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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랫네잇 네이트 전역 후에 찾아가는 브랫 2앱에서 작성
ㅇㅇ
24-03-30 23:30
전편
네이트가 데려간 곳은 컬리너리 과정 학생들이 학교 지원을 받아 운영한다는 작은 카페였다. 진열대에는 모양새가 제법 괜찮은 디저트들이 듬성듬성 채워져 있었다. 아마도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나 볼 수 있는 종류들이었다. 주문대 앞에 선 네이트가 브랫을 돌아봤다.
“저런 거창한 이름들은 읽을 줄도 몰라서요. 그냥 커피 마시겠습니다.”
브랫의 대답에 네이트가 고개를 저으며 웃고는 주문을 했다.
“롱블랙이랑 플랫 화이트. 마시고 갈게요.”
아, 시간 괜찮아? 마시고 간다고 주문해 놓고는 다시 브랫을 돌아보며 묻는 얼굴이 앳됐다.
“중위님이야말로 수업 더 있는 거 아닙니까?”
“중위님은 무슨. 난 오전 수업밖에 없었어.”
“그런데 이 시간까지 도서관에서 책들하고 난교를 벌인 겁니까.”
브랫의 말에 네이트가 하! 웃고는 바지 뒷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지갑을 꺼내려는 동작에 브랫이 먼저 직원에게 지폐를 내밀었다. 주머니에 들어갔던 손이 허망하게 빠져나왔다. 네이트가 이번엔 가방의 앞주머니 지퍼를 열었다.
“이리 오시죠.”
처음 오는 곳이지만 정신없어 보이는 네이트의 어깨를 잡아 창가 자리로 에스코트했다. 원래 이렇게 산만한 타입이었나 싶게 중위의 행동이 부산스러웠다. 그의 나이를 생각할 때 이상할 건 없었다. 네이트가 아예 가방을 의자 위에 얹어놓고는 책 사이에서 지갑을 빼냈다. 낮게 욕을 내뱉은 그가 손에 쥔 지갑을 흔들어 보였다.
“내가 사려고 했어.”
“학생한테 얻어먹을 정도로 양심 없지는 않습니다.”
지갑을 테이블 위에 올려둔 네이트가 브랫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모든 게 새로워 보이는 네이트에게서 오랜만에 보는 픽 중위의 표정이었다. 제법 날카로운 눈빛으로 브랫을 쳐다본 그가 탐색전이 끝났는지 의자 뒤로 기대앉으며 모은 두 손을 테이블 위에 얹었다.
“진짜, 무슨 일이야?”
“당신 보러 왔죠.”
“이 멀리? 무슨 일 있어?”
“아무 일 없습니다. 일이라면 그저 중위님이 궁금했다고나 할까요.”
네이트가 흐흥, 하며 콧소리를 냈다. 이것도 새로운 반응이었다. 잘 봐줘야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직원이 커피를 들고 왔다. 초록색 머그잔이었는데 네이트의 플랫 화이트는 좀 더 납작한 잔에 나뭇잎 모양 라떼 아트를 달고 나왔다. 잘 마실게. 네이트가 잔을 소중하게 두 손으로 쥐고 브랫을 향해 건배하듯 들어 올렸다. 한 모금 마신 네이트가 수혈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눈을 지그시 감았다. 반들거리는 눈꺼풀 아래 색이 옅어 존재감 없던 속눈썹이 길었다. 실시간으로 적립되는 중위의 새로운 모습들을 머릿속에 새기며 브랫도 뒤늦게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지독하게 향기롭고 끝맛이 썼다. 이번엔 네이트가 브랫을 관찰 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피하지 않고 여전히 빤히 쳐다본다. 아까의 꿰뚫을 것처럼 쳐다보던 눈빛하고는 또 다른 종류였다. 오후의 햇볕이 창틀 모양에 맞춰 네이트의 한쪽 얼굴로 쏟아졌다. 사막에서 보던 것보다 눈동자가 더 푸르렀다. 피부는 당연하게도 그때보다도 창백했고, 길이가 꽤 긴 머리칼은 색이 밝고 그 끝이... 구불거렸다. 뒤늦은 깨달음에 브랫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곱슬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요.”
“그래? 또 어떤 걸 생각했어?”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네이트가 웃었다. 그런데 그 미소가 놀랍게도 눈웃음치는 것에 가까웠다. 네이트의 시선이 브랫의 얼굴에서 목울대, 어깨, 그리고 컵을 쥔 손을 차례로 훑으며 내려왔다. 너무 노골적이라 순간 착각한 건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여전히 날 왜 찾아온 건지 모르겠지만, 얼굴 보니 반갑군, 콜버트”
“모르는 거 맞습니까? 다 아는 것 같은데요.”
네이트가 다시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햇볕 때문에 눈이 부신 지 한껏 찌푸린 눈으로 창밖을 보는데 그게 흡사 사막의 태양 아래 눈도 제대로 못 뜨던 그때와 닮아 갑자기 묘한 향수에 젖었다.
“캘리포니아에서 여기까지 온 거면 비행기값도 꽤 됐을 텐데. 겸사겸사 가족이나 애인 보러 온 것도 아니라면 말야.”
브랫이 남은 커피를 마저 마시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의 호기심이나 추측이 갈 데까지 가게 내버려두고 싶었다. 여기까지 수소문해 찾아온 건 자신이니 충분히 그래도 됐다.
“내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
“호텔은 아직 안 잡았습니다.”
네이트가 다시 미묘한 웃음을 터뜨렸다.
“배짱 좋군.”
“그래서 좋아하셨던 거 아닙니까?”
둘의 시선이 공중에서 얽혔다. 그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둘은 말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 진공상태의 호흡을 깬 건 네이트였다. 옆에 놔뒀던 가방의 지퍼를 올려 닫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브랫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아까부터 신경 쓰였던 그의 신발끈이었다.
“그렇게 꽉꽉 조이길 잘했던 분이 신발끈이 풀려 있고요.”
색이 진한 오렌지색 컨버스의 끈을 당겨 리본을 묶어주고는 브랫이 일어서며 말했다. 입술을 핥으며 네이트가 브랫을 흘겨봤다.
“못 말리겠군. 난 이제 집에 가야겠어.”
한쪽 어깨에 백팩을 맨 그가 카페의 문을 열어젖히고는 브랫을 돌아봤다.
“안 따라와?”
돌아보는 얼굴이 아까처럼 창백했지만 뺨엔 홍조가 가득했다.
젠킬슼탘브랫네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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