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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논버드 알래스카에서 만나는거 bgsd 3ㄴㄷ앱에서 작성
ㅇㅇ
24-03-3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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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못ㅈㅇ
정황상 회색늑대가 검은 늑대 무리를 쫓아낸 듯했지만 이대로 안도해도 되는 건지 아니면 더욱 심란한 상황에 빠진 건지 버드는 섣불리 파악할 수 없었다. 도망간 무리에 비해 남은 늑대의 덩치가 지나치게 컸기 때문이다. 크기에서 오는 위압감이 상당했다. 열심히 도망가도 금세 붙잡힐 게 뻔하다고 버드는 두툼하게 뻗은 짐승의 다리를 흘긋대며 생각했다. 파란 눈동자가 빤히 버드를 응시했다. 이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퍽 눈빛이 매서웠다.
파란눈? 돌연 버드의 눈이 크게 뜨였다. 버드는 늑대 수인과 야생 늑대를 구분하지 못해도 다 자란 늑대의 눈동자 색이 파랗지 않다는 건 알았다.
"저기, 수인... 맞죠?"
겨우 삐져나온 목소리가 몹시도 떨렸다. 고개를 끄덕인다거나 인간형으로 돌아갈 거라는 버드의 바람과는 달리, 늑대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버드가 서있는 쪽으로 다가와 국부에 코를 들이밀었다. 고간에서 킁킁대는 콧김이 느껴졌다. 민망함은 온전히 버드의 몫이었다. 수인이 아닌가? 예전에 본 다큐멘터리에서 늑대의 벽안은 새끼 때나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수인이 아니라면 덩치는 차치하고 이 늑대가 아직 어리다는 뜻이었다. 뭔가 찾듯이 제 아래를 코로 훑고 있는 것도 어쩌면 장난을 치고 싶어서 하는 행동일지 몰랐다.
턱이라도 긁어주자 싶어 어렵사리 손을 뻗었을 때였다. 아래를 향하던 버드의 시선이 점점 위로 올라갔다. 고개도 살짝 들어야 했다. 기다란 그림자가 버드의 얼굴 위로 드리웠다. 새끼는 무슨. 버드는 인간형으로 돌아온 사내를 보며 제가 얼마나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곤 얼굴을 붉혔다.
버논은 무감한 눈으로 버드의 얼굴을, 검은 늑대무리가 도망간 길을, 그리고 다시 버드의 얼굴을 보았다.
" 너, 성체가 아니군. "
" ...저 성인 맞아요. "
같은 듯 다른 대답에 버논은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더니 담배를 물었다. 혹시나 냄새가 흩어질까 봐 몇 시간을 참았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었다.
관광객들의 오로라 포인트는 으레 정해져 있기에 버논은 빙 둘러 가는 찻길 대신 산등성이를 가로질렀다. 한참을 달려서야 향기의 흔적을 잡았지만, 노력이 무색하게 반마일도 채 안 되어 사라져있었다. 마치 그 자리에서 증발한 것처럼. 버드를 찾은 것도 검은 늑대의 수상한 기운을 따라온 것일 뿐, 버논을 자극했던 오메가의 자취는 어디에도 없었다.
버논은 나른하게 연기를 내뱉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 오메가랑 같이 사나 봐. "
" 네에... 형이 오메가예요."
고작 묻어온 페로몬에 반응한 거라니, 순식간에 열기는 식고 권태만 남았다. 버논은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 자조했다. 고작 이 정도의 헤프닝이었던 거다. 자신은 오랜 기간 복무했고 그사이 오메가 페로몬에 노출된 적 없었으니—장교들은 억제제로 철저히 관리되었으니까— 외지인에게 예민하게 반응한 거라고 결론지었다.
어쨌든 제 영역에서 트러블이 발생했고 어린 개체를 그냥 놔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 오늘은 너무 늦었어. 데려다줄 테니 돌아가. "
" 저기... "
버드가 손을 내밀어 버논을 붙들었다. 이에 버논의 한쪽 눈썹이 스윽 올라갔다. 제 손목에 얹어진 버드의 손이 지나치게 차가웠던 탓이다. 딱딱 소리가 들릴 만큼 이를 부딪치면서 버드는 너무 추워서 도저히 못 움직이겠다고 울먹거렸다. 온종일 야외에 있었는 데다, 꽤 오랜 시간 식은땀만 흘리며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으니 체온유지가 제대로 될 리 만무했다.
버논은 버드의 이마에 손바닥을 갖다 댔다. 다행히 열은 없었지만 썩 따뜻하지도 않았다. 이대로 어린 것을 돌려보낸들 상태가 멀쩡하지 못하면 안 하느니만 못한 짓이 될 터다. 버논은 몸을 숙여 버드를 어깨에 걸치고는 길이 없는 숲을 향해 성큼성큼 걸었다. 마치 큰 포댓자루를 짊어진 모양새였다.
