어가 안 나오는데요." 아나킨이 웃음을 터트리자 오비완은 아나킨만의 농담의 대상이 된 것 같아 발끈했다. "무슨 내용인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요. 아소카가 학교 과제라고 읽더니 자기는 다아시의 오만을 아무런 편견 없이 사랑해줄 자신이 있다고 계속 떠들었거든요." 책장을 가리킨 아나킨의 손 끝을 따라간 오비완은 책 커버에 자개처럼 빛나는 꽃이 그려져 있는 칠튼 출판사의 오만과 편견을 발견했다. "저도 글은 읽을 줄 아는데 그런 사람처럼 보이지 않나요? 여행도 잘 다녀요." 오비완이 눈썹을 들어 올리고 아무 대답을 하지 않자 아나킨은 말을 이어갔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 내리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소매에 어두운 비밀을 감춰둔 사람일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네요." 오비완은 저절로 올라가서 미소를 지으려는 입꼬리와 싸웠지만 그만 실패하고 즐거운 목소리로 말해버렸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스스로의 매력적인 면을 자랑하는 아나킨에게 약간의 질투심을 느끼기도 했지만 아마 저 나이대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비완은 20대였던 자신이 얼마나 자신만만하면서도 약간 성질이 급했는지, 그리고 수많은 실패로 인한 불안으로 괴로워했는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카운터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아소카의 목소리가 들리자 아나킨은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만 일어나라는 신호네요." 그리고 아나킨은 윙크를 하더니 카운터로 걸어갔다. 그런데 반쯤 가기도 전에 뒤로 돌아서더니 다시 오비완에게로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었다. "소설에 쓸 만한 아이디어가 생각났어요." 아나킨은 손바닥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두 가지 인생을 사는 남자 이야기에요. 낮에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블루칼라 노동자로 살아가지만, 밤이 되면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비밀을 숨긴 전혀 다른 인격이 깨어나는 남자의 이야기 어때요?" "그 비밀이 뭔가요?" 오비완이 흥미를 보이며 물었다. "그건 오비완이 알아내야죠." 아나킨이 어깨를 으쓱했다. "작가는 당신이잖아요." * 아나오비 헤이든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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