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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메이저면 알인씹인데도 요상하지 않을까앱에서 작성
ㅇㅇ
24-02-23 20:10
알파는 오메가의 페로몬에 이성을 잃는 색마에 불과했어
게다가 오만하기까지 해서 오메가의 티클만 한 동정에도 자제력을 잃었지 그러니 오메가가 알파의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건 당연하잖아
그에 비해 베타는 평범했어 아니 실은 오메가로 이루어진 상류층 입장에서 볼 땐 별 볼일 없는 패에 가까웠지만 말이야
그런 오메가선호사상 속에서 자란 마크는 자신이 베타인 것에 늘 불만을 품고 있었어
제가 교내에 오메가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도 쿼터백을 차지해도 뒤에선 베타 주제에 독종이라는 말이 꼭 따라붙곤 했지 제 노력 따윈 아무도 봐주지 않았어
그래서 보여주고 싶었지 자신의 능력을 제가 오메가 보다 더 낫다는 걸 증명받고 싶었어 오메가 사촌들이 집안 사업의 중요한 자리를 다 차지하고 겨우 제 몫으로 떨어진 작은 계열사의 말단 자리도 군말 없이 들어갈 만큼 말이야 오직 제 능력을 인정받겠다고 밤낮없이 일한 마크가 마침내 팀장 자리까지 올라갔을 때
그는 알파로 발현했어
세상은 불공평해 삼십이 넘어서까지 베타로 살다 갑자기 알파로 발현하다니 저는 그저 열심히 일했던 것뿐인데 마크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질 틈도 없이 집안 어른들은 마치 그가 알파로 발현하길 기다렸다는 듯 선 자리에 밀어 넣어버렸어
너처럼 다 늙은 알파도 받아준다니 그것만으로 감사해야 한다.
라는 말에 마크는 헛웃음이 절로 나왔지 제가 알파가 되었다는 이유 하나로 지금까지 쌓아온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고작 오메가의 본처 자리에 가게 되는 걸 감사히 여기라니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지 모든 걸 다 잃은 마크는 더 이상 거리낄 게 없었어 집안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사라진 그는 증오와 원망으로 가득 차 어떻게든 이 선 자리를 파투 내어 집안에 먹칠을 하겠다는 마음뿐이었지
“안녕하세요. 저는 메이저예요. 메이저 메이저 메이저.”
“... 저는 마크 레이놀즈입니다.”
마크는 순한 얼굴의 메이저를 보자 잠시 생각이 멈췄어
알파에게 존대를 하는 오메가라니 처음 보았지 혹시 제가 알파라는 걸 듣지 못했나 싶을 정도로 되려 제 눈치를 살피는 메이저에 마크는 당장 훼방을 놓겠단 분노가 허무하게 식어버린 참이었어
“저어..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저는 따뜻한 나라가 좋아요.”
“메이저씨가 마음에 드시는 곳이라면 저는 뭐든 좋습니다.”
“정말요? 다 좋아요?”
알파와 오메가의 결혼식은 베타와의 결혼식과는 판이하게 달랐어 오메가 밑에 꿇어앉은 알파가 복종 맹세를 하고 오메가의 소유임을 나타내는 목줄을 차는 의식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거였지 그런데 여느 베타들처럼 신혼여행에 설레는 오메가라니 마크는 기가 찼어 혹시 어디가 모자란 오메가일까
아이처럼 좋아하는 메이저를 바라보면서 마크는 차라리 이런 사람과 결혼하게 된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지 절망적인 체념에 빠졌어
이후 몇 번의 만남도 처음과 다르지 않았지 메이저가 마크에 대해 궁금해해서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다 했던 게 화근이었을까 메이저는 상기된 얼굴로 어떤 서류들을 잔뜩 내밀었어
“... 이게 뭡니까.”
“마크가 발현이 늦어서 대학도 나오고 화사 생활까지 한 줄 몰랐어요. 혹시 이 기획안 어때요?”
하 역시 오메가는 오메가인 걸까 마크는 순식간에 표정을 굳혔어
네가 아무리 배웠어도 이젠 알파니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거겠지 서열정리를 이런 식으로 할 줄은 몰랐는데 마크는 순진한 메이저의 외향에 방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받은 적도 없는 배신감마저 들었지
조신한 알파라면 감히 오메가님이나 보시는 서류 같은 건 알지 못한다고 해야겠지만 마크는 그럴 마음이 추후도 없었어
“.... 글쎄요. 시중의 제품을 조금 변형한 것이라 복제품 수준밖에 안될 것 같네요. ”
“이건요?”
“.. 이건 예산이 터무니없이 높고, 또 이 안건은.. 하, 언급하고 싶지 않네요. 그나마... 이게 괜찮고.”
