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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너붕붕으로 로코가 보고싶다앱에서 작성
ㅇㅇ
24-03-29 01:16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하치가 불팬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인 건 불안해보이는 얼굴로 프렌티스 자리 근처에 서있는 한 허니였음. 육식동물이 가득가득 차있는 우리 안에 뚝 떨어진 가련한 초식동물 한 마리. 그 모습은 하치에게 리드를 처음 봤을 때를 떠올리게 했고, 저도 모르게 성큼성큼 큰 보폭으로 걸어서 허니 앞에 섰겠지.
"혹시 도움이 필요합니까?"
"네?! 아니, 아니요... 말씀은 감사하지만 괜찮아요. 그냥, 음, 누구를 좀 기다리고 있어요."
하치가 다가가 묻자 허니는 화들짝 놀라서 어깨를 푸드덕거렸고 말을 더듬기까지 했음. 반응이 좋은 그녀를 보니 하치의 마음 속에서 장난을 걸고 싶다는 욕구가 꿈틀거렸을거임.
"누구를 기다리고 있습니까?"
하치는 허니 쪽으로 한발자국 더 다가가면서 의도적으로 표정을 굳혔음.
"에밀리요. 에밀리 프렌티스를 기다리고 있어요."
허니가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면서 답했음. 덩치도 크고 누가봐도 호락호락하지 않게 생긴 사람이 추궁하니까 -그냥 단순한 질문이었을 뿐인데도- 허니는 긴장했을거임.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말이야. 교장실에 혼나러 불려간 학생이 된 기분이었음.
"프렌티스 말입니까? 그녀랑 무슨 사이죠?"
"친, 친↗구인데요."
허니의 목소리에서 삑사리가 났고 하치는 웃음을 참으려고 이를 꽉 물었을 거임.
"그걸 제가 어떻게 믿습니까?"
하치가 허니가 멀어진 만큼 다시 가까워지면서 물었음. 하치는 방어적인 몸짓언어를 보며 허니가 지금 상황을 불편해한다는 걸 충분히 인지했지만 장난을 그만 두고 싶지는 않았음. 문제는 받아들이는 사람이 장난으로 못받아들인다는 거였겠지. 당황으로 붉어진 얼굴을 한 허니는 입술을 꾹 물었다 놓으면서 "어떻게 하면 증명을 할 수 있을까요?" 라고 작게 물었음.
하치가 이제 장난은 그만 두고 통성명을 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허니가 휴대폰을 꺼내서 프렌티스와 자신이 함께 찍은 사진을 하치에게 보여줌.
"이거면 믿을 수 있을까요?"
"네. 믿겠습니다."
"그런데, 그쪽은 누구시길래!"
휴대폰을 다시 가방 속으로 넣던 허니는 갑자기 억울해져서 와다다 쏘아 붙였는데 하치 눈빛에 쫄아서 다시 깨갱하고 말꼬리를 내리겠다.
"...그런 질문을 하신 의도가 궁금하네요, 선생님."
"소개가 늦었습니다. 애런 하치너입니다. fbi 요원이고, 당신의 친구인 프렌티스의 상사이기도 합니다"
하치가 허니에게 손을 내밀었음. 허니가 벙쪄서 놀라다가 어정쩡하게 하치의 손을 잡았음.
"어, 그러니깐, 에밀리의 상사라고요?"
허니가 마른침을 삼키곤 어색하게 미소지었음.
"프렌티스의 친구인 허니 비예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하치너씨."
전혀 반갑지 않은 얼굴로 반갑다고 인사를 하니 하치는 허니를 더 골려주고 싶었음. 그래서 악수를 마치고 손을 빼려는 허니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음. 허니가 당황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치를 쳐다봄.
"따라와요."
안 따라간다고 하면 손 안 놓아줄 거 같아서 허니는 울며 겨자먹기로 알겠다고 함. 허니는 Fbi요원이 Fbi 건물 안에서 선량한 시민에게 범죄를 저지르기야 하겠어? 허니는 입술을 꾹꾹 씹으면서 하치 뒤를 따라 철제계단을 올라감.
하치가 이상한 곳으로 허니를 끌고갈리는 없고, 서서 기다리면 다리 아플테니까 백퍼센트 호의로 자기 사무실로 허니를 데려갔음. 장난친 거 아주 조금은 미안하기도 했고. 허니가 사무실 문가에 눈만 도르륵 굴리고 서있으니까 -딱 봐도 여차하면 문 열고 도망치려고 하는 것처럼 보임- 하치는 "앉아요." 라고 나직하게 말했음. 허니가 쭈뼛쭈뼛거리면서 의자에 앉음.
