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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권태기를 겪은 아이스 외전(슬맵 5년간의 이야기2)앱에서 작성
ㅇㅇ
24-03-26 11:58
https://hygall.com/588872892
슬라이더매버릭
노잼주의 군대알못
2.
꼬맹이에게 당장 가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먼 발치에서 지켜보려고만 했어. 진짜 그러려고 했어. 왠지 내가 가까이가면 안될 것 같았거든. 그런데 왜 나는 꼬맹이 팔을 잡고 있는 거지? 슬라이더 너 이 새끼 미쳤냐? 꼬맹이 봐라. 안그래도 큰 눈이 더 커졌잖아.
"안녕하십니까, sir! 바이퍼 준장님께서 매버릭 소령을 찾으셔서 같이 가봐야 겠습니다."
"준장님이 찾으시면 뭐 가봐야지. 어서 가보게."
"Yes, sir"
떨떠름한 표정의 대령 앞에서 군인답게 거수경례만큼은 정확하게 올리고 벗어났어. 꼬맹이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듯 했지. 당연하겠지. 건물 밖으로 데리고 나왔으니...
"준장님은? 밖에 계셔?"
"오늘 안오셨어."
"어?"
하아...이 순진한 꼬맹이한테 뭐라고 해야 하나. 저 대령 새끼가 너를 음흉한 눈빛으로 보고 있어서 열받은 거라고? 그 더러운 손이 네 어깨 주물럭거리는데 어떻게 보고 있냐고? 너를 보면서 좁쌀만한 가운데를 세우는데 잘라버리지 못해서 나온 거라고? 먼 하늘을 보며 한숨만 푹푹 내쉬었지. 그때 꼬맹이의 웃음소리가 키득키득 들렸어.
"고마워."
"어?"
"너 아니었음 대위될 뻔했어. 한 대 때릴까 말까 엄청 고민했었거든."
"알고 있었냐?"
"눈치빻은 나라도 모를수가 없지. 모텔 번호 적어주던 새끼인데."
"시발놈이..."
"바로 파견신청해서 나갔다 왔으니까 괜찮아."
"오늘...잘 왔어."
"응. 아이스에게 마지막 인사는 해야 하니까. 이 정도면 결말 잘 지었지?"
"아주 잘했어."
"...너는?"
나는 대답대신 꼬맹이의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었어. 꼬맹이는 헤헤거리며 웃었지.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했지. 순간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았지만 나는 끝까지 모르는 척 하기로 했어. 텅빈 눈동자를 보는 것 보다는 나았으니까. 그리고 나는 남자 중의 남자니까 눈물이야 뭐 겉으로 흘리는 건가, 속으로 흘리는 거지. 약속한 듯이 카잔스키의 더넓은 정원을 걸어 수많은 차로 복잡한 주차장으로 향했어.
"다른 동기들 얼굴이라도 보고 가지."
"부대에서 보면 되는데, 그리고 방해될까봐..”
더이상 강요할 수 없었어. 꼬맹이도 모를 수가 없겠지. 아이스의 결혼식을 앞두고 그 청첩장이 꼬맹이에게도 배달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는 꽤나 시끄러웠어. 7년동안의 내막을 모두 아는 동기들이 결국 절반은 참석하고 절반은 참석하지 않았을 정도로 말이야. 할리우드 말에 따르면 꼬맹이와 꽤나 친했던 울프맨은 오늘도 속상해서 울었대. 참 여러모로 꼬맹이에게는 유별난 86동기들이었지.
"설마 그 차림으로 가와사키냐?"
"꼴통이잖아."
꼬맹이는 웃으며 가와사키에 올라탔어. 헬멧대신 정모를 꾸욱 눌러쓰고는 다시 한번 이야기 하더라.
"오늘 오기 잘한 것 같아."
"응. 조심해서 가라."
가와사키는 흙먼지와 함께 요란한 소리를 내며 출발했지.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뒷모습을 떠나보내지 못했어.
"너도 보고..."
요란한 엔진소리에 뭍혀 흘러가버리려는 꼬맹이의 희미한 목소리가 내 귀에 꽂혔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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