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조위 짤이 꼴렸음
ㄱㄴ에 왜 나만 보는 거야? 짜증나! 했던 덕화조위 꽁냥질도 개꼴렸음 개꼴개꼴
그래서 덕화조위 대학생버전 알오로 이런거 보고싶다
덕화는 매번 말했다.
‘세상은 오메가한테 가혹해서, 조위야, 난 네가 베타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다행이라고 말하는 것치고는 끌어안는 팔의 힘이 강했다. 목덜미에 쏟아지는 숨결도 뜨겁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목 안쪽을 긁는 것처럼 낮게 속삭일 때면 아랫배가 찌르르 울리기도 했다.
조위는 매번 그런 덕화를 마주 안고 응, 응, 하고 대꾸하면서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했다.
오메가라고 차별하는 게 어딨어, 차별금지법이 생긴 지가 언젠데. 형은 아직도 내가 놀려먹기 쉬운 어린애인 줄 안다니까….
이때의 조위는 알지 못했다. 조위의 등허리에 자국이 남을 정도로 힘을 주어 꽉 안는 덕화가 얼마나 번들거리는 눈을 하고 있는지, 베타인 조위는 알지 못하는 우성 알파의 페로몬이 얼마나 거침없이 쏟아지고 있는지, 조위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흠뻑 적시다 못해 전신의 구멍과 점막을 통해 몸 속까지 푹 절여버린 덕화의 페로몬이 무슨 변화를 가져올지.
어쩐지 요 며칠 몸이 무겁고 나른하다 싶더니, 결국 집 앞에서 쓰러졌다. 조위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병원이었고, 형질 검사까지 순식간에 마친 후였다. 보호자 란에는 덕화가 서명했다고 했다.
“발현하셨습니다.”
“발현…이요?”
“네. 검사 결과 오메가이시네요.”
의사는 평이하고 침착하고 덤덤하게 말했다. 피로 누적이나 스트레스 따위를 생각하고 있던 조위에게는 아주 낯선 일이었다.
조위가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멍해 있거나 말거나, 의사는 자신의 일을 했다.
스무 살이 넘어서 발현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없는 일도 아니었다. 페로몬과 사이클 따위를 간단하게 설명하고 억제제 한 통을 처방해주는 것으로 그의 말이 끝났다.
그로부터 이 주일 후. 조위는 평소처럼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
매일 아침 동동거리며 조위의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이던 덕화도 오늘은 들르지 않았다. 무슨 프로젝트 때문에 새벽같이 학교에 간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듣긴 했는데, 들은 건 들은 거고 덕화를 못 봐서 서운한 건 서운한 거였다.
조위가 괜스레 입술을 비죽이며 약통을 톡톡 쳤다. 이리저리 흔들리던 약통이 결국 넘어져서 식탁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오메가가 되면 세상이 홀랑 뒤집히기라도 하는 줄 알았건만, 막상 살아보니 그렇지는 않았다.
덕화의 페로몬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건 신기했지만 어렴풋했다. 다른 사람의 페로몬은 아예 느낄 수 없었다. 조위의 형질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덕화의 말에 따르자면, 다른 사람이 조위에게 접근하지 않도록 덕화가 자신의 페로몬을 묻혀둔다고도 했다.
…그러고 보니까 오늘은 그 페로몬도 못 묻혔네.
조금 더 서운해졌다. 조위가 괜스레 찡해진 코를 훌쩍였다. 평소에 덕화가 빈틈없이 싸고 돌 때는 과보호라고 투덜거렸지만, 그 과보호가 없어지니 어쩐지 허전했다.
오늘따라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평소라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치이는 것이 버거워서 조금 더 빨리 나왔을 테지만, 오늘은 혼자 꾸물거리다가 늦어버린 것이었다.
질린 얼굴을 하고서도 조위가 얌전히 몸을 실었다. 어쨌거나 학교에는 가야 하니까….
“윽.”
조위가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조위가 서 있던 쪽과 반대편의 문이 열리며 사람이 더 늘어난 것이었다. 인파에 눌려 문에 납작하게 들러붙은 조위가 끙끙거렸다. 등 뒤에 누군가가 꽉 붙었지만 피할 수가 없었다.
조위가 최대한 몸을 웅크렸다. 타인과의 접촉은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공간은 좁고 사람은 많아서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그때였다.
서 있는 것이 고작인 조위의 다리를 누군가의 무릎이 툭 쳤다.
처음에는 비좁아서 그런 것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그 무릎이 슬그머니 다리를 쓸더니, 다음으로는 커다란 손이 조위의 허벅지 사이를 슬쩍 문질렀다.
우연히 닿은 거겠지…? 애써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는 조위를 놀리듯, 이번에는 대놓고 엉덩이를 콱 쥐었다.
“오메가?”
“...!”
“귀엽네.”
한껏 누른 목소리는 조위의 귀에만 겨우 들릴 정도로 아주 작았다.
조위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너무 놀라면 비명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반사적으로 몸을 뒤틀려 했지만 인파에 치이고 달달 떠는 상태로는 제대로 움직이기도 어려웠다.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냄새를 질질 흘려대면 박아달라는 거 아닌가? 응?”
귀를 잡아먹을 듯 딱 붙어서 소곤거리는 말이 너무 노골적이었다.