"커피 마셔요?"
허니는 고개를 끄덕였고 하치는 커피 두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음. 사실 허니는 늦은 저녁에 커피를 마시면 잠을 설쳐서 마시지 않았는데, 하치의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었음. 제 앞에 있는 친구의 직장상사는 무섭기도 했고 자기가 밉보였다가 프렌티스한테 영향이 갈까봐 걱정도 됐거든. 오늘 밤 잠은 다 잤다. 자포자기한 허니는 커피만 홀짝거렸겠다.
"비씨, 쿠키도 먹을래요?"
"엇. 감사합니다..."
하치는 가르시아가 제게 준 쿠키를 허니에게 먹여가면서 질문을 시작함. 허니는 쿠키를 씹는지 모래를 씹는지 헷갈릴 지경이었음. 쿠키를 먹느라 볼이 볼록해진 걸 보고 햄스터가 떠올라 하치의 입꼬리가 1mm정도 올라갔겠다.
"프렌티스와 친구로 지낸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아마 일년 안 됐을거예요."
"오래된 사이는 아니네요. 두 사람은 어디에서 만났습니까?"
"지인의 생일 파티에서 만났어요."
"그녀가 직장에 대해서 얘기한 적은 있습니까? 업무나 같이 일하는 동료에 대한 것들이요."
"에밀리는 직장에 대한 얘기는 잘 하는 편은 아니에요. 자기가 하는 일은 저같은 일반인이 듣기는 무겁다면서 피하죠."
"그럼 두 사람은 보통 무슨 이야기를 합니까?"
"맛집이나 디저트. 다양한 가십거리나 일상생활 같은거요."
허니는 하치의 사무실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친구인 에밀리가 보고 싶었음. 범죄자를 취조하는 것처럼 굳은 얼굴로 질문을 해대는 하치가 불편했기 때문임. 그런데 하치는 허니가 어색해하는 거 같아서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진 것 뿐이었고. 대답을 곧잘 하는 허니를 보고 조금은 긴장이 풀린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하치겠지.
아주 동상이몽이 따로 없음.
자료실에 다녀온 프렌티스는 눈을 의심했겠지. 하치의 사무실에 제 친구인 허니가 앉아 있으니 놀랄 수 밖에. 프렌티스가 손목시계를 확인함. 내가 그렇게 오래 비웠었나? 유리창 밖으로 허니가 난처해하는게 보여서 프렌티스는 하치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음.
문이 열리고 프렌티스가 들어오자 허니는 거의 왕자님을 만난 성에 갇힌 공주처럼 그녀를 반겼겠다. 반가워하는 게 너무 티나니까 하치 이유 모를 서운한 감정이 들었을거임.
프렌티스는 허니와 하치를 다시 인사 시키고 나서 허니에게 짐챙기고 있을테니 천천히 내려오라고 했음. 시야에서 사라져가는 프렌티스의 뒷모습을 보던 허니는 프렌티스의 옷자락을 붙잡고 지금 같이 빨리 내려가면 안되냐고 떼쓰고 싶었음. 그렇지만 꾹 참고 예의차려서 하치한테 인사했음.
"하치너씨, 만나서 반가웠어요. 커피랑 쿠키도 감사해요. 나중에 제가 커피 대접할게요."
하치에게 커피를 대접한다? 당연히 빈말이었음. 그냥 다음에 보면 밥 한 번 먹어요 같은 그런 예의차린 말.
"나중에, 언제 말입니까?"
"네?"
"커피 대접한다면서요. 약속을 잡아야 만나죠."
허니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음. 그녀가 기대했던 반응은 이게 아니었거든. 하치가 자기도 만나서 반가웠다고 하고, 헤어지고, 끝! ...이어야 하는데?
하치는 천천히 허니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허니는 뒷걸음질을 치다가 쇼파에 턱 막혀버림.
"이번주 토요일 괜찮습니까?"
-
하치도 허니가 진심으로 커피 대접하겠다고 한 거 아닌거 잘 알고 있음.
크마 정주행하다가 하치 롤링 심해서(ㅠㅠ) 멘탈 테라피용으로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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