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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발제리가 너붕 매칭가이드인데 독 품은 뱀이 참한 조강지처로 조련되는거앱에서 작성
ㅇㅇ
23-11-21 23:40
캔자스에 위치한 기밀공항이 소란스럽다. 공항 내부 전광판에 불이 들어온다.
「08프로젝트 파견팀 긴급착륙」
「K1 구역 1-2 착륙장」
전투에 파견됐던 센티넬들이 긴급착륙한다.
긴급착륙은 가이드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단어로, 내 센티넬이 부상을 입었음을 뜻한다.
센티넬에게 부상이란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사건이므로 적어도 중상, 크게는 사망까지 달한다. 그러니 소식을 듣고 뛰쳐나오는 가이드들은 이미 울고 불며 난리가 나는데.
새벽바람을 맞으며 제일 일찍 나와 착륙장에 서있는 가이드는 항상 제리 레인이다.
평소엔 비싼 코트차림을 고수했지만 어떤 날엔 사용감 있는 니트에 파자마 팬츠를 입고 부스스한 머리를 질끈 묶은 채 나올 때도 있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헬리콥터가 굉음을 내며 착륙했다. 남들이 뒷걸음칠 때도 제리 레인은 그 자리에 꼿꼿히 선 채 헬리콥터 입구만을 응시한다.
문이 열리고 대기하던 응급구조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면 센티넬이 격리된 특수 관을 하나 둘 옮기는데 꼭 관짝을 옮기는 것 같아서. 제리 레인은 눈살을 찌푸린다.
"0008번은 어디있습니까."
"0008번은 후발대입니다."
응급대원이 빠르게 지나치고 헬리콥터가 다시 자리를 비울 때엔 착륙장에 제리 레인만이 처량히 남아있다.
제리 레인은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다.
센티넬들은 알까? 그들의 소식 하나하나가 매칭가이드를 지옥과 천국으로 마구 휘젓는다는걸.
"레인 씨 그만 들어가세요. 날이 추워요."
제리 레인은 다정한 말에도 대꾸하지 않고 꼿꼿했다.
"허니가 절 호출했어요."
그 말에도 자리를 지킨다.
허니 비는 홀로 멀쩡했다. 심지어 헬기에서 내려 공항에 들어서다가 폰을 두고 내렸다는 소리까지 내뱉었다(훈련 중에는 폰을 소지할 수 없으므로 애초에 폰은 집에 있었다).
"임시 가이딩룸으로 이동하실게요."
공항으로 마중나온 연구원이 그들을 이끌다가 공항 내 임시 가이딩룸 앞에서 뜸을 들인다. 기민한 제리 레인이 그 의중을 모를 리 없음에도 자리를 비키지 않자 허니 비가 나섰다.
"제리."
부름에도 응하지 않는다. 허니 비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앉아서 기다려요."
문이 닫힌다. 제리 레인은 홀로 남았다. 닫힌 문 너머에서 목석처럼 한참을 서있었다. 미동도 않았다.
시간이 한참 흘러 동이 트자 인파가 늘고 몇몇 가이드와 연구진은 그를 흘긋였다.
그는 눈에 띄는 가이드다. 외모가 수려했고 가이딩 파장이 향기롭기로 유명했으며 콧대가 높아 매칭률이 높은 센티넬들 여럿을 상종하지 않았고 빈 옆자리를 수 년간 고수했다.
엄밀히 따지면 제리 레인이 허니 비를 선택했다.
허니 비가 S급 가이드로 발현되어 센터가 매칭 가이드를 수색했었다. 수십년 만에 처음 나타난 S급 센티넬의 등장에 매칭 없는 모든 가이드들이 테스트에 응시했으나 제리 레인 만은 응시하지 않았다. 최종 테스트로 허니 비의 매칭가이드 한 명이 물망에 올랐을 즈음 허니 비는 급히 파견근무를 나갔다.
