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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맨너붕붕으로 클리셰 돋는 센티넬 가이드물 5앱에서 작성

ㅇㅇ 24-03-31 21:12
조회 1,204 추천 1 댓글 0


 



허니는 교육생들의 모든 일정이 끝났을쯤 행맨을 찾아갔다. 행맨은 훈련을 마친 후 샤워를 하고 나오던 중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허니를 보고 눈썹을 추켜세웠다.   “무슨일이야? 내가 너무 보고싶어서 찾아왔어?” 행맨은 금세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본래의 페이스를 찾았지만 이어지는 허니의 대답에 또다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 “...이렇게 적극적인 스타일인줄 몰랐네. 처음에 손도 못잡고 벌벌 떨때가 있었는데말이야, 이제 말도놓고” 행맨이 하얀색 티셔츠를 입으며 말했다. “낯은 심하게 가리는데 적응이 빠른스타일이라서. 게다가 내 스타일을 알만큼 대화한적은 없지 않아?” 허니가 쿵쾅대는 심장을 다독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불만있으면 그쪽도 존대하지?”   오기가 났다. 빌어먹게도 자신에게만 발현되는 호르몬 작용이라던가, 혼자 초조해하고 행맨은 너무나 여유로워보이는 상황이라던가 쥐도 궁지에몰리면 고양이를 물고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대는법이다.  허니는 잠자리까지 함께한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숨길만한 성격이 못되었다.   행맨은 의외라는듯이 허니를 쳐다봤다. “그건 그렇고, 우리 일주일에 세번 가이딩해야하는거 알지?” “그건 신경안써도 돼. 형식적인거야” 행맨은 이제 귀찮다는듯 손을 대충 휘젓고 복도를 걸어갔다. 허니는 행맨을 따라가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싫어. 하라는거 안했다가 문제생기는거 딱싫어. 의료반에서 그쪽 훈련량이랑 형질 계산해서 처방해준거니까 할건 해야해” “그런거 귀찮아서 우리 그동안 한번에 끝냈었잖아. 이번에도 그렇게하면 돼” 허니는 화를 꾹 참고 대답했다 “그건 그쪽이 여기 들어오기 전 얘기지. 여기는 난이도나 훈련량이나 센티넬중에도 최상위 센티넬아니면 감당못하는 곳인데. 최소로 필요한 가이딩 양이 다르단 말이야” 행맨은 발걸음을 멈추고 허니를 눈살을 찌푸리며 쳐다봤다. “우리가 그렇게 자주보고 그런 찐한사이는 아니지 않아?” 예전의 허니라면 상처받았을게 분명하다. 아니, 지금이라고 받지 않는건 아니지만 그런 행맨의 말에 대답할 기세 정도는 키웠다. “우리가 찐한사이라 가이딩하나? 그쪽이 폭주돼서 불쌍한 사람들 다칠까봐 가이딩하지?” 새삼 처음 봤을때와 참 많이 달라진 허니가 이것만은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행맨은 그런 허니의 모습에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떠나갔다.   “ 오늘 4시까지 집으로와” *   허니는 행맨에게 줄 것들을 챙겨서 숙소를 나섰다. 훈련소에서 팔았던 모자라던가, 탑건 내 직원들이 인정하는 맛집 빵이라던가, 언젠가 행맨이 흘러가듯 말했던 과자라던가   행맨이 지급받은 관사는 굉장했다. 높은 등급의 센티넬에, 높은 직급의  장교에게는 이층집의 저택이 주어지는 듯 했다. 행맨은 무엇인가를 잔뜩 싸들고온 허니를 보며 의아한표정을 지었다. 허니가 하나하나 설명을 하며 행맨의 손에 쥐어주자 행맨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더니 헛웃음을 쳤다. “참나, 태어나서 이런 선물들은 또 처음 받아보네” “그냥, 별건아니지만 생각날때마다 하나씩 샀어. 필요없으면 버려도돼 상관없어” 행맨이 복잡한 얼굴로 허니를 쳐다봤다 “...내 생각을 해?” “수업 안들었지? 하지, 당연히. 그쪽이 이상한거야. 나는 정상인거고” 허니는 스스로 처음 미국에 왔을때와 비교해 본인의 성격이 참 많이 바뀐것을 실감했다. 원래의 자신이라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아무말도 못하고 부끄러워 허둥지둥 했을텐데.  2년이 넘게 혼자 허둥대던 허니는 체념을 했고 체념은 허니를 강하게 만들었다. 저사람은 날 안좋아할 사람. 저사람은 다른 가이드가 있는사람. 이제 나혼자 실컷 좋아하다 끝날사람.  이뤄지지 않을 사이라는걸 인지한 뒤로는 부담감이 덜해졌다. 마음을 어서 퍼부어서 빨리 털어내야지. 허니는 생각했다.   거실 소파에 앉아 가이딩을 시작했다. 행맨은 그제야 살겠다는 듯 한숨을 쉬며 뒤로 몸을 기댔다.   * 가이딩이 끝나고 행맨과 허니는 함께 하드덱으로 향했다. 하드덱에는 이미 얼큰하게 취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로 들떠있었다. 행맨은 본인을 반기는 목소리를 따라 자리를 잡았다. 허니는 자연스럽게 의료반 동료들 무리로 들어갔다. 술이 한두잔씩 들어가기 시작하니 탑건 교육생과 의료반 직원들은 너나할것없이 섞여들어갔다. 