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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랫바비 상관이었던 바비와 바비 싫어하던 브랫 선임신후로맨스2-13앱에서 작성
ㅇㅇ
24-03-2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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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오ㅈㅇ
2-13
차키를 내려놓은 브랫은 곧장 바비에게 다가왔다. 바비는 자신을 자연스레 끌어안는 브랫의 허리에 무의식적으로 답싹 손을 두르고 나서야 뒤늦게 당황했다. 아침에 끌어안고 쪽쪽댈 때야 비몽사몽이라 그런가보다 했는데, 맨정신에, 그것도 정신이 곤두서있는 상황에서 보니 문득 이래도 되는 건가 싶었던 것이었다.
이건 꼭…연애를 해본적은 없었지만, 코너가 보던 영화나 드라마 속 연인들의 모습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쁜 숨 때문에 가뜩이나 상기되어있던 얼굴로 걷잡을 수 없이 열이 올랐다. 그러면서도 브랫에게서 곧장 떨어지지 않은 건, 하루종일 걱정과 불안, 두려움에 옥죄여있던 가슴이 브랫의 페로몬을 맡자마자 사르르 풀어져 버린 때문이었다. 아, 나 진짜 큰일이다. 바비는 브랫의 어깨에 잠시 이마를 기댄 채 가만가만 숨을 몰아쉬었다.
“이건 또 어디서 찾았습니까?“
그러나 마냥 말랑한 생각에 잠겨있을 때가 아니었다. 브랫이 후드티의 모자부분을 만지작 거리자 바비는 도둑질하다 들킨 고양이처럼 화들짝 놀라 브랫의 품에서 떨어져 나왔다.
"어? 어어. 옷장에서.“
”오늘 날도 따뜻했는데 안 더워요?“
“오히려 추, 춥던데? 집에만 있어서 그런지 나는 조, 좀 쌀쌀하더라고.“
고개를 갸웃한 브랫이 바비의 얼굴 곳곳을 유심히 살폈다.
“땀이 이렇게 났는데 덥다고요?”
“어어? 아, 이거. 아니 너무 추워가지고, 운동 좀 했거든. 그냥 가볍게, 마당에서, 응.”
바비는 뻣뻣한 태도로 허공에다 푸시업을 하는 시늉을 해보였다. 그러나 브랫의 표정엔 도리어 의아함이 번져가는 듯 했다. 하기사, 평소 닦달해야지나 겨우 몸 움직이는 시늉을 하는 인간이 자발적으로 운동을 했다고 하니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을 터였다. 당황한 바비는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겠다 싶어 괜시리 브랫에게 알랑거렸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출근하니까 어땠어? 힘들었지? 옷 걸어줄까?”
“아뇨, 제가…”
“내가 해줄게.”
바비는 괜찮다는 브랫의 외투를 어거지로 뺏다시피 벗기고는 냉큼 침실로 향했다. 혹시나 뭔가 흔적이 남은 게 있나 확인할 겸, 지금 자신이 어떤 꼴인지도 좀 점검할 겸이었다. 옷을 걸며 휘휘 둘러본 침실에는 별 특별할 것이 없었으나, 슬쩍 본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한참 바깥 바람을 맞아 평소보다 붕붕 뜬 머리, 발그레한 얼굴, 불안감 가득해보이는 표정까지. 누가 봐도 무슨 일 있다고 온 몸으로 외치는 듯한 모습이었다.
바비는 아직도 쿵쿵 빠르게 뛰고 있는 가슴께에 손을 얹고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일단 진정하자. 당황할수록 더 이상해보이니까, 좀, 차분하게…그러나 진정도 잠시, 바깥에서 그릇끼리 잘게 부딪히는 소리가 난 순간 그는 펄쩍 뛰다시피 침실을 뛰쳐나갈 수밖에 없었다.
“브, 브랫, 뭐해?”
”…? 설거지 좀 하려고요.“
어느새 소매를 걷고 싱크대 앞에 선 브랫이 바비를 돌아보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바비는 싱크대 바로 옆에 놓인 음식물 처리통을 잠시 쳐다보았다. 저 안엔 바비가 오늘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는 증거가 들어 있었다. 브랫이 그 사실을 알았다간 저를 무슨 어린애 교육하듯 자리에 앉혀놓고 추궁을 할 게 분명했다. 그동안의 브랫과 자신 간 말싸움 승률을 고려해 봤을 땐, 한 시간도 안 되어 숨기려 했던 것들을 술술 불게 될 터였고.
