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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이 신기단 리플레이하면서 톨비쉬한테 고백하고싶다앱에서 작성
ㅇㅇ
24-02-23 20:17
밀레톨비/톨비밀레 신기단 ㅅㅍㅈㅇ
아포 미는중이라 설정 틀릴수있음... 리플레이 관련 설정 날조함
톨비쉬 타이틀 따려고 리플레이 하는김에 고백하고 싶어져서 씀
ㅃ하게 타이틀이나 다른 목적 있어서 헷갈리게 하는 선택지 고르면 npc들 입장에선 위협적일 것 같음
"뭐 겸사겸사 세계를 구하는 것 정도 많이 해 보지 않으셨습니까?"
"어, 이거 혹시 비꼬는 거였나요?"
"예?"
밀레시안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톨비쉬는 에린의 영웅이라 불리는 이를 오래 관찰해왔으나 여전히 그랬다. 그의 언행은 지극히 단순한 원리를 따르는 것 같다가도 크고 작은 모순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기사단의 주시 대상은 뛰는 시간도 아껴가며 눈 깜짝할 사이에 상급 던전을 클리어하고는 암탉을 쫓느라 해가 지도록 던바튼 외곽을 돌아다녔다.
처음 대면하여 눈을 마주쳤을 때 밀레시안의 얼굴이 순간 밝아졌던 것을 기억한다. 그곳에는 조력자가 등장했다는 안도와 함께 출처 모를 묘한 반가움이 담겨 있었다. 톨비쉬는 스스로의 목소리가 상대에게서 메아리마냥 울리는 듯한 착각을 겪었다. '드디어.' 이 만남을 고대하면서도 두려워했던 시간에 비하면 자그마한 반향이었다.
평생 반복해온 일은 쉽게 기계적인 작업이 된다. 톨비쉬는 잠깐 상념에 빠진 사이 옆에 다가온 기척을 깨닫고 고개를 돌렸다.
"밀레시안 님."
"놀랐나요? 미안해요."
"아닙니다. 반대쪽은 벌써 다 둘러보신 겁니까?"
"우리 강아지가 발이 빨라서요."
밀레시안이 방긋 웃었다. 잠깐 생김새가 단순해진 것처럼 보일 만큼 순진한 미소였지만 톨비쉬는 되려 긴장했다. 상대가 적의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가 모르는 사이에 접근하기는 훨씬 어려웠겠으나, 눈 앞에 있는 이가 의중을 알 수 없는 강자라는 사실은 변함없었다. 밀레시안은 그들이 수행하는 임무의 대부분을 기사단원보다 배는 쉽게 해치울 수 있었다. 그가 협조적이지 않았다면 모든 일이 지금보다 복잡해졌을 것이다.
"역시 대단하시군요."
"......톨비쉬는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이네요."
톨비쉬는 그제야 완전히 몸을 돌려 밀레시안을 마주했다. 밀레시안은 다소 풀이 죽은 듯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톨비쉬는 시선을 맞추고 가면인지 가죽인지 알 수 없이 익숙해진 미소를 띄웠다.
"그런 말은 처음 듣습니다만. 저와 친해지고 싶으십니까?"
"네, 굉장히요."
"저로서는 영광이군요."
밀레시안이 바로 대답하지 않았기 때문에 짧은 대화는 곧 끊어졌다. 멀리서 그들을 부르는 아벨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앞으로 가봐야 했다.
냄비에서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났다. 밀레시안은 즐거워 보였다. 톨비쉬가 낚았던 갈치를 반질거리는 국자가 이리저리 뒤적였다. 알터는 방해가 되지 않게 떨어져서 구경하겠다고 했지만 불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져서 자칫하면 옷자락이 그슬릴 것 같았다. 고등어를 굽고 적당량의 소금과 후추. 찜통에 게와 샐러리. 개암버섯과 물, 소금 약간. 톨비쉬는 모래가 사각거리는 바닥에 앉아 축소된 창조의 신비를 받드는 기분으로 하나하나 완성되는 요리들을 바라보았다.
요리는 양이 제법 많았다. 맛을 가리지는 않지만 절대 적게 먹는다고는 못할 기사 다섯이 배불리 먹고도 남았다. 밀레시안은 음식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먹는 것도 즐기는지, 기사들에게 지지 않는 속도로 스튜며 조개구이를 해치웠다. 함께 식사하는 자리는 그릇을 들고 있는 동안 칼을 내려놓게 하는 힘이 있다. 식기 부딪히는 소리가 잦아들고 잠시나마 부드러운 고요가 흘렀다.
밀레시안이 냄비와 국자를 닦아 챙기는 동안 톨비쉬는 불 자리를 정리했다. 밀레시안은 가까이에 서서 물건이 들어갈 자리를 찾는 듯 가방 여러 개를 열었다 닫았다 하고 있었다. 톨비쉬는 정적을 잠시 메꿀 셈으로 입을 열었다.
"갑작스러운 부탁이었는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요, 재미있었어요. 요리는 오랜만이네요. 원래 좋아하는데 요즘엔 여유가 없어서."
무슨 일로 여유가 없었는지는 서로가 지나치게 잘 알았다. 지금은 그의 목소리에서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놀라웠다. 톨비쉬가 덧붙일 말을 찾지 못하는 사이 밀레시안이 말을 이었다.
"음... 우리는 대부분 선의로 움직이지만, 사실 정의에 그다지 관심이 있지는 않거든요. 세상을 구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만든 요리를 누가 맛있게 먹어 주거나,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더 기뻐요."
