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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족이라서 다행이예요."앱에서 작성
ㅇㅇ
23-12-05 20:33
https://hygall.com/575075390
저게 아버지를 꼬셔서 결혼했다는 새엄마?
"우리가 가족이라서 다행이에요."
호숫가에서 입을 맞춘 조지가 말했다. 나는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조지에게는 순수하게 가족으로서의 애정표현인 것 같았다. 우리가 가족인 것은 맞지만 왜 다행이라는 걸까? 조지의 말은 한참 동안 내 가슴에 머물러 있었다. 서로 의지할 수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걸까? 가족이 아니었으면 어떻다는 걸까?
그날 이후로 조지는 때때로 입을 맞춰왔다. 산책 할 때는 엄마생각이 난다며 내 손을 자기 팔에 걸고 걷기도 했다. 경계심 많은 고양이가 조금씩 마음을 열듯이 어떤 때는 살갑게 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냉랭하기도 했다.
조지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려보았다. 깍듯하게 예의를 지키긴 했지만 그것은 나에 대한 적대심, 어머니 타이틀을 가져간 것에 대한 미움을 가리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에 비하면 적당히 풀어진 지금이 훨씬 마음이 편하긴 했다.
'고집 센 아이야.' 돌아가신 맥카이 경이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고집이 세고 섬세한 아이지.'
아버지는 아들을 사랑했다. 하지만 부자간의 골은 너무 깊었고, 아들은 아버지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아들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도 오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 분이 나에게 거신 기대에 맞게 행동하는 것 뿐이었다.
'자네는 2월 같지, 살그머니 찾아와서 언 땅을 녹이니까 말이야. 내 아이에게도 그리 해줬으면 좋겠네.'
과분한 평가였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
행복한 삶, 조지는 요즘의 자신의 삶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행복해서 불안하기도 한 삶. 조지는 최대한 많은 것을 기억하려고 했다.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의 풍경, 빛이 들어오는 각도, 따듯한 스프에서 올라오는 김과 그 사이로 보이는 상대방의 눈동자, 자신이 글을 쓸 때 복도을 자박자박 걸어다니는 발소리, 채마밭을 가꾸는 모습. 모든 것이 한정된 시간과 공간안에서 보여지는 것이고 언제든지 처음부터 없었던 것 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
조지는 어렸을때 부터 조숙한 편이었다. 어렸을 땐 행복이 유한하다는 생각을 하면 괴로워 지기 때문에 행복한 기분이 들면 바로 그것을 부정하곤 했다. 지금은 그것을 후회하지만.
밤이 되어 잘 시간이 되면 허니는 늘 조지의 뺨에 굿나잇 키스를 해주고 맞은 편 방으로 들어간다. 꼬마조지가 우겨서 조지가 부탁한 것이긴 했다. 그런데 굿나잇키스를 받는게 의외로 기분이 좋아서 조지는 꼬마조지를 칭찬했다.
조지는 문 너머에 허니가 있다는 생각이 들때면 기분이 이상했다. 몇 걸음만 걸으면 손이 닿을 거리에 가족이 있다는 것,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감각이었다.
'가족아닌데?'
어린 조지가 마음 한켠에서 불퉁해져선 말한다.
'그럼 뭐 식구라고 할께. 가족이라는 말이 불편하면.'
'맘에 안들어.'
'그럼 어떻게 해줄까? 원래 하기로 했던 것 처럼 쫒아낼까? 그럼 이 집을 팔던지 해야해. 알잖아.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최선이라는 것을.'
어린 조지는 구시렁거리며 다시 의식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어린 조지는 조지가 만들어낸 또 다른 자아였다. 자신의 약한 모습은 전부 어린 조지가 담당했고 자신은 그런 어린 조지를 달래고 어른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심리적인 방어기제를 만들어왔던 것이다.
이것은 참으로 편하기도 했거니와 자신의 욕구를 객관화 할 수 있어서 정신적인 문제를 좀 더 간단한 방식으로 다룰 수 있었다. 어린 조지를 존중해 주기만 한다면, 조지는 어머니처럼 되지 않을 것이다.
*****
허니는 엄마노릇을 하려고 들지 않았다. 누나나이 뻘이긴 했으나 그렇다고 또 누나같이 굴지도 않았다. 요구도 많지 않았고 입맛도 소박했다.
허니가 자신에게 요구한 것은 딱 하나 였으니, 자신의 앞으로 나오는 연금 가운데 생활비를 제외하고 일부를 동생에게 보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집이 어렵다고 했지.'
그것은 당신의 돈이니 마음대로 처분하라고 했다. 허니는 그럼 우체국에 다녀와도 되냐고 물어서 그렇게 하라고 했더니 퍽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아마 내가 마을로 내려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것을 신경쓰고 있었던 것 같다.
오늘 변호사가 와서 유산분배에 대한 최종처리를 확인하고 갈것이다. 변호사만 입단속시키면 허니가 내 새엄마라는 소문은 나지 않을 터였다.
