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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꾸 사형제 헨리가 동생들에게서 가출한 사연앱에서 작성
ㅇㅇ
24-03-31 21:05
이렇게 얼굴을 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지. 우산도 없이 비를 쫄딱 맞으며 걸어가는 헨리를 본 순간, 콜린은 너무 놀랐어. 서로를 끔찍하게 아껴주는 동생들은 다 어디두고 늦은 시간 저러는 건지...
콜린은 고민했어. 마음 같아선 당장이하도 헨리를 쫓아가고 싶었지만 잠복중이라 상황이 여의치 않았지.
또다시 일과 헨리를 저울질 하는 상황에 놓여 머리도 속도 복잡했어. 그때였어. 눈으로 쫓던 헨리의 뒷모습이 크게 휘청 거린 게. 그와 동시에 콜린은 저도 모르게 몸이 먼저 움직였지.
저를 부축하는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곤 헨리는 깜짝 놀랐어. 주위를 살피고 콜린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억센 콜린의 손아귀를 벗어나기란 힘든 일이었지. 헨리를 부축해 일으키며 콜린은 과거의 자신을 비웃었어. 그때도 이렇게 달려올 수만 있었다면 이 사람을 잃지 않을 수 있었을 틴데... 부질없는 후회를 애써 털어내고 콜린은 헨리를 데리고 제 차로 향했어. 뒷자석에 벗어둔 겉옷을 집어다 걸쳐주고 히터를 세게 틀었지.
히터로 공기가 따뜻하게 바뀌자, 하얗게 질렸던 헨리의 입술에 색이 조금 붉게 돌아왔어. 콜린은 제가 마시던 라떼라도 급하게 헨리의 손에 쥐어주었지. 조금 식어 미지근했지만 일단 마시면 속이 따뜻해질테니까.
"... 묻지 않을 거야?"
"물어봐줘? 당신이 원하면 얘기하고 아님 됐어."
"... 가출했어."
"당신이? 별난 일이네. 처제들이 가만뒀어?"
"내가 화났으니까... 걔들한테."
"그래? 처제들이 뭔가 많이 잘못한 모양이네."
"잘못이라기 보단 실수였어. 나도 거기 두는 게 아니었고."
이 와중에도 동생들을 감싸는 헨리의 말에 콜린은 속으로 웃었어. 자기는 이제 영락없는 아저씨인데 헨리는 외모도 그렇고 뭐하나 예전과 달라진게 없어 보였어.
"뭘 뒀는데?"
"잭슨 메인의 선글라스."
"...... 많이 속상했겠네."
"응... 그랬어."
헨리를 어린아이처럼 울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사촌형 잭슨메인. 차고에서 '그' 모습을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은, 당연하게도 그를 제일 사랑하고 따르던 헨리였어. 눈앞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덜덜 떨면서 몇 번이고 저를 찾아 전화를 걸었던 헨리와. 잠복을 이유로 간절히 걸려오던 전화를 무시하고 넘겨버렸던.... 그래서 기어이 헨리에게 이혼하자는 말을 듣게 만들었던....
잭슨 생각에 처분은 커녕 정리조차 못하고 그대로 두고 있을 그 집에서 헨리가 갖고 나온 몇 안 되는 물건이었을 테지.
"잠깐 전화를 받고 오려고 자릴 비웠어. 식탁에 올려두고 거실로 나와 얘기하는데... 막내랑 아담이 평소처럼 장난을 쳤고, 장난이 심해져 카일이 둘을 말리려 끼어 들었는데... 그 와중에 바닥에 떨어졌나봐."
"다들 내 눈치를 살피는데. 괜찮다고 말해줘야 하는데 그럴 수 없었어. 애들이 일부러 그런게 아니란 걸 아는데 화가나서 미칠 것만 같았어. 그래서 나왔어. 애들한테 화내기 싫어서."
"......"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없단 걸 알기에 콜린은 헨리의 손을 잡았어. 이런 걸로나마 그의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면 좋겠단 생각을 하면서.
헨리는 한참동안 손을 빼지 않은 채로 그렇게 있었어. 젖었던 옷이 어느정도 마르자 헨리는 콜린의 겉옷을 돌려주며 일어날 채비를 했지. 콜린은 글러브 박스에서 자기 선글라스를 꺼내 헨리이게 건넸어.
"일단 내거라도 써. 그리고 다음에... 잭슨 메인의 선글라스를 가지러 갈 때는 같이 가줄께. 물론 당신이 원한다면 말이야."
헨리는 뭐라 말을 하려는듯 했지만 이내 입을 다물었지. 그리고 콜린이 건네는 선글라스를 받아든 채 차에서 내렸어. 헨리로부터 전화가 올지 알 수 없지만, 부디 조금이나마 헨리의 마음이 달래졌기를. 못나 빠진 전남편이지만 그정도는 해줬기를 바라며 콜린은 의자를 뒤로 젖혔어.
오늘만큼은 이 빌어먹을 약쟁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감사한 마음이 들었지.
콜린은 제 셔츠 주머니 속 반지를 더듬으며 방금까지 봤던 헨리의 얼굴을 되뇌였어. 잊어버리지 않도록 몇번이고 다시 되뇌였지.
"아... 빌어먹을. 여전히 예쁘네."
+) 헨리가 동생들에게 진심으로 화나는 일은 몇 없겠지. 그런데 그런 일이 생겨버리고, 사랑하는 동생들에게 화내고 싶지 않아서. 또 그렇게 원인을 제공한 자신이 미워서 헨리는 가출할 거 같음.
그리고 정말 우연찮게 콜린을 만나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는 거 보고싶다. 헨리가 속내를 얘기하는 사람은 단 둘인데, 하나는 콜린이고 다른 하나는 잭슨이었겠지...
콜린은 이혼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못했지만, 앞선 경험 때문에 이번에는 헨리를 먼저 생각할 수 있었음. 그렇게 헨리의 얘길 들어주고 위로 해주는 콜린 보고싶다.
뿌꾸 사형제, 헨리텀, 콜린헨리, 약 잭슨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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