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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렛너붕붕 도련님과 하녀4앱에서 작성
ㅇㅇ
24-02-28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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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통속잡지에나 나올법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전쟁영웅과 시골 웨이트리스의 사랑? 정말 이런 전개란 말인가?
나는 한숨을 삼키며 부드럽게 손을 빼냈다. 데이비드 다임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애처로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감사해요,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보잘것 없는 저를 좋게 보아주셔서 정말로..."
"거절입니까?"
그가 성급하게 물었다. 평소의 단단한 어른같지 않았고, 겁먹은 소년처럼 보였다. 나는 조금 망설이다 말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잠시 침묵하던 남자가 목졸린듯 신음했다.
"왜..."
"...당신이 얼마나 대단하고 과분한 사람인지 알아요. 그냥 제 마음이 그런 것 뿐이에요."
"...달리 마음에 둔 남자가 있습니까?"
그 말에 이상하게도 작고 왜소한 소년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분명 내가 그를 위했던 마음은 그런 마음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그 아이를 아끼고 사랑스럽게 여겼던 감정은 여전히 그 곳에 있었다. 나의 도련님이 남긴 잿더미속에.
그랬다.
나는 이 나라에서 가장 근사한 남자의 청혼을 거절하며 뒤늦게 깨닫고 말았다. 사랑이 두려웠던게 아니었다, 더이상 사랑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내겐 더이상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전 당신을 사랑할 자신이 없어요. 다른 남자가 있는게 아니라, 그냥 더이상 그럴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건 모르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기만이겠죠."
납득할 수 없다는 듯 바라보던 남자가 중얼거렸다.
"동정도... 안되겠습니까?"
"당신은 고작 내 동정을 받기엔 너무 대단한 사람이지 않나요?"
나는 부드럽게 속삭였다. 데이비드 다임의 눈에서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그는 원망스럽다는 듯 눈물을 떨어트리며 중얼거렸다.
"아닙니다, 난...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그를 안아주고 싶었다. 청혼을 냉정하게 거절해놓고 그래선 안되겠지만 진심이었다. 문짝만한 남자가 왜 그렇게 애처로워보이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잡았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하잖아요. 당신은 어리고, 감정은..."
"...그만해, 넌 정말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 순간 데이비드 다임이 지독히도 음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린 도련님처럼 버릇없는 말투였다. 그는 놀란 내 손을 꽉 쥐더니 풀고는 나를 지나쳐 성큼성큼 걸어갔다.
"...타십시오, 집 앞까지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타고싶지 않다.'
하지만 한밤중에 이 산길을 어떻게 내려간단 말인가...
나는 힘없이 "네에..." 하고 중얼거리며 조급히 그를 따라갔다. 공사를 하느라 바닥이 울퉁불퉁해 두어번 넘어질뻔 했지만 만에하나 혹시 거절당한 남자가 앙심을 품고 먼저 내려가버릴까봐 마음이 급했다. 다만 벌써 훌쩍 멀어졌을줄 알았던 데이비드 다임은 억울한 얼굴을 하고 지척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평소의 점잖고 무뚝뚝한 얼굴보다 어린 소년같은 그 표정이 더욱 잘 어울렸다.
그날 밤 퇴근을 마치고 내가 사라졌다고 생각해 발을 동동 구르던 리츠 부인과 아이들은 데이비드 다임의 차에서 내리는 나를 발견하고는 기절초풍하도록 놀랐다. 둘이 뭘 했느냐 꼬치꼬치 캐묻는 말에 대충 둘러댔지만 통한듯 싶지는 않았다. 재키는 손님으로서의 다임은 싫어했지만 그가 훌륭한 신랑감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그를 꼬셔보라며 난리를 쳐댔다. 내가 이미 그를 차버렸다는걸 알았다면 땅이 뒤집어져라 통곡을 했을것이다.
데이비드 다임은 이후로 카페에 발길을 끊었다. 나는 그게 미안했다, 그러나 그는 젊고 앞길 창창하고 미남이니 곧 모두 털고 일어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겠지. 그때가 되면 배가 아파 땅을 차는건 내가 될지도 모른다. 나는 애써 좋게 생각하며 살았다. 열심히 살았다. 미안하지만 너무나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데이비드 다임이 그날 밤 나에게 청혼을 했다는 사실마저 한달만에 잊어버릴 정도였다.
사실 그도 그럴게, 그 순간이 상당히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하늘에 가득한 별이나 눈앞의 잘생긴 남자나, 그가 쏟아내는 달콤한 고백이나...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로맨틱해서 꿈같았다.
그러나 약 한달만에 젊은 남자가 카페에 나타났다. 다임은 아니었고 그의 주치의라고 주장하는 남자였다.
"다임씨는 상사병에 걸렸습니다."
"네?"
재키는 5분째 하나의 테이블만 문지르고 있었다. 리츠 부인은 손님들께 커피를 따라주는 척 계속해서 근처를 빙빙 돌았다. 나는 눈치를 보다 남자를 카페 바깥으로 끌고나왔다.
"밥도 안먹고, 잠도 안자고, 일도 안합니다. 죽기 일보직전이에요."
"무슨..."
나는 당황해 그를 노려보았다.
"죄송하지만 그건 다임씨의 문제일텐데요."