허니는 어느모로 보나 나의 엄마와는 정반대였다. 아마도 그래서 아버지가 허니를 택했겠지. 그리고 아버지의 아들인 나도 허니가 꽤 마음에 들었다. 아마 이 점이 꼬마조지의 심기를 거슬렀을 것이다. 엄마를 부정하는 것 같아서.
변호사가 왔다. 런던토박이로 아버지때부터 재산관련한 일을 일임해서 처리하는 회계팀 소속이었다. 뺀질뺀질한 외모에 짐짓 신경 안쓰는 척하면서도 빼입은 꼴이 나는 늘 꼴보기 싫었다.
금전적인 부분은 의외로 깔끔했다. 부동산을 제외하고는 허니가 3 내가 2의 비율로 받았다. 허니의 경우는 연금식으로, 나는 기존 증여받은 것에 추가분만 일시불로 받았다. 메이벨 저택에 대해서 좀 복잡했는데 이곳은 원래 어머니의 소유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와 허니에게 숙고할 수 있는 기간이 주어졌고, 이제 막 그 숙려기간이 끝났다.
변호사는 허니가 런던에 있을때부터 몇 번 봐왔는지 허니를 보자 무척 반가워했다.
"메이벨에서는 잠깐만 있다가 런던자택으로 올라오실 줄 알았는데요."
"거기는 제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아서요. 거기 있으면 제가 집의 주인인 것 같지가 않아요. 사람들 눈도 있고요."
사정을 듣자하니 런던집에서 허니가 사용인이었던 모양이다. 런던 사교계에서 허니를 곱게 볼리가 없었겠지. 다른 하인들도 허니를 여주인으로 섬기려 하지 안았을 것이다. 아버지가 살아계실때라면 몰라도. 허니가 메이벨로 내려온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신경이 고래심줄 같은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나보다.
"그럼 런던집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아버지가 살던 집, 나와 엄마를 버리고 런던으로 도망가서 혼자 편하게 살던 집이라 나는 그곳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다. 물론 허니가 상속받은 집이라 나는 아무권리도 없기도 했다.
"그냥 뒀으면 좋겠어요. 원래부터 제 것이라고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요."
"동생들 있다며, 가족들 들어가서 살게하면 안돼요?" 내가 불쑥 개입을 하자 허니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저희집은 신분이 다르잖아요. 그런 저택에 익숙하지도 않고 그냥 제가 생활비를 보조해주는 편이 나아요."
허니가 나와 이 집에서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는 것에 대해 변호사는 적지않게 놀란 것 같았다. 변호사는 허니를 걱정한다는 표정으로 "괜찮겠어요?"를 연발했다. 내가 무슨 괴물도 아니고, 나랑 산다는데 왜 변호사가 저렇게 예민하게 구는가 싶었다. 허니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고 아주 좋다고 말했다. 우리는 서류에 싸인을 했다. 이제부터는 정말 메이벨 저택은 법적으로 공동소유인 것이다.
변호사는 허니와 단둘이 할말이 있다고 했다. 나는 알았다고 하고 멀리서 지켜보는데 변호사가 가슴께에서 봉투하나를 꺼내서 허니에게 넘겨주었다. 허니는 변호사가 하는 말을 성실히 듣고 있었다.
변호사는 또 허니를 걱정하는 표정으로 허니의 손을 잡고 뭔가를 신신당부했다. 허니는 변호사를 꽤 신뢰하는지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다 믿는 것 같았다.
나는 변호사가 말하면서 잠깐씩 허니의 몸에 손을 대는게 아니꼬와서 쳐다보고 있었는데 시선이 느껴졌는지 허니가 고개를 돌려 나를 흘낏 바라보았다.
허니와의 볼일이 끝났는지 변호사가 와서 악수를 청했다. 나는 변호사에게 허니가 새엄마라는게 마을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그는 이해한다고 했다.
"봉투, 뭔지 물어봐도 돼요?"
변호사가 떠나고 나서 내가 허니에게 물었다.
" 제가 재혼을 생각하게 되면 그때 열어보라고 어르신이 써놓은 증서래요. 재혼하게 되면 유산에 대한 처분이 좀 달라질 수도 있나봐요. 연금식이니까요. 그래서 재혼할 생각있으면 꼭 자기에게 연락하라고 하더라고요."
"재혼?"
한번도 예상해보지 못한 사실이었다. 허니가 재혼하게 되면, 그리고 재혼상대가 원한다면 이 저택을 팔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고인을 보낸지 얼마나 됐다고 제가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
허니는 말도 안된다는 듯이 푸스스 웃었다. 하지만 나는 이 변호사놈이 허니가 물려받은 재산도 아는데다가 사리에 밝지 않는 것을 이용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자가 허니를 구워 삻아서 자신과 재혼하도록 한다면 내가 막을 수 있는 방도가 없었다.
지금까지는 허니가 메이벨을 빼앗아 갈수도 있는 사람이었다면, 이제는 허니가 메이벨 저택 자체가 되었다. 허니를 빼앗기면 메이벨도 마찬가지다.
맥카이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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