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묺 한국 아가씨들이 정신 차리라고 그랬잖아앱에서 작성
ㅇㅇ
24-03-01 22:25
바람개비2 - 사이토 마리코
크게 부푼 머리 스타일과 당당한 몸매
춤추는 듯 춤추는 듯 거리를 가는 한식 교복 차림 아가씨들
그것은 삼일독립운동 당시 이화여전 학생들의 모습이다
폭넓은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이제 때가 왔다는 듯 행진해 나가는
그 유명한 사진을 볼 때마다
따를 수 없구나 생각했다
(...)
'이대 한 학우에게서 전세계 이성에게로 호소한다'란 장시 한 편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한 학우는 친한 지도자 블라디미르 일리치를
잊지 말라고 호소하는 것이었다
전세계 이성들은
전세계 이성들은 그때 뭐하고 있었을따
전세계 이성들은 회사 다니며 학교 다니며 혹은 굶어 죽으며
티브이 있는 사람은 티브이 뉴스를 지켜보며
되도록 정신 차리려고 하는 바람개비였지만
바람은 지금 사방팔방으로 불고 있는 거다
역사란 언제나 철없는 주역이고
나중에 중요한 재판이 있을 때마다
결코 스스로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 영웅 없는 시대는 시시하다 그러나
영웅이 필요한 시대는
무섭다
생각해보면 저 사진에 나온 아가씨들도
전세계 이성 앞에서 씩씩하게 행진해 보였는데
하도 답답한 전세계 이성이구나
사진의 아가씨들이여 언니들이여 지금은 안 계시겠지만
지금도 보고 계시는 거죠,
언니 후배들은 잘 있어요, 매우 곤란한 상태로 있지만
그래도 후배 하나는 어제 저한테
여자로 태어나기를 잘했다고 그랬어요
그리고 나는 묘하게 편들고 싶어지며
호소문의 절반밖에 못 알았는데도 불구하고
전세계 이성아 제대로 들었니
한국 아가씨들이 정신 차리라고 그랬잖아 일단 들어봐라
잠들어 있었나 전세계 이성아
하고 주변을 노려보면서 걸어갔더니
네 이성부터 어떻게 해 라고
까치가 흥 하고 지나갔다
ㄱㄴ에 '총독부에 다녀올게'를 쓴 이바라기 노리코처럼 펄럭을 사랑한 쪽본 여성시인 중에 한명인 사이토 마리코
이분도 쪽본의 만행을 시로 폭로하는 한편 페미니즘적인 시를 많이 썼고 펄럭 소설책을 엄청 많이 번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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