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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가볍게 싸우던 키드로우 심각하게 싸운 이유가앱에서 작성
ㅇㅇ
24-03-27 14:01
로시난테면 좋겠어. 사소한 이유로 투닥투닥 거리는 게 일상이라 그날도 이미 서로 걸어가는 속도에 대해 불붙는 토론을 하고 난 후였지. 토론이라기 보다는 네가 느린 거다/네가 빠른 거다/네가 나보다 느리니까 내 아래급이다/네가 배려가 없는 거니까 거물이 못되는 거다 이런 류의 말싸움이었지만.
그런 시시한 싸움과 달리 유난히 크게 싸움이 터졌던 건 면도하는 로우를 감상하던 키드가 거울에 비치는 로우의 문신들을 봤을 때였음. 지금 눈에 보이는 등의 문신도 코라 씨라는 사람 저 거울에 비치는 가슴의 문신도 코라 씨라는 사람. 거슬린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 그것 또한 그저 트라팔가의 일부라고 생각했으니까. 근데 저 예쁜 몸에 새겨지는 건 꽤 근사할 거 같았어. 사랑하는 저 몸에, 피부 위에 평생 지워지지 않게 남는 것도 멋지지 않나. 그래서 무심코 말해버렸어.
나도 죽으면 네 몸에 새겨주냐.
그 말에 로우가 그렇게 화낼 줄은 몰랐어. 면도를 하다말고 그딴 소리를 왜하냐고 성을 내길래 키드도 기분이 상했지. 그딴 소리라니. 난 그 코라 씨랑은 비교할 정도도 안 된다는거야 뭐야.
왜 화를 내냐. 그래서 난 문신으로 남겨줄거냐 말거냐.
성큼성큼 다가오는 로우를 보며 진짜 화났나?라는 생각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얼굴에 주먹이 꽂혔어. 평소보다 힘이 훨씬 많이 들어간 주먹에 고개가 돌아갔다가 정신을 차렸지.
뭐하는 짓이야!
그딴 말 하지말라고 했지.
몇 번 더 주먹이 꽂히자 키드도 슬슬 열받았어. 그게 그렇게 어려워? 진짜 안 해줄 거라도 말이라도 못하냐고. 말뿐이라도 너도 그렇게 해준다고 하면 어디 덧나냐고.
절대로 넌 나에게 코라 씨라는 사람같은 존재가 될 수 없다고 선 긋는 거 같아서 키드도 화났어. 주먹질하는 로우의 손목을 붙잡고 작작하라고 소리질렀지. 내가 코라 씨인지 뭔지 그 사람 문신을 지우라고 했어, 덮으라고 했어. 그냥 나도 저렇게 새겨주겠냐고 물어본 것 뿐이잖아. 그게 그렇게 화가 나냐고.
손목 붙들고 로우를 노려보다가 한대 콱 갚아주고 싶은 거 참고 뿌리치고 나갔어.
됐다. 너한테 난 겨우 그 정도겠지. 기대한 내가 바보다.
로우는 말 없이 서 있었어. 붙잡지도 더 화내지도 달려들지도 않았지. 둘은 그렇게 싸우고 며칠 만나지 않았어. 서운했던 키드는 슬슬 초조하면서도 괘씸해졌지. 예전에 좋아했던 사람때문에 현애인이랑 이렇게 되어도 좋다는 건가 트라팔가는. 나는 애초에 뭐였는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가...
그 예쁜 피부 위에 새겨지고 싶다는 생각은 사치였구나. 열 뻗쳐서 팔베개하고 누워서 하늘을 쳐다봤어. 구름이 두둥실 떠다니는 걸 하염없이 바라보는데 불쑥 트라팔가의 얼굴이 나타났지. 하늘을 가리는 반갑고도 괘씸한 얼굴에 눈을 크게 떴어. 뭐냐고 물어보려는데 먼저 옆에 자리 잡고 앉는 트라팔가였지.
...난 너를 문신으로 남기고 싶지 않아.
그럼 그렇지. 여기까지와서 며칠만에 한다는 말이 저거다. 나도 알아. 라고 대꾸하며 인상을 찌푸렸는데 트라팔가는 말을 이었어.
당연하게 내가 남아서 너를 기억해야하는 것처럼 말하지마. 세상에 없는 사람을 몸에 새겨두고 살아야하는 심정을 네가 알아? 난 네가 문신 따위로 남는 것보다 그냥 이렇게 살아있으면 좋겠다고.
그 말에 키드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알았어. 평생 죽을 각오로 살아온 키드는 막연히 로우를 잃기 싫다고만 생각했지 자신이 죽었을 때 로우가 어떨지는 생각해본 적 없었거든. 아 그래서... 그렇게 화났던 거구나. 내가 당연하게 너를 남겨두고 죽을 것처럼 말해서.
...유스타스야. 네가 죽어도 난 문신으로 안 남길 거야. 그러니까 그런 거 꿈도 꾸지말고 옆에 남아있어줘.
키드는 떠올렸어. 지금까지 트라팔가를 남겨두고 죽어버린 사람들을.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평생의 은인이라는 사람. 로우는 늘 혼자 살아남았다는 걸.
내가 그런 말 해서 미안해. 나 안 죽을게. 죽는다는 말도 안 할게.
트라팔가를 끌어안았더니 얌전히 안겨서 고개를 끄덕였어. 그래 유스타스야. 그렇게 대답하고는 마주 안아왔지. 난 트라팔가 옆에 평생 붙어있을 거야. 문신처럼.
징그러워할까봐 그 말까지는 안 했지만 그렇게 키드는 또 로우에대해 알아가겠지.
한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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