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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12월의 추위에 굴복해버리고만 메이저는 다시 이불 속을 파고들었는데 그런 메이저를 벌떡 일으킬 마법 주문이 하나 있었지
“눈? 눈이 왔다구요?”
간밤에 눈이 내렸다는 메이드 붕붕의 한마디에 언제 밍기적 거리고 있었냐는 듯 햄메이저는 이불 속을 헤치고 나와 정원으로 뛰어갔어 따라잡기 힘들 만큼 속도를 내는 햄사모님이 얼마 만인지 고용인들은 정신없이 햄사모님 뒤를 따라나섰지
“이런..”
이럴 줄 알고 말하지 않았던 건데 마크는 CCTV를 통해 눈밭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햄메이저를 걱정스레 바라보았어 눈과 햄메이저의 조합은 아주 사랑스러웠지만
저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지 가뜩이나 병원도 싫어하는 햄메이저 잖아 마크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햄메이저의 모습을 하나하나 캡처하느라 손을 바삐 움직이는 동안
사자 눈사람 옆에 햄스터 눈사람~🎵🎶
햄메이저는 눈사람을 만들었어 예쁘게 만들어서 마크에게 보여줘야지 이 생각 하나만으로 햄메이저는 불타올랐지 배우자의 속타는 마음은 헤아리지 못한 채 말이야
“내 사랑, 눈밭에서 3시간이나 있었다면서요.”
“눈사람 만들었어요! 마크랑 내 눈사람 얼른 와서 봐요.”
“그래요. 그럴게요. 나 퇴근할 때까지 얌전히 몸 녹이고 있어요. 난로 옆에서 알았죠?”
“언제 와요? 눈 녹기 전에 눈싸움해요!”
‘.. 내 말은 하나도 안 듣고 있군.’
눈밭에서 그렇게 뒹굴어 놓고 메이저의 흥분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나 봐 마크의 성화에 못 이겨 저택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아쉬워 몇 번이나 정원을 되돌아봤는지 몰라
그러니 마크의 염려는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 그저 얼른 마크와 함께 눈이 쌓인 정원을 산책하고 싶었어
막무가내로 저녁 산책을 약속받을 땐 언제고 그날 메이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찍 돌아온 마크는 거실의 풍경에 웃음을 삼켜야 했지
“내 사랑, 눈사람 보여준다고 했잖아요.”
“.으응. 눈사람...”
한동안 활동량이 적었던 햄메이저 였으니 눈밭에서 보낸 낮 시간은 무리가 될 테지 첫눈의 갈망도 따뜻한 담요 앞에선 허무하게 무너졌어 포근한 쿠션 위에 싸여 잠든 햄메이저의 모습에 마크는 안도했으면서도 아쉬운 척 속삭였지 눈싸움은 다음에 하자고 말이야
“눈싸움.”
“...! 일어났어요?”
“네. 제가 어린앤가요. 고작 낮에 몇 시간 나가 있었다고 초저녁부터 곯아떨어지게? ”
세상 달게 자고 있었으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새침한 메이저의 태도에 마크는 볼에 찍힌 쿠션 자국을 모른척해 주었어
그런 마크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는 퇴근 후 입맞춤도 잊은 채 정원으로 튀어나갈 기세였지
해가 짧은 겨울이야 마크가 일찍 왔다 해도 금세 어두워져서 추우니 산책은 내일 하자는 간곡한 회유를 메이저는 들어주지 않았어
그렇게 고집에 못 이겨 마크는 낮 동안 메이저가 만든 각종 눈작품 들을 구경하다 대망의 눈싸움을 오래.. 정말 오래.. 한 통에 결국 메이저만 몸살에 걸리고 말았지 뭐
“왜 나만 아파요! 억울해! 그냥 푹 자면 낫는다구요! 주사 싫어요! 마크!”
메이저는 억울해하며 울분을 토했지만 매일 새벽 운동을 하는 마크의 체력을 어떻게 따라오겠어 그에 반해 아픈 사람이 힘은 어찌나 세던지 마크를 온몸으로 붙잡은 채 병원에 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햄메이저를 달래느라 고난의 과정을 겪은 마크는 영광의 상처로 갈기가 조금 뜯기고 말았어 그때 마크는 깨달았지 메이저의 관심을 눈에서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이야
“눈 감아보라구요? 이렇게요?”
왜 눈을 감아보라고 하지? 크리스마스는 아직 멀었는데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니잖아 혹시 내가 저번에 말한 모형배를 구한 걸까? 그거 정말 희귀한 건데 마크는 정말 대단해!
“이제 눈떠도 돼요."
“..... 우와.”
바랬던 모형배는 아니었지만 메이저는 그것만큼이나 놀라고 말았어 무려 딸기 케이크라고 그것도 한가득.
남들이 보면 에게? 라고 생각할지 몰라 그렇지만 메이저에겐 의미가 남달랐지 근 5개월간 건강 때문에 간식이라곤 야채 스틱만 먹었던 메이저에게 있어서 생크림과 딸기가 잔뜩 올라간 케이크는 별천지나 다름없었어
“그동안 체중 조절하느라 힘들었죠? 저번에 병원에서 드디어 정상체중이라고 하길래 준비해 봤어요.”
“이거 다 제 거죠? 제가 다 먹어도 되죠?”
“그럼요, 내 사랑.”
마크의 허락이 떨어지자 마자 눈밭을 구를 때처럼 쏜살같이 케이크로 달려가는 메이저를 바라보며 마크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어 저렇게 좋을까 마크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저당, 저지방, 글루틴프리로 만든 케이크가 입에 맞나 봐
무아지경으로 크림을 파먹는 햄메이저를 바라보며 가끔은 이런것도 괜찮겠지라고 마크는 생각했어
“마크 딸기 너무 맛있어요.”
“오... 당장 비닐하우스 계약할게요.”
세상에 딸기를 든 햄메이저라니 이렇게 귀여운 모습을 왜 이제서야 알게 된 거지? 신선한 충격을 받은 마크는 방금까지의 계획을 수정하고 말았어 이렇게 나의 햄메이저가 사랑스러운데 그까짓 간식 좀 자주 준다고 큰 문제가 될까? 하고 말이야
“군고구마 맛있어요.”
“군밤도 맛있어요.”
그 뒤로 메이저의 깜찍 깜찍 빔을 맞고 이성을 잃은 마크는 부지런히 메이저에게 겨울 간식들을 대령했어 덕분에 메이저는 추억의 맛에 흠뻑 빠져들었고 마크는 그런 메이저에게 녹아내렸지
게다가 메이저가 정원에서 눈 속에 파묻히는 대신 겨울
간식들과 이불 속에서 파묻히는 시간이 길어지자 당장은 평화를 되찾은듯했어 CCTV를 통해 담요에 싸여 간식을 하나씩 먹는 메이저를 바라보며 마크는 이보다 평화로울 수 없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불행은 언제나 안온 속에 숨어든다 하였던가
“... 마크..”
“아악 내 사랑... 어쩌다가.. ”
이렇게 되었느냐는 마크의 말은 끝맺을 수 없었어 그 이유가 너무나 자명했으니까 바로 고당도 고열량 간식을 제공했던 자신에게 있는 걸 마크는 조용히 절망했어 햄메이저를 정상체중으로 돌리기 위한 장장 6개월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던 순간이었지
파월풀먼
행맨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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