우스꽝스러운 꼴로 대롱대롱 매달린 와중에 버드는 버논 쪽으로 코끝을 움찔거리며 회색늑대가 나타났을 때 맡았던 향기를 좇았다. 심장이 무두질하는 것처럼 쿵쾅거렸고 앞이 흐려질 만큼 아찔했었으나 찰나의 순간이라 긴장이 만들어낸 착각인지 실제로 겪었던 일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지금 버논에게선 별다른 향기가 나지 않아서, 그래서 물음표만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
은은하게 타오르는 촛불 빛이 수면에서 피어오른 증기에 감싸여 부옇게 일렁였다. 이따금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작은 동굴안을 울렸다. 버드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물 속으로 머리끝까지 잠수하더니 뜨거운 온도를 버티지 못하겠는지 금세 튀어나와 어푸푸거렸다. 물놀이하는 강아지처럼 물장구도 쳐보고 해달처럼 둥둥 떠 있기도 하다 보니 어느새 손가락이 쪼글쪼글해져 있었다.
버논은 온천수가 고여있는 작은 동굴로 버드를 데리고 왔다. 이대로 숙소까지 갔다간 도착하기도 전에 사달이 날 것 같아 몸부터 녹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었다. 추위로 꽁꽁 언 손부터 담그게 한 후 버드가 탈의하고 입수하는 동안 바닥에 굴러다니는 초에 불을 붙였다.
물 안에서 별문제 없어 보인다 판단한 버논은 잠시 둘러보고 오겠다며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나 오늘의 버드는 혼자 남기에 너무 많은 걸 겪었다. 덜컥 겁먹은 버드가 낯선 곳에 홀로 있기를 꺼려하자 이곳은 저 말고는 아무도 오지 않노라고, 버논은 금방이라도 물 밖으로 튀어나올 듯 불안해하는 버드를 진정시켰다. 얼마 후 버논은 동굴을 벗어났다.
혼자 있다는 생각을 최대한 잊어보려 버드는 부러 첨벙첨벙 소리를 내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무렇지 않은척했지만 저도 모르게 동굴 입구 쪽으로 흘긋흘긋 눈길이 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온몸이 노곤노곤해지고 손가락이 불 만큼 시간이 흘러 체력과 정신이 한계를 외칠 때가 되어서야 수마가 불안을 잡아먹으며 점차 몸집을 키워나갔다. 피로때문에 더이상 두렵지 않자 버드는 비척비척 물에서 빠져나와 반쯤 감긴 눈으로 옷을 껴입고 수증기를 이불 삼아 기절하듯 곤히 잠에 빠져들었다.
버논이 다시 동굴로 돌아왔을 때 버드는 이미 잠에 흠뻑 취해 도롱도롱 코까지 골고 있었다. 저벅저벅 습한 바닥을 밟는 소리가 버드의 다리 근처에서 멈추었다. 버논은 무릎을 굽히고 앉아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진 배낭을 열었다. 과자봉지 무더기를 헤치자 작은 지퍼가 달린 주머니가 드러났다. 주머니 안에서 그가 찾던 게 나왔다. 얇은 지갑에 약간의 현금과 운전면허증이 꽂혀있었다. 불붙은 라이터가 담배 끝을 태우고 지갑으로 옮겨가 작은 불꽃으로 앞을 밝혔다. 면허증을 살피는 버논의 미간이 좁아졌다. 나이가 찬 수인인데도 형질 체크란이 비어있었던 탓이다.
다시 제자리에 지갑을 넣어둔 버논은 생각에 빠진 듯 가만히 연기를 내뱉다가, 담배를 입에 물고서 버드의 바지 버클을 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속옷과 함께 바지가 허벅지까지 내려갔다. 깊은 잠에 빠진 버드는 살짝 인상만 찌푸릴 뿐 깰 생각이 없어 보였다. 버논은 버드의 무릎을 잡아 올리고는 엄지로 회음부를 문질렀다. 오메가라면 생식기가 있어야 할 부분이었다. 부드러운 살갗은 굴곡 없이 맨들맨들하기만 했다. 발현이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아래에 코를 박아도 무취에 가깝던 게 납득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검은 늑대의 반응이 이해 가지 않았다. 그는 야생 늑대가 아닌 수인이었고 발정기가 가까워진 오메가였으며 무리는 오메가의 선택을 받고자 하는 어중이떠중이 알파들이 모인 형태였다. 버드가 온천에서 몸을 녹이는 동안 버논은 그들을 추적해 아랫마을 어귀에서 술판을 벌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 모닥불 앞에서 취기가 올라 낄낄대는 이들을 향해 송곳니를 드러낸 버논이 위협적인 어조로 외지인을 공격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오메가가 버드를 탐탁지 않아 해 조금 겁을 준 게 다였노라고, 버논과 오메가의 눈치를 보며 알파들이 어물어물 실토했다.
그들의 변명은 버논을 설득하지 못했다. 인간이 늑대를 건드리지 않듯 늑대 역시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게 이곳의 불문율이었다. 버드는 단지 외부에서 온 관광객일 뿐이었고 묻혀온 오메가 페로몬에, 심지어 중간에 사라져 버린 페로몬에 그렇게까지 과잉 반응할 만큼 제 영역의 개체들이 어리석다고 보지 않았다.
오메가는 추궁에도 끝까지 함구했다. 종국에는 수인으로 변하여 몸을 둥글게 말아 고개를 파묻고는 대답하지 않겠노라 고집을 피웠다. 결국 버드의 무엇이 오메가를 자극한 것인지, 버논으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슼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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