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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렛은 손으로 음식 받아주는거 잘어울리지 않냐앱에서 작성
ㅇㅇ
24-03-26 17:58
비위가 약하다던가 특정 음식에 가벼운 알러지 있다던가 해서 너붕이 피하는 식재료 몇가지 있는데 가렛 앞에선 그런거 티내기 싫어서 억지로 먹으려 하면....
부모 다 잃고 얼굴 몇번 본 적도 없는 삼촌인 가렛 집에 얹혀 사는 주제에 음식으로 말 꺼내기 눈치보이지 않겠음? 먹는다고 죽는 수준도 아니고 입술 좀 붓는 정도의 알러지라 그냥 대충 먹어 치우려고 하겠지. 근데 수저 밀어넣는 허니 잠깐 무표정하게 쳐다보다가 어느 순간 미간 살짝 꿈틀거리는 가렛일 것 같지 않냐.
뱉어.
다시 스푼 대려는 허니 앞 접시 치우면서 무뚝뚝하게 그렇게 말하는데 허니만 어리둥절해서 눈 커질듯. 그거 뱉으라고. 나직히 으르는 저음이 다소 강압적이라 놀란 허니 자기 턱 밑에 닿은 커다란 손바닥에 흘리듯 음식 뱉는데 더럽지도 않은지 표정변화 없이 그대로 받아서 치울 것 같다.. 허니 너무 당황스럽고 머쓱해서 가렛이 싱크대에서 손이랑 접시 정리하는 내내 넓은 등 뒤에 어깨 움츠린 채 서있겠지. 길게만 느껴지던 물소리가 뚝 끊기고 뒤돌아선 가렛 앞에서 고개 푹 숙이고 죄송해요....그럴 것 같다.
뭐가 미안한데.
정수리 한참 위에서 낮은 목소리가 내려앉는데 허니 또 어깨 움찔하겠지. 물기 묻은 차가운 손이 턱을 잡아 올리는 동안 괜히 정신 아찔해지는 허니일 거임. 굵고 투박한 손끝으로 퉁퉁 부어오른 입술 느릿하게 더듬으면서 인상 찌푸리겠지. 허니는 시선도 못 올리고 가렛 숨소리 따라 부풀었다 가라앉는 두툼한 가슴팍만 쳐다볼듯. 팽팽한 셔츠 사이 언틋 보이는 살색 때문에 문득 귓가 확 달아오르는데 손가락이 떨어질 거임. 약 먹어야겠네.
자켓 걸치고 나서는 삼촌 뒤에 붙어서 같이 약국 가는데 둘 다 아무 말 없이 조용하겠지. 가렛은 그냥 말이 없고 허니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약 사자마자 가렛이 턱 까닥해서 한알 바로 먹고 다시 거리 나서겠지. 허니 자기보다 몇배는 더 크고 긴 가렛 그림자 밟으면서 지금이라도 고맙다 해야 하나, 고민할 거야. 그렇게 집까지 걸어가는데 가렛이 한참만에 입을 열겠지. 다신 그러지 말라는 훈계도 아니고, 이제 괜찮냐는 걱정도 아니고. 붓기가 가라앉은 입술을 청회색 눈으로 느긋히 훑으면서.
Kid, 아이스크림 사줄까.
가렛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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