현장에서 센티넬 다수가 큰 부상을 당했고 가이드들이 급히 호출되어 마구잡이로 가이딩을 하게 됐다. 그 중엔 매칭센티넬이 없던 제리 레인도 포함이었다.
그곳에서 만났다.
시체더미처럼 쌓인 센티넬 앞에 무력하게 주저앉아 방사가이딩을 하던 제리 레인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급하게 뛰어다니는 가이드 몇을 제외하곤 모두 본인처럼 볼품없이 쪼그려 앉아 접촉가이딩 혹은 방사가이딩을 하고 있었는데 단 한 사람만 시간이 멈춘듯 가만히 서있었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태평하게 담배를 물고 있던 여자.
눈이 마주친 순간 시간이 지독하게 느렸다. 그 여자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느리게 움직였다.
'정신적 각인이네요.'
매칭 테스트 한 번 해볼게요. 연구진의 말에 제리 레인은 멍했던 고개를 들었다.
둘의 매칭률은 72%였다. 낮진 않지만 아주 높지도 않은. 아쉽게도 허니 비의 매칭으로 예정됐던 가이드는 82%의 매칭률이었으므로 제리 레인이 매칭이 될 리는 만무했다.
다만 그 가이드가 당시 미시시피주 센터의 폭주 위험이던 A급 센티넬과 매칭률 90%를 육박하면서 급히 호송됨으로 인해 둘은 매칭이 되었다.
제리 레인은 죽을 뻔했다. 매칭이 아닌 다른 센티넬을 살리려다가.
허니 비가 센터 내 훈련에 임할 때 전투에 참전했던 센티넬들 다수가 급히 호송된 적 있다. 당시 등급이 높은 가이드들 모두가 호출되었고 당연히 제리 레인도 포함이었다. 제리 레인은 불참을 원했으나 허니 비의 동의서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투입됐다. 제리 레인은 치밀어오르는 울음을 참고 메스꺼운 파장들을 상대하며 방사가이딩을 진행했다.
그 중 의식이 불분명했던 센티넬 하나가 눈을 번쩍 뜨며 제리 레인에게 달려들었고 그대로 폭주했다.
제리 레인은 코마 상태에 빠졌다.
그가 눈을 떴을 땐 6개월이 지나있었다. 눈을 뜨자마자 한 것은 매칭 확인서였다. 허니 비는 자신과의 매칭을 파기하지 않았다. 센티넬들은 파장 앞에선 피도 눈물도 없었기에 매칭가이드와 가이딩이 불가할 경우 일방적으로 매칭을 파기하는 경우가 잦다. 희소식에도 제리 레인은 안도할 수 없었다.
허니 비의 이름 아래, 자신의 이름 아래에 낯선 이름 하나가 기재되어있었다.
스페어 가이드.
제리 레인의 세상이 무너진다.
제리 레인은 필사적으로 허니 비를 가이딩하려고 했다. 허니 비는 그의 가이딩을 거절했다. 둘이 사용하던 가이딩룸에 출석하지 않았다. 당연했다. 회복기에 가이딩은 가이드에게 치명적이다. 그럼에도 제리 레인은 매일 가이딩룸에 홀로 앉아 그녀를 기다렸다.
결국 제리 레인의 묵언시위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날, 허니 비는 가이딩룸에 출석했다.
제리 레인은 차마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행색이었다. 그냥 조금 예쁜 시체 같았다. 허니 비가 의자를 끌고 앉았다. 허니 비는 자연스럽게 그를 바라봤지만 그의 눈은 바닥에 닿아있었다.
다른 센티넬들은. 제리 레인이 입을 열었다.
'꽃도 보내고. 과일도 보내고. 메시지도 남겨요. 면회까진 안 바래.'
'바빴어요.'
'난 아팠어요.'
제리 레인이 눈을 들었다. 맞닿는 시선이 무감각해서 결국 또 눈물이 터졌다.