바비는 자꾸만 급발진하려는 자신을 제어하려 애쓰며 간신히 상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냐, 브랫. 내가 먹은 건데, 내가 할게.“
”아닙니다. 어차피 벌써 손도 담갔는데 제가 하죠.“
”아니라니까, 하하. 일하다 왔는데 힘들게 무슨 집안일을 해. 그냥 내가 할테니까 얼른 가서 옷 갈아입고 씻어, 어?“
”괜찮다니까요.“
내가 안 괜찮다고…바비는 짜증이 불쑥 튀어나오려는 걸 꾹 참고 실랑이한 끝에 브랫을 밀어낼 수 있었다. 아니, 실은 끙끙대며 요지부동인 어깨를 밀어대는 꼴이 애잔해서인지 브랫이 물러나준 것에 가까웠지만, 중요한 건 다시 그가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위치에 섰다는 점이었다. 브랫이 씻으러 들어가면 얼른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힐 계획이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브랫은 자리를 뜨기는 커녕 도리어 바비의 등 뒤에 서서 그의 어깨에 턱을 괴어왔다. 심장이 철렁 떨어지는 듯했다.
"뭐, 뭐야, 안 가구."
"꼼꼼하게 잘 하나 보려고요."
"내가 언제 이상하게 한 적 있어? 별…”
"저번에 보니까 안 지워진 얼룩이 있던데요. 당신 가끔 어설프게 한단 말입니다."
"어설ㅍ…거짓말 하지마. 내가 설거지 경력만 수십년인데!"
저도 모르게 발끈하자 브랫이 웃음을 터뜨렸다. 등 뒤로 느껴지는 진동에 바비는 자꾸만 귀가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젠장, 얼굴이 식을 새가 없었다. 바비는 전전긍긍하는 동시에 소매를 겉어붙였다. 말없이 할 일을 시작하면 심심해서라도 자리를 뜨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바로 그 때였다. 브랫이 갑자기 손을 뻗어 바비의 왼쪽 손목을 감쌌다. 바비는 브랫의 손을 시선으러 따라갔다가 헉, 숨을 들이키며 눈을 질끈 감았다. 맞다, 시계. 바비 프로스트, 이 등신아…
"이건 또 왜 꺼내 찼어요?"
브랫이 시계알 부분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짧은 순간 머리를 굴려봤지만 너무 당황해서인지 좀처럼 그럴듯한 대답이 생각나질 않았다. 결국 입밖으로 나온 건 터무니없는 헛소리였다.
"그, 그으냥, 예쁘길래."
"이런 디자인을 좋아해요?"
디자인은 무슨, 그냥 진열대에서 가장 바깥쪽에 놓인 걸 꺼낸 것 뿐이었다. 바비의 침묵을 뭘로 알아들었는지 브랫이 피식 웃었다.
"귀신같이 제일 비싼 걸 골랐네요. "
"…내가 원래 좀…안목이…"
"가질래요?"
"어어?"
"졸업 때 아버지가 사주신 건데 난 잘 안 차거든요."
바비는 경악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미쳤나봐. 졸업선물인데 주기는 뭘 줘!"
"전 안 쓴다니까요. 난 어차피 전자시계만 써요."
"그, 그래도. 잠깐 차본 거니까 얼른, 얼른 가져가."
바비는 오른손의 물기를 바지춤에 서둘러 닦은 후 시계를 풀려고 했으나 미세하게 남은 물기 때문인지 자꾸만 손이 미끄러졌다. 잠자코 보고있던 브랫은, 바비가 아니 이거 왜 안돼, 하며 짜증을 내기 시작하자 달래듯 바비의 손목을 부드럽게 감싸왔다.
"차고 다니려면 줄여야겠네요."
