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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ㅅㅍㅈㅇ 추락의해부 2차 뛰고 나서 감상평앱에서 작성
ㅇㅇ
24-02-29 02:39
그냥 보면서 개붕적으로 느끼고 해석한 거 두서없이 써봄 반박 시 니 말이 맞음
1. 산드라랑 뱅상이 진짜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거 같음... 친분 수준이 아니라 절절한 사이 아닌지
햎에서 계속 얘기한 것처럼 무슨 변호사가 의뢰인 파스타 물기 빼주냐고ㅋㅋㅋㅋㅋㅋ
그것 말고도
- 산드라가 와줘서 고맙다고 하면서 널 이렇게 다시 보니 되게 어색하다고 함
- 산드라가 이전보다 프랑스어 안 늘어서 미안하다고 함 이때 뱅상이 영어 괜찮다고 한 거 보면 런던에서(도) 만났나??
- 산드라가 뱅상을 변호사 '친구'로 소개함
- 다니엘 얘기 나오자 뱅상이 How old was인가 is he now? 이럼. 여기서 Now가 붙은 게 그냥 애가 몇 살이야? 가 아니라 올해 몇 살 된 거지? 처럼 느껴졌음.
무엇보다 대본 찾아보니까... 산드라가 뱅상한테 남편이 죽어서 변호사 필요하다, 이상한 일인 거 알지만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최대한 빨리 연락해달라고 보이스메일을 남겼는데 뱅상이 그거 받자마자 구글에 산드라 사건 검색해보고 전화 걸었음 그러면서 하는 말이 "스케줄 몇 개 취소하면 내일 아침엔 갈 수 있을 거 같아 어디로 가면 되는지 말해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 나서 다음 시퀀스가 '다음날 동트자마자 차 한 대가 산을 가로지른다' 이거임 뱅상 짝사랑 참사랑이구나
그런 점에서 산드라는 반말 쓰고 뱅상은 존댓말 썼으면 분위기 더 살았을 거 같아서 아쉬웠음ㅠㅠㅠㅠ 야망 있지만 어딘가 외로워 보이는 선배 동경하다 사랑에 빠지는 후배 뱅상(특: 그땐 갈색 새끼백조) 졸커였을 텐데...
2. 산드라는 뱅상을 단 한 번도 그런 의미로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음.
산드라가 판결 자체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게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함. 추락이라는 순간은 현실을 담아내지 못함. 그 배경을 온전히 재현하고 전달하는 게 목표며 그렇기에 추락이 해부되어야 함. 다시 말해 산드라에겐 자신과 교감하고 자신의 이야기와 범위를 존중하며 무엇보다 듣고 믿어주는 사람이 필요함. 독일과 가족을 떠나고 남편에게 처음 끌린 것도 이 맥락이었고.
근데 뱅상은 산드라의 얘기가 not the point임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임. 변호사로서 뱅상은 산드라의 현실보다 더 믿어지는 이야기를 지어내야 하는 사람임. 사고사였으리란 산드라의 말은 신빙성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현실에서 배제할 정도임. 아무도 믿지 않을 거예요, 나조차 못 믿겠는걸요 I don't believe that이라고 말하는. 결국 산드라의 심정과 세상을 재현하는 대신 가능한 상상 속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뱅상은 산드라의 지향, 이상과는 정반대에 머무르는 사람임.
그렇기에 산드라는 뱅상을 좋아할 이유가 없음. 뱅상을 바라볼 때도, 심지어 뺨을 감쌀 때도 미련이 1도 없음.
뱅상 닮은 동물 모르겠단 말은 여기서 비롯된 것 같음. "그 많은 시간을 보내고도"(after all this time) 모르겠냐며 서운해 하는 뱅상에게, 산드라는 그를 처음 만났을 때의 자신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함. 약간 과대해석일 수도 있지만 산드라는 뱅상을 처음 만났을 즈음의 시절 자체가 의미 있게 남지 않았던 것 같음. 산드라는 그 이후의 삶을 바라보는 사람이고, 뱅상이 과거의 자신을 뭐라 해석한들 해석 이후 자신이 실제로 살아온 서사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니까.
3. 그런 점에서 뱅상 짝사랑 마음 아파 죽겠음
뱅상 정말 미련 뚝뚝이라 안쓰러울 지경임 산드라가 맨 마지막에 뺨 감쌌을 때 산드라는 약간 취해서 ㅎ-ㅎ 그래 우리가 이런 추억을 쌓았구나~ 하고 끝인 느낌인데 뱅상은 키스 기대했나 싶을 정도로 설레었다가 시무룩해지는 게 눈에 보이지 않았냐...
둘이 취한 씬에서 산드라가 뱅상 부르자마자 프랑스 억양 담뿍 섞인 말투로 산드라 이름 부르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ㅋㅋㅋㅋㅋ 초반에 뱅상이 산드라가 용의자로 지목될 수밖에 없는 이유 설명하면서 "어쩌구 저쩌구~~ ...그리고님이그사람아내이기도하니까요" 하고 얼버무리는 거 너무 웃겼음 왜 웃겼냐면 남편은 이미 죽었는데 were 이 아닌 are his wife라고 했기 때문임...
