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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위님 : 거니, 큰일이야. 콜버트 병장이 뼈밖에 안 남았다.앱에서 작성
ㅇㅇ
24-03-27 00:21
“저 앙상한 팔과 다리를 봐. 이러다간 M4A1을 목발로 쓰게 생겼어.”
“뼈가 참 굵네요.”
하루 한 끼만 먹던 혹독한 시기를 지나 하루에 두 끼나 먹을 수 있게 됐지만 장정들의 허기를 해결하기엔 아쉬운 양이었어. ‘도대체 대책도 없이 보급 트럭은 왜 버린 거야.’ 이미 지난 일, 권한 밖의 일인데 브랫의 도드라진 뼈(근육임)를 보니 속상함에 원망스러운 마음이 자꾸 드는 걸 막을 수 없었지. 며칠 째 먹고 있는 밀크 쉐이크보단 영혼부터 채워주는 묵직한 무언가가 필요했어. 예를 들면, 고구마. 네이트의 혈중 고구마 농도가 이렇게 떨어진 건 태어나 처음이었어. 하지만 잿더미가 된 보급 트럭과 전쟁으로 황폐해진 이라크 땅에서 윤기 나는 고구마는 미슐랭 가이드 별 5개 레스토랑처럼 환상 속의 존재였지.
“이럴 땐 고구마를 먹여야 하는데.”
“땅콩버터는 어떻습니까? RCT-1에서 고소한 땅콩 냄새가 진동하더군요.”
땅콩? 네이트는 줘도 안 먹을 맛이지만 브랫이라면 좋아할지도 모르는 일. 좋아, 제대로 된 수색 작전을 펼칠 시간이 왔다.
“중위님. 저번에 윤활유 훔쳐 가신 것도 그냥 봐 드렸잖아요.”
“훔친 게 아니라 빌린 거야.”
“갚을 생각 없으시면서...”
네이트는 자꾸 토를 다는 붕상병에게 주먹을 보여줬어. 정당한 거래를 통해 밀크 쉐이크와 땅콩버터를 1:50 비율로 교환하고 위풍당당하게 소대로 돌아온 뒤 배급해 줬는데, 새로운 맛이라며 기뻐하는 소대원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니 네이트는 먹지 않아도 배불렀지.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걸 애써 참고 자연스럽게 소대 본부 트럭에 앉아 지도를 보는 척하며 브랫의 반응에 귀 기울였어.
“병장님. 이거 눈 감고 먹으면 고구마랑 비슷하대요.”
“그래. 고구마와 땅콩은 98% 정도 일치한다. 인간과 침팬지 DNA 유사성 만큼이지. 이 새끼들 석유 냄새 맡느라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코에 참스라도 처박았나? 씨팔 제대로 된 고구마나 가져오라고!”
유사 고구마에 만족하지 못해 분노한 브랫이 내동댕이친 땅콩버터처럼 네이트의 마음도 내동댕이쳐졌어.
“저 귀한 걸! 거니가 중위님이 사정사정해서 겨우 구해오신 거라 했단 말이에요!”
“Sir, 제가.. 제가 잠깐 허기에 정신을 잃었습니다.”
“아니야. 고구마와 땅콩이 98% 정도 일치한다는 너의 생각에 동의해. 최상급 꿀 땅콩도 고구마의 부드럽고 달디달고단 맛을 흉내 낼 순 없지.”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
“그래서 말인데, 난 아직 코에 참스를 덜 처박아서 미각을 못 잃었거든. 이번엔 잘난 네가 가서 제대로 된 고구마 구해와.”
(ᵕ̣̣̣̣̣̣﹏ᵕ̣̣̣̣̣̣)
브랫네잇 슼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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