알파 주제에 오메가 앞에서 건방을 떨었으니 이 결혼은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한다면 마크는 미련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생각이었어 집안에서 퇴출된다 하여도 아무 상관이 없었지
그동안 마크가 멍청히 당하고만 있었던 건 아니야 비록 사회적 지위를 박탈당했어도 그동안 모아온 돈은 악착같이 빼돌린 그였어 불법 베타 시술을 받다 죽든 실패해서 반쪽짜리 베타가 되든 지긋지긋한 집안에서만 벗어난다면 뭐든 괜찮을 것 같았지
그러니 어서 아무 말이라도 해보라는 듯 마크는 메이저를 삐딱하게 바라보았어
“.... 와. 마크 정말 유능하네요. 다시 한번 반했어요!”
“... 뭐라고요?”
“그래서 말인데 마크. 우리 화사에서 일해보지 않겠어요? 베타로 살았으니까 집안에서 내조를 하는 것보단 같이 출근하는 게 더 좋지 않아요? 저는 내조도 필요 없고.. 아니 실은 내조보다 외조가 필요 하긴 한데..”
마크는 어이가 없었어 첫 만남 때처럼 맥이 다 빠졌지
그러니까 저를 시험해 본건 맞는데 그 시험이란 게 알파로서의 주제 파악이 아니라 자신의 업무 능력을 알아봤다는 거잖아 와르르 말을 쏟아내며 흥분한 메이저에게선 옅은 풀꽃 향이 새어 나왔어 오메가들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자신의 향을 진하게 풀어대곤 해 그 밑에서 발정 나 어쩔 줄 모르는 알파들을 희롱하려고 말이야 다행히 마크는 발현이 늦은 탓인지 그향들에 흥분되기보다 머리가 아팠는데
메이저의 옅는 풀 꽃 향은 왜인지 마음이 차분 해졌지
“마크! 내말 듣고 있어요? 진지한 얘기란 말이에요!"
“... 죄송해요. 다시 말해주세요.”
“아이참! 마크 그러니까- ”
향에 빠져 멍해진 마크를 보며 메이저는 입술을 삐죽거렸어 감히 자신을 무시한 알파에게 화를 내기는커녕 투정을 부렸지 제가 알던 오만하고 권위적인 오메가들과는 너무 다른 메이저에 마크는 이제 정말 될 대로 되란 기분이 들었어
—
“대표님.”
“히익— 마크. 아, 아니 이사님 제가 이것만 하고 메일을 보려 했는데.. 급, 급한 건가요? 미안해요. 제가 지금 바로 확인..”
“.. 여보. 지금 점심시간이에요."
“아 뭐예요! 마크.”
얼마나 집중했길래 점심시간인지도 몰라요? 마크의 가벼운 타박에 메이저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지
마크는 결혼 후 많은 것이 달라졌어
결혼한 알파는 오메가를 섬겨야 한다는 근본적인 것은 그대로였지만 메이저가 말한 대로 마크는 위의 보편된 알파의 삶을 살진 않았지
메이저가의 지주회사에서 이사직을 맡게 되었을 때 그는 처음엔 기쁨보다 회의감이 앞섰을 거야 제가 베타일 때도 올라가지 못한 자리를 오메가의 허락 하나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비참하기까지 했지
하지만 결국 마크는 메이저의 사랑에 함락당하고 말았어
아무리 대표의 뜻이라곤 하지만 감히 알파가 회사의 이사직을 맡을 수 있는 거냐고 주주총회에서 오메가들이 반발해도 메이저는 절대 제 뜻을 굽히지 않았어 부하직원들의 도를 넘는 뒷말 역시 칼같이 징계했고 말이야 제 앞에선 꽃 하나 제대로 못 꺾는 사람인데 누가 마크를 비난하면 잔뜩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가 되곤 했지
그러니 마크가 메이저를 사랑할 수밖에
아직 마크가 메이저를 사랑하지 않을 때도 아무렇지 않게메이저는 언제나 자신을 존중해 주었어 상류층에서 친목 도모를 위해 자주 열리는 사교 파티조차 알파를 장난감처럼 데리고 노는 게 싫다며 절대 가지 않는 그런 메이저에 익숙해질 무렵 마크는 제 역량을 인정받았지
여전히 뒷말이 새어 나오긴 해도 적어도 이젠 그가 알파라는 이유로 마크의 업무능력까지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어
—
“여보 내 사랑, 조금만 더요.”
“흐응, 마크 힘들어요. 안 할래..”
마크는 못 들은 척 메이저의 속살을 파고들었어 그럼 메이저가 버거운 신음을 흘리며 원망 서린 얼굴로 마크를 바라봤지만 딱 그뿐이었지 마크는 그런 메이저를 꼭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쉴 새 없이 되뇌었어 알파가 잠자리에서 봉사는커녕 멋대로 구는데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나에게만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주인님
마크는 메이저의 손을 끌어 제 목줄에 가져다 대면서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지
이제 마크는 더 이상 다른이들의 인정 따위 관심 없었어
오직 제주인인 메이저의 칭찬과 사랑만이 필요한 충직한 알파일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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