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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비는 머뭇거리며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앱에서 작성
ㅇㅇ
24-04-01 01:18
https://hygall.com/589033300
1.
그의 동행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였다. 우연히 표가 생겼다며 발레 공연을 보러 가자고 했다. 우연히, 라고. 사람을 바보로 봐도 정도껏 해야 하는 거 아닌지…. 하지만 흔치 않은 기회라 허니는 그 속보이는 제안을 수락했다.
결과는, 예상했던대로. 유서 깊은 오페라하우스에서 개최되는 왕립발레단의 정기 공연이라 홀은 정중한 기대로 가득했다. 맞지 않는 자리에 들어앉은 퍼즐처럼 영 껄끄러운 허니 비만 빼고, 이 밤의 관객들은 모두 완벽하게 제 자리에 어울려 보였다. 다들 좋은 옷을 차려 입고 친구들 혹은 연인과 함께 주말 밤의 공연장을 찾았다. 포멀한 드레스가 없어서 옷장에서 겨우 그나마 점잖은 옷을 찾아 입었던 허니는 옆자리의 미니멀한 드레스를 차려입은 일행에 그만 주눅이 들었다.
“와아…….”
허니는 통로에 전시되어 있던 의상을 한참동안이나 구경했다. 공연장은 발코니의 난간부터 극장 내부의 원형 천장까지 아무튼 구석구석이 오래된 역사를 뽐냈는데, 화려하기로는 의상만한 게 없었다.
“엄청 작다.”
“…그러게.“
저런 걸 입는 사람한테 어떻게 그렇게 펄쩍 뛸 근육이 있을까? 중얼거리는 말에 해리는 대수롭잖게 대꾸했다. 글쎄, 너도 입을 수 있겠는데.
뭐라고? 허니가 채 어이 없어하기도 전에 입장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붉은 휘장으로 감싸인 극장 내부를 구경하면서 허니는 마음을 먹었다. 좀 촌스럽지만, 나중을 위해 사진 몇 장은 남겨놓아야 할 것 같아. 박스석의 난간에 기대다시피 해서 카메라 버튼을 누르는 허니를 보며 해리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나가자.“
불연듯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허니는 재빠르게 핸드폰을 클러치에 넣었다. 생각보다 거리가 가까운지 뒤에 선 남자의 존재감이 확연했다. 해리는 허니의 등에 살짝 손을 올려 부드럽게 바깥으로 이끌어 나갔다.
한 잔 할래? 허니의 주문을 받아든 해리는 곧 라운지 바에서 두 잔을 받아 오더니, 익숙하게 강변이 잘 보이는 테라스의 구석진 한켠으로 허니를 데려갔다.
“이런 데는 자주 오는 편이야?”
“아… 가끔.”
해리는 얼음이 든 위스키 잔을 두어 번 돌리다가 한모금 마셨다. 허니는 손에 들린 샴페인잔의 산호빛 술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주문을 놓고 고심하는 허니에게 해리가 추천해 준 로제 와인이었다. 와인의 맛은, 훌륭한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딱 적당하게 시원한 밤공기와 우아하게 꾸며진 난간에 기대어 밤의 도시를 구경하는 것은 꽤 만족스러운 데가 있었다. 사람들이 제법 큰돈을 내고 이런 곳에 오는 게 이해가 갈 정도였다.
”어때?“
”딱딱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볍네.“
“…아, 공연 얘기구나.”
공연 얘기를 기대한 게 아니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되는 거람? 허니는 뾰족하게 받아치려다 그냥 입만 뻥긋거리고 말았다. 됐다, 여기서 날카롭게 말하는 게 오히려 어색하고… 우연히 표가 생겼다곤 했지만 분명 고심해서 자신을 데려왔을 해리에게 지나치게 날카롭게 굴고 싶진 않았다. 그냥, 그는 이런 곳이 매우 익숙해 보이는 것에 비해서 자신은 너무나 어색하니까. 그 점이 짜증이 나는 것일 뿐.
오늘 보는 건 비교적 현대에 만들어진 극이라 내용이 더 가볍지. -아, 그래? 느릿느릿한 해리의 말에 허니는 적당히 응수했다. 선선한 바람 사이로 또다시 입장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 왔다. 자기 몫의 위스키를 들이킨 해리는 다시 잔을 눈앞에 두고 고민하는 허니의 손에서 남은 술을 넘겨 받아 털어넣었다. 자리로 돌아가던 허니는 복도 한켠에서 자그맣게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는 코너를 보았다.
아, 아이스크림 먹고싶다.
공연장이 어두워지고 벨벳 휘장이 다시 갈라질 즈음에 허니는 머릿속에 빙빙 떠돌아다니는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기가 힘들어졌다.
“… 파르페 먹고 싶어.”
그래서 소곤소곤, 옆사람한테 겨우 들릴만한 목소리로 그는 중얼거렸다.
그래? 그럼 끝나고 먹자. 해리 역시 조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2.
해리는 한적한 곳에 차를 대고 곧 그를 향해 걸어올 한 사람을 기다렸다.
허니는 그에게 회사에서 적당히 떨어진 골목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었다. 근처에는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나. 하지만 고 자그마한 머리통에 무슨 생각이 있는지는 훤하다. 보나마나 사람들 눈에 띄고 싶지 않다는 의미일 테고. 직장 내에서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아직 그에게 확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해리는 차문에 기대어 많이 자란 머리를 쓸어넘겼다.