"그렇군요. 모두 가치 있는 일입니다."
"당신과도 친해지고 싶은데. 좀 친해진 건가요?"
"임무에 협력해 주시는 분이니, 사적인 감정을 논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만...... 조금 친해졌다고 해도 되겠지요."
대답은 남의 입에서 나오는 것처럼 매끄러웠다. 밀레시안이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말을 그대로 믿은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저와 친해져서 좋은 일이 없을 텐데요, 톨비쉬는 마지막 말을 삼켜 버렸다. 목구멍 너머가 껄끄러웠다.
카즈윈의 마지못한 신뢰는 씁쓸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톨비쉬는 검을 바닥에 짚고 일어섰다. 계속되는 폭발음 때문에 귀가 먹먹했다. 사도가 날뛰어 마법의 빛과 부서진 바닥의 파편이 튀는 사이로 검을 든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밀레시안은 마지막까지 서 있었다. 손은 무기를 놓지 않았고 시선은 적에게 고정한 채였다. 밀레시안이 사도가 휘두르는 앞발을 간발의 차로 피하고는 몸통을 향해 달려들었다.
결국에는 행동과 선택이 사람을 설명한다. 이것이 선의라면 지옥 문턱까지 길을 닦고도 남을 것이다. 톨비쉬는, 숨이 끊어지려는 순간 황홀경에 빠지는 사람처럼, 갑작스러운 연민에 젖는다. 그는 지옥이 어떤 곳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약속을 입에 담은 것은 연민 때문이었다.
멋들어진 장면은 못 되었다. 공기 중에는 엄숙함 대신 피냄새와 탄내가 감돌았고 톨비쉬의 목소리는 피로와 통증으로 갈라졌으며 밀레시안의 창백하게 질린 얼굴은 흙먼지로 지저분했다. 그럼에도 톨비쉬는 이것이 그의 영혼을 건 맹세라고, 밀레시안은 그의 기대를 넘고 상상조차 넘어 그 말을 완전하게 이해했다고, 제 손으로 빈 관을 닫던 날보다도 오늘이 돌이킬 수 없이 중요한 날이 되리라고 느꼈다.
"고마워요, 톨비쉬."
밀레시안이 무기를 고쳐 잡으며 말했다. 공간을 가득 채운 소음을 뚫고 그가 한 말에 못을 박는 선명한 목소리였다.
- 알터, 만약에 네가 예전에 수행하다 다쳐서 엄청 아팠던 임무가 있는데, 그걸 또 하게 됐어. 이번에도 다치면 두 번째니까 좀 덜 아플까?
성소에 들어설 때부터 긴장해 있던 밀레시안이 알터에게 영문 모를 말을 했다는 것을 톨비쉬는 나중에야 알게 된다. 그가 어떤 고통을 예상했거나 걱정했는지는 끝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에게 어떤 방법으로든 미래의 일을 일부나마 알 방법이 있었다면, 짐작할 수 없는 바는 아니었다. 낙인 찍힌 듯 선명한 기억들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것은 살아있는 몸에 날붙이가 박히는 소름끼치는 소리와, 신성력을 두른 방패의 푸른빛 사이로 빛나던 한 쌍의 눈이다. 톨비쉬는 그 눈 안에서 간절한 호소와 함께 새파랗게 불타는 욕망을 보았다.
힘겨운 싸움이 끝나고 모두가 떠난 성소 안을 맴돌 때, 그리고 다시 찾아온 밀레시안을 만났을 때까지도 톨비쉬는 그 빛과 시선 아래에 있는 것만 같았다. 착각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를 바라보는 밀레시안은 여전히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톨비쉬, 떠나기 전에 잠시만요."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다시 만날 수 있나요?"
"신께서 인도하신다면 언제가 또 뵙겠지요."
"보고 싶을 거예요."
톨비쉬는 대화가 끝났다고 생각했으나 밀레시안은 그의 팔을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온갖 무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손에 뿌리칠 수 없는 힘이 실렸다. 밀레시안이 다시금 눈을 맞추고는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입을 열었다.
"세계를 구하는 건 내 목표였던 적이 없다고 내가 말했던가요? 내가 원하는 건 낙원도 멸망도 아니에요. 나는 당신을 원해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세계는 열 번이라도 구해줄 만큼."
그 욕망이 향하는 곳이 어디였는지가 마침내 본인의 입으로 밝혀졌다. 과거에 봤던 것을 되짚어볼 여유는 없었다. 밀레시안의 목소리는 여러 번 다듬어진 글처럼 차분했으나 그럼에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톨비쉬는 언어보다도 공기로 말의 무게를 느꼈다. 여행자의 탐욕은 어린아이처럼 소박하고 절제가 없다.
"지금 대답을 바라지는 않아요. 그래도 이건 알아줘요. 나는 이 세계의 모든 것을 사랑하지만, 당신 하나만으로도 내가 이곳에 돌아올 이유는 충분해요."
설령 밀레시안이 요구했더라도 톨비쉬는 대답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밀레시안은 돌아올 말을 기다리는 대신 자기 말을 잘 들었는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또는 무언가 담아 기억해두려는 것처럼, 그의 눈을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손을 놓아주었다.
"그러니 또 봐요, 톨비쉬. 당신이 내게 오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을 찾아갈게요."
어쩌면 그 말이 그가 앞으로의 생을 바칠 명령이 될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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