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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리암 sincere앱에서 작성
ㅇㅇ
24-03-31 23:48
누구에게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노엘은 언제나 명확하고 명료한 사람이었으나 제 동생 리암에게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다섯살이나 차이가 나서일까? 혹은 저와 정반대로 이상하리만치 모든 일에 솔직한 리암 때문일까? 노엘은 담배를 태우며 답을 찾아보려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제 그는 침대에 누운 채로 천장을 보며 리암을 떠올려본다. 사실 노엘은 알고 있었다. 문제는 자신임을. 그는 두려웠다. 이미 모든 걸 가지고 있다는 걸 리암이 알았을 때, 자신은 얼마나 떨어질 수 있을까.
나는 얼마나 네 발밑에 조아려 사랑을 구걸해야할까.
-좆같은 새끼. 나는 너처럼 비겁하지않아. 적어도 그렇게 뒤로 숨진 않는다고!
-사랑해, 사랑해 노엘, 응? 제발...
-너도 날 사랑하면 좋을텐데
노엘은 지금까지 리암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놓친 적이 없었다. 그건 그들의 나이차이도 있었지만 리암의 솔직함에 기인하기도 했다. 움츠러들지언정 한 번도 제 감정에 거짓이 없었던 리암은 노엘에게 사랑을 퍼붓고 그 사랑을 돌려받길 원했다. 그 사랑을 돌려받지 못하면 허덕이며 그의 앞에 엎드렸다. 그 순간의 희열과 사랑스러움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주 약간의 표현으로 그를 통제하고 제게 매달리게 하는 건 아주 쉬웠다. 그래서 노엘은 리암을 사랑하면서도 솔직할 순 없었다. 그가 제 마음을 알면 떠날까봐, 이 모든 것들이 끝날까봐. 저만 바라보던 시선이 흥미를 잃고 죽어버릴까봐. 노엘은 자신의 위치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만할래
-뭘?
노엘이 멍청하게 반문했을 때, 리암의 푸른 눈은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제야 그는 뭔가 잘못됐다는걸 깨달았다. 그냥, 이거저거 전부 다. 노엘은 짜증과 화로 제 감정을 숨겼지만 진정할 수 없었다. 싫다는 리암을 몇 대 때린 뒤 억지로 취하자, 리암은 눈물을 흘렸다.
-싫어... 싫다고, 씨발!!
리암의 비명에도 싫다는 말에 더 반응한 심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정말로 싫어해야 하는 건 자기자신인데도 불구하고.
차라리 리암이 망가지길 바랐던 것도 같다.
노엘은 눈을 감았다. 리암은 일주일 동안 잠적해버렸고, 어제가 되어서야 돌아왔다. 그런데도 노엘은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다. 이제와서 필요없다며 돌아 올 비웃음이 두려웠다. 리암은 매번 이런 걸 딛고 부딪혀 왔는데도. 노엘은 침묵을 택한 자신이 한심했지만 끝내 말할 수 없었다.
깜빡 잠이 든 모양이었다. 노엘은 어둠 속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인영을 발견했다. 말 없이 응시하자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애, 날 사랑해?
노엘은 이 질문이 마지막이라는 걸 안다. 그렇지만 입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사랑을 너무 오래 간직해서인지도 몰랐다. 뻐끔대는 입술 사이로 공기빠지는 소리만이 작게 울렸다. 리암은 커다란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 가지마
리암은 멈추지 않았다. 노엘이 붙잡은 손은 금세 털어버렸다. 결국 노엘은 리암의 발치에 엎드린다. 사랑해, 사랑해, 우리애, 사랑해. 자신이 상상하던대로 그는 리암의 사랑을 구걸한다. 리암은 그런 노엘을 뿌리친 뒤 대답없이 걸어가버렸다. 노엘은 채 소리내어 울지도 못하고 주먹을 말아쥐었다.
눈이 번쩍 뜨였다.
-우리애, 악몽이라도 꿨어?
리암이 축축하게 젖은 노엘의 뺨을 더듬었다. 노엘은 허겁지겁 리암을 안으며 그의 심장 박동을 찾았다.
솔직하지 못한 형은 꿈에서 하는 고백에도 해피엔딩이 없었다.
리암은 다소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노엘의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
괜찮을리가 없었다.
뉄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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