"압니다. 아가씨가 그에게 배풀어야할 자비는 없지요. 그럴 의무도 없구요."
"안다면 굳이 이런 소식을 전하는 이유가 뭔가요?"
"하지만 그를 살릴 수 있는 것은 당신의 자비뿐이기 때문입니다."
"궤변이네요."
그게 뭐 그리 대단한 감정이겠어, 기껏해봤자 두어달 얼굴만 본 여자때문에 죽어간다는게 말이 돼? 나는 조금 짜증이 나서 몸을 돌려 카페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남자는 잽싸게 문앞을 막더니 애원했다.
"부탁드립니다. 아가씨도 그가 지금 어떤 꼴인지 본다면 이렇게 냉담할 수는 없을거에요."
"다임씨가 시켰나요?"
"그는 저에게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문제죠, 이대로라면 정말 죽을지도 몰라요."
"..."
나는 믿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상한 남자, 갑자기 고백을 하질 않나 이젠 부하를 보내 이런 이상한 쌩쇼를 벌이고 있다니.
맹세코 그를 보러간것은 멀쩡한 얼굴에 대고 단호한 거절을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기껏해봤자 살이 조금 내린 건장한 남자가 아픈척 침대에 드러누워있는 것을 상상했다.
리츠 부인은 무척 궁금해하며 다녀와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물론 다녀온 뒤엔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아야 하겠지만... 나는 주치의가 몰고온 차에 올라타 그가 묵고있는 임시 주택으로 향했다. 임시 주택은 임시라고는 하지만 무척이나 멋진 별장이었다, 그러나 이는 건물만의 이야기였고 정원은 황량하기 짝이없었다.
주치의는 내 험악한 얼굴을 흘낏대며 변명하듯 중얼거렸다.
"다임씨는 성격이 예민해 하인들이 곁을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하십니다."
"참나."
나는 콧방귀를 뀌며 주치의의 뒤를 따라 현관을 통과했다. 가구는 없었고 카펫정도만 예의상 깔려있었다.
무척 조용했다. 커다란 벽장시계에서 나는 초침 돌아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2층에 올라간 남자는 커다란 문 앞에 서더니 손가락을 굽혀 가볍게 똑똑 두드렸다.
"데이비드, 나야. 잠시 들어갈게."
...처음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커튼이 쳐져있는 방은 쥐죽은듯이 고요했다. 그러나 점차 눈이 사물에 익숙해지며 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커다란 방 한가운데 있는 커다란 침대, 그 위에 커다란 덩어리가 웅크린채 누워있었다.
나는 자력에 이끌리듯 발을 내딛었다. 그 순간 발자국 소리가 두개 난다는 것을 알아차린 덩어리가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 어둠속에서 시선이 마주쳤다.
"헨리!"
쩌렁쩌렁한 고함소리를 무시하며 창가에 있던 남자가 커튼을 젖혔다. 빛을 쐰 드라큘라처럼, '그것'이 몸을 웅크렸다. 나는 경악해 그저 우두커니 서있었다.
데이비드 다임은... 끔찍하게 말라있었다. 머리카락과 수염이 덥수룩했고 더러운 몸에 더러워진 옷을 입고 폐인과 마찬가지의 꼴로 어떻게든 스스로를 숨기려고 몸을 구깃하게 접고있었다.
"무슨..."
"부탁드리겠습니다."
헨리라고 불린 남자는 그대로 방을 나갔다. 나는 한동안 말 한마디 못하고 그대로 서있었다. 데이비드 다임은 덜덜 떨며 이불속에 숨어있을 뿐이었다. 헨리는 거짓말을 한게 아니었다. 그가 이런 꼴로 나를 불러오려했을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정말로...
"데이비드."
나는 나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한채 어린 아이를 달래듯이 그를 부르고 있었다. 내 목소리를 듣자 그는 더욱 몸을 웅크렸다.
"데이비드, 얼굴 좀 보여주세요."
그는 한참 뒤 내 말에 복종하듯이 느릿느릿 고개를 내밀었다. 퀭한 얼굴이 수치로 울긋불긋했고 눈 밑이 붉었다. 몹시 애처로웠다.
내 기준으로 그의 감정을 쉬이 가볍게 여긴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다만 여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내가 뭐라고? 나는 그의 눈치를 보다 천천히 그가 들어있는 이불 덩어리를 끌어안았다.
"가, 가주시, 십시오."
그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나는 그의 어께에 얼굴을 기대며 말했다.
"싫어요."
"나, 날 싫어.. 싫어하지... 않습니까..."
데이비드는 헐떡거리며 숨을 고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싫어한다고는 안했어요.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랬지."
"그, 게!"
그는 욱한듯 소리를 질렀지만 위협적이진 않았다. 애초에 코몬도르같은 꼴을 하고 이불속에 숨어있는 남자가 위협적일리가 없었다.
"당신은 참 요령이 없네요. 솔직히 지금도 이해는 가지 않지만... 이제 당신과 친구는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슨..."
"고작 제가 당신을 동정한다는 뜻이에요."
데이비드는 풀죽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눈가에 눈물이 고여있었다. 그게 자꾸만 누군가를 떠올리게 해서...
"곁에 있을게요. 괜찮아질때까지."
그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처럼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결국은 억울한 눈을 한 채 가만히 머리를 기댔다.
코몬도르
가렛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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