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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이동: SSA 허니 비, 콴티코 BAU”앱에서 작성
ㅇㅇ
24-03-28 23:26
허니는 인사 이동 공지가 떠있는 컴퓨터 화면을 한참 동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쳐다봤다.
“뭔데?”
“인사 이동.”
“SSA 허니 비, 콴티코 BAU.”
허니의 의자 등받이에 손을 짚고 허리를 숙인 닉이 이동 결과를 대신 읽었다.
“그 콴티코에 한 번도 못 가본 사람도 있는데 선배는 2번이나 가네. 좋겠다.”
허니가 사르르 접히는 닉의 눈꼬리를 올려다보며 눈을 찡그렸다.
“너도 아카데미 때 갔잖아.”
“복귀하기 싫어요? 그럼 내가 갈래.”
“퍽이나 받아주겠다.”
“그래도 뉴욕보다는 낫잖아요. 콴티코 가면 흉터가 더 생길 일은 없는 거 아니에요?”
닉의 눈빛이 제법 진지해졌다. 허니는 제 등에 흩어져있는 흉터를 생각했다. 그리고 콴티코에 있는 어떤 사람의 복부에 흩어져있는 흉터를 생각했다.
“콴티코라고 다르지는 않아.”
팀장이 추진한 건 아닐텐데. 허니의 결론은 부장이었다.
“전화 좀 하고 올게.”
“콴티코 출신이라 전화도 아무한테나 할 수 있나봐요!”
닉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나가는 허니의 등 뒤에 대고 장난스럽게 외쳤다.
“닥쳐, 니콜라스.”
뒤를 돌아보고 눈을 굴린 허니가 유리 문을 빠져나왔다.
“스트라우스 부장 사무실입니다.”
“뉴욕 FBI 소속 SSA 허니 비입니다.”
“비 요원님, 부장님께서 요원님이 전화 할 거라고 하셨습니다. 돌려드릴게요.”
“비 요원,”
“부장님.”
“잘 지냈나?”
몇 년 전 오른쪽 손목을 가로로 깊게 베인 흉터가 눈에 들어온 허니는 인사를 생략하기로 했다.
“인사 이동 결과 봤습니다. 콴티코로 다시 오라고 하셨던데요.”
“맞네.”
“하치너 요원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았을 것 같고요.”
스트라우스는 거기에 대꾸하지 않았다.
“BAU에 인력이 부족해.”
“하치너 요원이 반대하면—”
“프렌티스 요원이 그만 뒀네.”
“…네?”
“인터폴 런던 지부 지부장으로 갔다는군. 새로운 요원을 뽑기는 했지만 현장직에 더 최적화된 사람이 필요해.”
그 현장직의 대가가 손목의 흉터와 인사 이동이었다. 허니는 턱에 힘을 줬다가 풀었다.
“하치너 요원이 검토하지 않은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야.”
“하지만 사실상 쫓겨난 요원이 복귀하는 건 처음이죠.”
허니가 건조하게 대꾸했다. 저쪽에서도 허니의 말이 맞다는 걸 잘 알기에 대꾸가 없었다.
“...제가 현장에 최적화 되어있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BAU에는 익숙함이 필요해.”
“제 의사는 상관 없군요.”
“그렇네. 지낼 곳이 마땅히 없으면—”
“관사에서 지내면 되겠죠. 다음주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필요한 서류는 메일로 갈 거야. 여기 들를 필요는 없고 BAU로 바로 출근하게.”
하치너 요원을 아무런 백업 없이 마주하라는 소리다. 허니는 한숨을 깊게 내쉬고 불펜으로 돌아갔다.
아이보리색 건물은 미로처럼 되어있었지만 첫 방문이 아닌 허니는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도 목적지를 본능처럼 찾아냈다. 가장 옳은 목적지 같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잘못된 목적지 같았다. 6층에 멈춰선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열리고, 허니는 문 앞에 아무도 없다는 것에 안심했다.
하치너 요원이 주간 회의를 소집하기 15분 전이다. 20분 뒤에 시작하는 회의지만 하치너는 언제나 모든 요원들이 5분 전에 회의실에 모이기를 원했다.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허니의 기억 속에 없는 인물이 허니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다가왔다.
“SSA 허니 비입니다. 오늘부터 다시—”
“허니?!???!”
오랜만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허니의 시선이 움직였다.
“페니,”
밝은 하이힐 소리와 높은 목소리는 다른 요원들의 시선도 금방 모이게 만들었다. 가르시아가 한달음에 달려와 허니를 품에 안았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나도요.”
“어, 이쪽은 알렉스 블레이크 요원, 일주일 전부터 같이 일하기 시작했어. 블레이크, 이쪽은 허니 비에요. 2년 전까지 같이 일하다가,”
허니의 행선지를 몰랐던 가르시아가 말을 잇지 않고 허니에게 말을 완성할 기회를 줬다.
“뉴욕에 있었어요.”
허니는 블레이크와 악수를 나누고 어색하게 웃었다.
“하치한테 먼저 갔다올게요. 회의실에서 봐요.”
우루루 다가온 팀원들 중 이미 눈으로 인사를 주고받은 리드가 계단 위를 한 번 보고 허니를 걱정스럽다는 듯 본 뒤에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오세요.”
“Sir,”
바쁘게 움직이던 손이 멈추고, 고개가 천천히 올라왔다.
“비 요원,”
하치가 눈을 가늘게 뜨고 허니를 올려다봤다. 허니는 하치의 책장에 트로피 하나가 추가된 걸 파악했다. 철인삼종 완주.
허니는 위로 올라간 하치의 눈썹이 목소리 대신 던지는 물음을 자연스레 파악해냈다.
“인사 이동이 돼서요. BAU로 다시 오게 됐습니다.”
“허락한 적 없는데.”
“부장님 의견이었어요.”
하치의 머릿속에서 생각이 빠르게 움직이는 게 허니의 눈에 고스란히 보였다. 지나온 시간과 둘의 비참한 이별에 대한 것일 거라고 허니는 짐작했다. 생각을 마친 하치가 고개를 숙이며 펜을 고쳐쥐었다.
“회의 끝나고 부장님과 얘기해보겠네. 10분 뒤에 회의야.”
“Sir, 자리는—”
다시 고개를 든 하치가 입술을 말아넣었다가 입을 열었다.
“빈 책상 있어.”
허니의 시선이 익숙한 곳에 내려앉았다. 사무실에서 하치가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2년 전까지 허니의 책상이었고 지금은 비어있는.
“한 번도—”
“아무한테도 안 줬어. 꾸준히 관리했고.”
뭐라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문 허니는 고개만 짧게 끄덕이고 하치의 사무실 문 손잡이를 잡았다.
“요원?”
“네?”
“다시 돌아온 걸 환영해.”
“감사해요.”
허니가 하치에게 옅게 미소를 지었다. 하치는 허니가 나가고 닫힌 문을 바라보며 한 마디를 나직하게 덧붙였다.
“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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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같이 이별하고 다시 만나는 하치너붕붕이 보고싶다...
믣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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