그리곤 바비의 손목에 헐렁하게 걸려있는 시계를 천천히 풀어내었다. 브랫의 손 끝이 바비의 손목 안 쪽을 스쳤다. 살갗이 예민한 곳이라서인지 유난히 간지러워 몸이 자꾸만 움츠러 들었다.
"생각 바뀌면 말하십쇼."
브랫은 바비의 이마에 톡, 장난스러운 딱밤을 날리곤 돌아섰다. 브랫이 시계를 가져다두러 침실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바비는 자신이 숨을 꾹 멈추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후,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저녁시간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흘러갔다. 바비가 생각한 가장 큰 난관은 뭐니뭐니해도 식사시간이었다. 파병 경험 때문인지 브랫은 타인의 식사량을 확인하는 습관이 있었고, 바비가 식사를 거르거나 소량으로만 떼우는 것에 다소 예민하게 반응하곤 했다. 티를 내지 않으려면 평소와 다름없이 저녁을 준비하고 함께 식사를 해야 하지만, 음식을 떠올리기만 해도 속이 거북해서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한참 쭈뼛대던 바비는 결국 점심을 너무 늦게 먹어서 아직 배가 부르다는 횡설수설한 거짓말을 늘어놓고 브랫의 눈치를 살폈다. 놀라운 점은, 또 다행스러운 점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잔소리를 할 줄 알았던 브랫은 의외로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곤 혼자 간단히 저녁을 차려 먹었다는 것이었다.
저녁 식사와 잠깐의 집안일 후 바비는 소파에서 브랫의 팔에 안긴 채로 짧은 영화를 한 편 보았고, 그의 손에 이끌려 늦지 않은 시간에 함께 침대에 누웠다. 머리 맡 조명이 꺼진 후 바비는 깜깜한 침실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희미하던 어젯밤 대화가 기억 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럼 나 여기서 자…?]
[네.]
[언제까지…?]
[글쎄, 계속.]
바비는 그 말이 꿈도, 거짓말도 아니었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과, 자신이 정확히 뭘 숨기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들키지 않았다는 안도, 엄습하는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며 눈을 깜빡거렸다.
머릿속이 까맣게 엉켜 있었다. 추궁을 하거나 대화를 시도하지 않는 걸로 봐선 별 의심없이 지나간 게 맞는 것 같은데…자꾸만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무언가를 놓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바비는 어둠에 적응한 눈으로 옆에 누운 브랫을 바라보았다. 잠들었는지 브랫은 고른 숨을 내쉬고 있었다. 어젠 그렇게 물고 빨고 하더니, 아이스맨이라도 오랜만의 출근이 영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어둠 속 단단하고 단정한 실루엣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두려움같기도 하고, 참담함같기도 한 감정들이 가슴 속에서 수런거렸다. 작은방 침대 밑에 둔 물건들이 떠올랐다. 내일 아침 브랫이 출근하고 나면…모든 게 명확해질 터였다. 지금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그는 불쑥 솟은 눈물을 몰래 조용히 닦아내었다.
바비는 한시간 여를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다. 아닐 거야, 아니어야 해. 위로도 암시도 되지 못할 말들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리고 바비가 고른 숨을 내쉬기 시작한지 몇 분이 지난 후, 브랫은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을 떴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킨 그는 잠시 바비를 내려다보았다.
바비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쯤은 집에 돌아와 그를 끌어안은 순간부터 알아차렸다. 바깥 바람 냄새를 잔뜩 품은 채 횡설수설 허둥대던 바비의 모습은 친구인 스티븐이 오래 전 보여줬던 영상 하나를 떠올리게 했다. 본가에서 키우는 애완견이 집 소파며 신발을 죄다 물어뜯어놓고는 모른척하고 있는 모습을 찍은 영상이었다. 아닌 체 하면서도 초조한 표정으로 눈동자를 바삐 굴리던 그 강아지의 모습과 바비의 모습이 겹쳐진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숨기고 있는 게 뭔진 몰라도, 바비가 필사적으로 숨기려 한다는 점에서 자신이 반드시 알아야 할 무언가라는 직감이 왔다. 브랫은 몸을 완전히 일으켜 조용히 침실을 나섰다.
30분 뒤, 브랫은 작은방 침대 밑에서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임신테스트기 다섯 개를 발견했다.
#브랫바비 #슼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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