'아직도 아파. 지금도 아파요.'
'병실에 있어야할 사람이 가이딩룸에 있으니까 아프죠.'
'왜 이렇게 날 싫어해요?'
허니 비가 한숨을 뱉었다. 제리 레인의 눈물이 멎었다. 그 작은 입이 열리기 전까지, 제리 레인의 상상이 어디까지 닿았는지. 센티넬 따위는 모르겠지.
'좋아해요. 좋아하니까 이러지.'
제리 레인은 울었다. 기쁨이 아니었다. 초라함이었다.
난 이미 당신을 가늠할 수 없을만큼 사랑하는데 내가 받는 건 고작 이 정도야? 마음이 찢어졌다. 망가지는 기분이었다.
이후 허니 비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받았지만 망가진 마음이 고쳐지진 않았다. 으레 달래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었으니까.
'사랑으로는 부족해요.'
나랑 각인해요. 제리 레인이 말했다.
거절당했다.
끝은 파국이다. 둘의 매칭은 파기된다. 제리 레인이 파기서를 전달했고, 허니 비는 동의했다.
제리 레인은 그 해 전투에 투입됐고 해당 현장에서 수많은 센티넬은 살린 공로를 인정받아 표창까지 받았으나 웃지 못했다. 허니 비가 다른 현장에서 폭주 증세를 보여 격리병동에 입원했기 때문에.
하지만 그녀답게, 금방 복귀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날아온 매칭서류를 파기했다.
제리 레인은 가이딩 등급이 높지만 안정적이진 않았고 기민한만큼 히스테릭하며 사랑스러운만큼 집착적이다.
허니 비는 그를 깔끔하게 정의했다.
그를 사랑하지만, 그는 독이다.
그렇게 제리 레인과 허니 비의 매칭은 모두 공석인 채 몇 달을 또 허비한다.
허니 비만 한 센티넬이라면 매칭을 갖고도 스페어 가이드를 여럿 거느린다. 역대 S급은 모두 그랬다. 이례적인 일이었기에 모든 가이드가 그녀의 매칭이 되길 원했다. 그들의 낭만이었다. 순애보적인 S급 센티넬.
허니 비는 오랫동안 스페어 가이드에게 돌아가며 가이딩을 받았고 가이드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갖은 애를 썼다. 제리 레인은 그 스페어 축에도 끼지 못했으므로 복도에서 지나칠 때마다 느껴지는 덕지 덕지 누더기처럼 얹어진 그녀의 파장에 눈물이 샜다. 내꺼였는데. 내 사람이었는데.
다행이도 둘의 매칭은 다시 이뤄진다.
제리 레인의 자살시도로 인해서.
결국 허니 비는 독을 삼키기로 결정했다.
둘의 과거 이야기가 길었지만, 어쨌든 제리 레인은 자살시도 이후 여전히 회복 중이다. 그러므로 허니 비는 스페어를 두고 있다.
제리 레인은 그게 싫다. 그녀를 온전히 갖고 싶다.
"이번 달엔 스페어 철회하기로 했잖아요."
공항 임시 가이딩룸에서 나와 이름 아침밥을 먹는 자리였다. 제리를 배려해 스페어가이드를 집에 보낸 후 단 둘이 밥을 먹던 중 제리 레인이 보챈다. 허니 비는 샌드위치를 여물처럼 씹으며 무심히 말한다.
"제리 아직 아파요."
그 무심함에 비참해지기도 잠시 머리를 대신 귀 뒤로 넘겨주는 작은 손에는 마음이 또 녹아내린다.
"그러니까 얼른 나아요. 재활치료 빠지지 말고."
다정한 말에 고개를 옅게 끄덕인다. 봉긋 올라온 광대가 빛을 받아서 반짝이니 참 예쁘더라. 제리 본인은 모르겠지만.
빵발너붕붕 제리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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