이후 일정을 위해 콜라만 마시던 허니의 옆으로 프리츠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술 취한거아니죠?” “좀이따 약속있잖아요. 콜라만 마셨어요” “한잔도 안마셨어요? 제가 운전하니까 허니씨는 마셔도 괜찮아요 가서 즐겨요~” “어떻게 그래요. 다 마시는데 혼자 안마시면 재미없잖아요. 나때문에 못마시는건데. 의리지켜야죠” “술 안마시면 재미없지 않아요? 그냥 지금 출발할까요?” “술 안마셔도 재밌긴한데, 다들 많이 취하면 귀찮아지니까… 그래요 지금 출발해요” 허니는 만난지 며칠 안된 프리츠가 편했다. 미국에와서 고생한 뒤로 같은 아시안에대한 소속감이 강해진 것도 있고, 프리츠의 젠틀한 매너와 솔직한 태도가 허니는 마음에 들었다. 허니와 프리츠는 왁자지껄한 무리를 피해 조용히 하드덱을 나섰다.   둘은 타운에서 가장 큰 마트에 들러 작은 소파나 책장, 각종 생활용품을 사고 허니의 숙소로 돌아갔다. 하나 둘 담기 시작하자 혼자서 이 많은걸 어떻게 옮기려고 했을까 싶었다.  극구 사양하는 허니 대신 프리츠는 직접 방안까지 짐을 옮겨주고 돌아갔다. * 혼자는 힘든 법이다.  연고지없는 타국에서 혼자 생활하는 아시안 여성에게는 더더욱이나 힘든 법이다. 허니는 며칠전 사왔던 가구들을 조립하느라 이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준비해야하는 공구들은 얼마나 많은지, 조립해야하는 가구들은 얼마나 무거운지 혼자서 땀 뻘뻘 흘려가며 시도하다 실패한 잔재들이 허니의 방에 흩어져있었다.   허니는 가이딩 받으러 올 프리츠를 기다렸다. 가이딩을 받기 위해 나를 도와주는 것이라 하였으니 언제건 찾아오겠지 싶었다. 그렇다면 가이딩을 여러번 더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다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도움을 받고 보상을 주는 깔끔한 관계가 허니는 제법 마음에 들었다. 행맨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허니는 주고 행맨은 받는관계라고 인식된 탓인듯 하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프리츠는 허니에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다른 용건으로는 몇번 봤다. 지나가면서라던가, 훈련중 가벼운 상처때문에 의료반을 들렀다던가 말이다. 그중에 용건이 가이딩이었던 적은 없었다. 허니는 엉망진창인 자신의 방을 보다가 결국 프리츠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 허니?” 프리츠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무슨일 있어요?” “아… 부탁할 일이 전화했어요. 공구함 좀 빌리고 싶은데, 혹시 가지고 있어요?” “그럼요 지금 어디에요? 바로갈께요” “꼭 지금 아니어도 돼요! 시간 편할때 아무때나 알려주세요 전에 같이 사왔던 가구조립이 너무 어려워서요” “지금갈께요”   프리츠는 허니의 방에 늘어져있는 가구들을 보다가 소리내 웃었다. “왜 미리 말 안했어요. 같이 해준다고 했잖아요” “저 조립하고 이런거 잘해요. 이번에는 공구가 부족하고 가구가 무거워서 혼자 못한거지. 원래 집에있을때도 친구랑 둘이서 다 했었어요” 허니는 자존심이 상해 얘기했다. 프리츠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구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진짜 조립 잘하시나봐요. 의자 같은것들은 혼자 다했네요? 가구 뼈대도 잘 잡아놨구요” “저 원래 잘한다니까요…” 허니가 너무 혼자 열을 냈나 싶어 말끝을 흐렸다.   프리츠는 능숙하게 가구를 조립했다. 일이 다 끝나고 프리츠는 겉옷을 챙겨 집을 나서며 말했다. “이제 위스키 한잔으로 안되겠어요. 밥도 같이 먹어주세요” 허니는 나가려는 프리츠를 붙잡았다. “밥만요? 가이딩은 안필요해요?” 프리츠는 곤란하다는 듯이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허니를 쳐다보았다. “가이딩도 받고가요. 그냥 가면 제가 너무 미안해서 안되겠어요” 프리츠는 팔을 잡아 끄는 허니에게 이끌려 소파에 앉았다. “혹시 싫으신건 아니죠? 저번에 가이딩 얘기 하시길래 필요하신 줄 알았어요. 다른 가이드가 있으신거면 그냥 제가 밥 대접으로 갚을,” “아니요” 프리츠가 두손을 들어 격렬히 흔들었다. “아니에요 그런거없어요 그냥, 갑자기 조금 미안해서요.“ ”미안해요? 뭐가요?“ “흑심 품고 도와준 거 같아서요...” 허니는 미소를 짓고 옆에 앉아 가이딩을 시작했다. 조용히 잡힌 손을 움찔거리던 프리츠가 얘기했다. “고마워요” “아니에요 제가 더 고맙죠 도움을 얼마나 받았는데” 프리츠는 민망한듯이 웃었다. 현재 신체 상황을 알려주는 프리츠의 시계가 안정을 뜻하는 초록색으로 변했을때 프리츠는 슬그머니 손을 뗐다. “원래도 별로 안좋아했지만, 행맨이 더 안좋아지려고하네요” 허니가 웃었다. “행맨이랑 계약 끝나면 꼭 알려주세요 허니씨. 꼭이요”   전편 : https://hygall.com/589109759 이게 행맨너붕붕인지, 프리츠너붕붕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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