허니 비가 생각 못한 점이 하나 있다면, 해리 스타일스는 도무지 눈에 띄지 않는 것에는 소질이 없다는 점일 터다. 다부진 입매에 비해 소년미가 남아있는 녹색 눈을 한 그는 늘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새카만 셔츠와 바지에 치렁치렁한 반지, 타투가 손등까지 비어져 나온 차림새 또한 먼발치에서 지나가는 사람도 그를 한번 홀깃 훔쳐보기에 충분했다. 장담컨대 허니의 회사 사람 중 적어도 한두 명은 해리를 봤을 것이고 허니 비가 그와 함께 가더라는 얘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허니가 숨기기를 원한다면, 뭐… 해리는 피식 웃었다. 맞춰주지 못할 건 없다.
“해리!”
해리는 짐을 한가득 들고 종종걸음을 치는 허니에게 성큼 다가가 박스를 안아들었다. 차에 있지, 많이 기다렸어? 걱정스레 묻는 허니에 해리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짐이 많다고 해서, 밖에 있었어. 뒷좌석에 짐을 싣은 그는 운전석에 타 시동을 걸었다.
3.
나즈막한 조명이 내려앉은 레스토랑에는 기분 좋을 만큼의 소음만이 가득했다. 이따금 잔이 부딪히는 소리, 식기와 접시가 달그락거리는 소리 그리고 낮은 웃음들. 건너편의 해리 스타일스 또한 낮은 웃음소리의 주인 중 하나였다.
허니는 건너편의 상대가 알아채지 못하게 가벼운 숨을 들이마셨다 내뱉었다. 지난번 공연의 보답을 하겠다며 해리를 졸라 이곳에 데려왔다. 굳이 이럴 필요는 없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지난번 이후로 묘하게 마음이 불편했던 탓이었다.
해리가 허니에게 비치는 모든 것들이 가리키는 한 가지는 하나도 알았다. ㅡ호감. 그에게 베푸는 것들 하나하나에 갚아 나가려고 하는 것이 남자의 호감을 받아들이는 여자의 세련된 태도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았다.
하지만 해리의 호의는 이유를 알 수 없어 마음이 편치 않다. 허니는 이런 남자가 자신에게 반했다고 착각할 만큼 순진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성급하게 가까워지지 않는 점이 의뭉스럽다. 그는 마치 뱀 같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 또아리를 튼 채 사냥감이 제발로 걸어오기를 기다리는 사냥꾼 같다.
…대체 자신의 어느 점이 사냥할 만한가 싶지만.
애석하게도 허니 그 자신이 이런 레스토랑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는 또 해리의 도움을 받고 있는 참이었다. 와인을 골라 주던 해리는 메뉴판에 열중한 동그란 얼굴을 흘깃 바라보았다. 은원이 확실한 허니 비 답게- 아니, 은혜 갚는 토끼라고 해야 하나? 자기 기준 과한 선물을 받았다 싶었는지 토끼는 자신이 저녁을 사겠다며 극구 우겼다. 본인이 그렇게 말하는데 거절하기도 마땅치 않아 따라왔지만 역시 얻어먹기가 영… 토끼가 지갑이 튼튼해 봤자 얼마나 있다고. 해리에겐 거뜬하지만 허니에게는 꽤 부담스러운 저녁이 될 텐데.
와인을 마신 볼이 불콰하게 달아올랐다. 술이 약한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 틈을 타서 몰래 계산해 놓을까 싶었지만, 이것도 영 비겁한 짓인 것 같아 해리는 그마저도 접어 두었다.
이건 그러니까 확실한 선긋기인데. 자신이 보내는 연락엔 다 응하면서도 이렇게 선을 그을 때가 있으니 확실히 뭐하는 건가 싶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서 밀당 같지는 않고 그냥 진짜…
뭐하는건가 싶지.
다른 남자들한테도 이런 식이었으려나. …설마, 그럼 너무 심각한데. 하지만 그에게는 행운일 허니 비의 연애적 무감각에 건배를 올리며 해리는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둘은 좁은 보도블럭을 어깨를 붙이고 걸었다.
실은, 허니가 하도 찻길로 밀어대서 해리가 그에게 바짝 붙어 있는 것이지만. 그래도 허니는 용케 아이스크림 콘을 떨어뜨리지 않고 잘 붙잡고 먹고 있었다.
이 아이스크림을 왜 사게 됐냐면, 글쎄… 허니가 또 파르페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디너 타임이 끝난 시각에 파르페 가게가 문을 열고 있을 리 만무. 임시방편으로 초코 아이스크림을 사며 해리는 확신했다.
긴가민가했지만, 이제는 확실하다. 허니 비는 취하면 파르페를 찾는다.
왜일까? 답을 알 리 없는 의문을 생각하며 해리는 코를 훌쩍거리는 허니 위에 자신의 재킷을 걸쳐 주었다. 조심스럽게 팔을 안고 힘없이 걷는 몸을 자신에게 붙였다. 작고 따뜻한 몸이다. …믿을 수 없게 대책이 없기도 하고. 동행자가 자신을 해할 리 없다고 생각하는, 못 말리도록 순진한 머리통이 가슴팍에 닿았다. 그동안의 소개팅을 다 망쳐서 다행이다. 덕분에 이런 순진한 여자를 누군가가 낚아채기 전에 자신에게 순번이 왔으니.
시간 문제로 일단 여기서 끊음
왜케 오래걸리냐 이거?;;;
해숙이가 허니를 무시하는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 맞음
허니를 다 존중하지만 허니가 연애경험만큼은 0이라는 걸 너무 잘 아는 해숙쿤
해숙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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