조위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사이 상대방의 손이 바지 안쪽으로 쑥 밀고 들어왔다. 편한 옷이 좋다고 헐렁한 걸 즐겨 입던 탓에 남자의 손길을 막을 수도 없었다.
“오, 페로몬 진해지는 거 보니까 기대했던 모양인데? 여기도 그렇고.”
속옷 위로 엉덩이를 주무르던 상대가 손가락을 세웠다. 얇은 천과 함께 손가락이 구멍을 쑤셨다. 저 손가락이 당장이라도 천을 뚫고 침입할 것만 같아서 조위가 더욱 뻣뻣하게 긴장했다.
하지 마세요, 하는 말 대신 히익, 목졸린 듯한 신음이 쏟아졌다. 무섭고 불쾌한데, 등 뒤의 상대가 알파임을 드러내듯 페로몬을 흘리자 구멍이 절로 움찔거렸다. 앞에도 힘이 들어가며 헐렁한 바지 위로 윤곽이 슬금 드러났다.
이것 봐라? 속삭이며 킥킥 웃는 소리가 자신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 아니, 실제로 비웃는 것일 터였다.
‘세상은 오메가한테 가혹해서….’
새삼스럽게 덕화의 말이 떠올랐다. 표면적으로 차별 금지를 외치는 것과 실제로 오메가를 대하는 알파의 생각은 아주 다르다. 일찌감치 우성 알파로 발현했던 덕화는 이미 이런 부분까지 다 알았는지도 몰랐다….
조위가 애써 다른 생각으로 정신을 돌리려 했지만 들러붙은 상대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속옷의 가랑이 부분이 한쪽으로 젖혀졌다. 상대방의 손가락이 맨살에 닿아 왔다. 속옷 위에서만 장난치는 것 이상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도리질치려는 조위의 뒷목이 붙들리며 정말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상대방이 하도 주물러대서 빨갛게 익은 엉덩이를 한번 더 꾸욱 움켜쥐었다. 조위가 벌벌 떠는 것이 재미있는지 기묘한 웃음소리를 흘린 상대가, 손을 좀 더 아래로 내렸다.
마구 문질러서 살짝 열감을 가지고 부어오른 구멍 위를 손가락 두 개가 더듬기 시작했다. 이미 젖은 곳이 침입하는 손끝을 따라 천천히 벌어졌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바로 귀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선명했다.
“흐, 윽!”
퍼득 튀어오른 조위가 그제야 저항 비슷한 것을 떠올렸다. 달리던 전철의 속력이 줄어들더니 역에서 멈췄다. 마침 이쪽의 문이 열렸다.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흐트러진 바지춤을 움켜쥔 조위가 구르다시피 차량 밖으로 튀어나갔다. 뒤를 돌아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였다.
허겁지겁 인파에 휩쓸려 움직이다 보니 뒤늦게 정신이 조금 들었다. 이곳은 내려야 할 역이 아니고, 수업을 시작할 시간은 이미 지났고, 돌아가려 해도 기운이 나지 않았다.
비틀거리던 조위가 역사의 의자에 앉았다. 몸을 공처럼 둥글게 웅크린 채로 남들의 시선을 피하려 했다.
누가 자신을 본다면 조금 전까지 뭘 했는지 다 알아차릴 것만 같았다. 지나가는 사람들 중 또 누가 알파이고 또 누가 자신에게 허튼 짓을 할지 무섭기까지 했다.
…이게 다 덕화 형 때문이다. 오늘따라 아침에 챙겨주지 않아서, 페로몬을 덮어주지 않아서, 함께 지하철을 타 주지 않아서….
“조위야?”
“…….”
“조위야, 고개 들어 봐.”
되지도 않는 원망을 퍼붓던 와중이라 환청이 들린 줄로만 알았는데, 환상이 어깨에 닿는 순간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다독이는 손길을 따라 정신이 조금씩 돌아왔다.
“형…?”
조금 고개를 든 조위가 덕화를 불렀다. 흐릿하던 초점이 잡히나 싶더니, 눈앞의 상대가 덕화임을 인식한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형, 형, 나….”
서러운 일, 힘든 일이 있으면 곧장 털어놓곤 하던 버릇대로 입을 열었던 조위가 멈칫 했다. 다음 말을 꺼내려니 목구멍에 뭐가 턱 걸린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응, 형 여기 있어. 괜찮아.”
덕화가 무작정 안겨오는 조위를 다독였다. 덕화의 품으로 아예 숨을 것처럼 머리를 박고 부들부들 떠는 게, 몹시 가엾으면서 꼭 그만큼 꼴렸다.
순진하기만 한 조위는 말로 하지 않아도 덕화가 다 안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모양이었다. 부들부들 떨기만 하다가 드디어 안심했는지 축 늘어진 조위는, 덕화가 어떻게 여기에 나타났는지도 생각하지 못하는 듯했다.
덕화가 조위의 등을 차분하게 쓸어내리며 괜찮아, 괜찮아, 몇 번이나 말해주었다.
다 괜찮을 것이다. 조위가 다른 알파를 겁내게 되면 더 괜찮을 것이고, 완전히 움츠러들어서 덕화 외의 세상을 모르게 되면 더더욱 괜찮을 것이다.
남모르게 슬쩍 웃은 덕화가, 그보다 더 은밀하게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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