사실 좋아하던 사람의 남편이 죽었다? 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 까놓고 말해서 절호의 기회란 말임. 그런데도 뱅상은, 이제는 산드라를 의뢰인, 피고인이자 피해자의 아내로만 보아야 하는 변호사의 위치에 놓임. 그런 점에서 남편의 존재감은 죽음과 상관없이 영원함. 어쩌면 죽고 나서 더 강해졌는지도 모름. 다시 말해 산드라에게 닿을 수 없는, 산드라를 붙잡을 수 없는 자신의 위치가 뱅상에게는 영원하게만 보이는 거임
"나는 당신에게 하지 않는 말이 많아요 다 하면 잘릴 걸요?" 이 대사도 비슷한 맥락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함. 뱅상은 절대 산드라에게 자기 마음을 전달할 수 없음. 하면 산드라가 다치거나, 산드라를 떠나게 될 테니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산드라는 교감과 소통과 신뢰를 중시했기에... 악순환 더보기
아무튼 그래서 재판 과정이 산드라에겐 너무도 당연하게도 남편을 향한 애도이자 과거와의 이별이었을 테지만, 뱅상에게는 오히려 과거와의 재회였다고 생각하면 조금 슬퍼짐... 패소를 하면 "최악의 상황"이지만 승소한대도 "상은 없"고 뱅상은 또다시 산드라를 떠나야 하니까.
4. 산드라는 재판 후에 남편을 완전히 떠나보냈을까?
떠나보냈다는 게 미련보다는 애도? 완전한 이별? 정도의 의미로ㅇㅇ
이걸 알아보기 위해서는 산드라가 실제로 살인을 하지 않았고 다니엘이 아빠와의 대화 관해서 거짓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를 알아야 할 것 같음.
개인적으로는 산드라는 무죄지만 다니엘은 거짓말이었다고 봄.
남편 죽음은 솔직히 당연히 자살이라고 생각했음... 산드라는 순간의 싸움이 현실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아들을 포함한 자신의 삶 보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홧김에ㅋㅋ 남편을 죽였겠음?
남편을 죽일 정도로 싫었다면 애초에 산드라가 다른 사람이랑 안 잤을 거라고 생각함. 다니엘이 다치고 나서 사실상의 오픈 릴레이션십을 가졌던 건 부부가 서로의 거리를 존중하며 각자의 삶을 영위하기 위함이었음. 이건 영화에서도 나왔듯 불륜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음. 오히려 관계를 위한 struggle임. 만약 남편이 그렇게 싫었다면 산드라는 '불륜'이 아닌 이혼을 깔끔하게 택했을 거임. 산드라는 이혼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고. 무엇보다 산드라는 연인 간의 유치하고 치졸한 관계 싸움을 꺼려 하고 심지어 depressing하다고 여기기까지 함. 굳이 잔인한 복수를 택했을 리 없음. 하물며 그 방법이 불륜이나 살인이라면ㅋㅋㅋ
그러나 다니엘은 거짓말을 한 것처럼 느껴졌음. 초반부터 다니엘의 진술이 흔들렸던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마지막 아버지와의 대화를 진술한 건 어머니를 지키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이었다고 느껴짐. 가족을 잃은 아이가 또다른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반려견까지 걸었다면, 그 이유는 분명 더 가까운 가족이자 보호자를 지키기 위함이었을 것임.
우리의 삶 중 어디까지가 현실이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이 영화의 핵심임. 두 현실의 공존은 소설에서도, 재판에서도 등장함. 어머니가 떠났다면/안 떠났다면? 아버지가 자살했다면/살인당했다면? 어머니가 무죄라면/유죄라면? 싸움이 현실이라면/싸움까지의 과정도 현실이라면?
그런 점에서 아마도 마르주의 "나는 선택을 하라고 했어, 가짜 현실을 믿는 게 아니라. 이 둘은 다른 거야"라는 대사가 다니엘에게는 '현실엔 진짜 가짜가 없고 내가 선택한 현실만 있는 거구나, 그렇다면 나는 엄마가 있는 현실을 고르겠어'라고 와닿지 않았을까 싶음. 산드라 소설처럼.
그렇기에 산드라나, 특히 다니엘은 영영 애도를 마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음. 다니엘은 그 거짓말을 통해 어머니를 지켜냈지만, 어머니의 결백은 포기한 거니까. 영영 그 거짓말이 아니었다면 어머니가 유죄인 결말을 얻었을까, 그 평행 우주의 나는 어떨까 생각하며 살아가겠지. 이걸 잘 보여주는 게 마지막 장면, 다니엘이 "엄마가 돌아오는 게 무서웠다"고 하는 대사라고 생각함. 엄마는 돌아왔지만 예전의 단란한 가정 속 엄마는 영영 돌아오지 못할 테니까.
그럼 산드라는? 사실 산드라는 남편을 털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왜 이걸 확신하지 못하고 찝찝해 하냐면...
산드라는 (거의) 항상 다니엘에게 영어로 대화함. 다니엘이 프랑스어를 써도, 심지어 마르주 앞에서도 진심을 전할 때는 영어로 대화함. 근데 마지막 대사 "엄마도 돌아오는 게 무서웠어"는 프랑스어였음... Moi aussi j’avais peur de rentrer, 마치 프랑스어를 강요했던 재판과, 애초에 프랑스에 살게 한 남편의 그림자가 드리운 듯이? 이것도 과대해석일 수 있겠지만ㅇㅇ
그 밖에... 뱅상 욕 꽤 쓰더라 shitty strategy 하는 거 웃겼음ㅋㅋㅋ 그리고 fuck도 두 번 나온 듯
암튼 진짜 좋은 영화였다 잔잔한데도 전개가 뚜렷하고 두 시간 넘는 상영 시간 동안 지루하다는 생각이 하나도 안 들었음ㅋㅋㅋㅋ 그리고 확실히 처음 볼 때는 산드라 서사만 열심히 따라가다 뱅상 나오면 그냥 스완... 스완아를로 잘생겼다... 스완... 이 생각밖에 안 들었는데 두 번째로 보니까 뱅상의 서사 자체에도 좀 집중이 되는 거 같았음 그치만 이제 또 보게 되면 마음 놓고 스완 얼굴을 감상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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