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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헌태섭 네임버스au 오키나와에서 오나더앱에서 작성
ㅇㅇ
23-11-21 23:42
인터하이가 끝나고 번호를 내민 건 이명헌 쪽이었음.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이러냐는 듯이 한쪽 눈썹을 삐딱하게 치켜올린 송태섭에게 이명헌은 이렇게 말했었음.
봤어.
그 뒤에 올 말은 생략되어 있었지만 송태섭은 그 말을 알아들은 듯 했음. 적당히 그을린 얼굴이 창백해졌으니까.
그래. 다른 사람들은 다 보지 못했지만 오직 이명헌만이 볼 수 있었음. 인텐셔널 파울 때, 허리를 잡혀 넘어지며 송태섭의 유니폼 상의가 말려 올라갔었지. 그때 허리춤에 보였던 이름. 맨살에 선명하게 적혀있던 이명헌.
송태섭은 결국 이명헌이 내미는 번호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음. 마지막으로 태섭은 항복하듯 물었었음.
왜 내게 번호를 주는 건데요? 당신 노네임이잖아.
조금은 기대도 섞인 것 같은 건 자신의 착각만은 아닐 거였음. 착각을 깨지 않는 편이 나을까? 명헌은 조금 모호하게 대답하기로 했음.
방해될 건 가까이에 두고 봐야 성미에 맞아서뿅.
그 말을 들은 송태섭이 어떤 표정이었더라.
"초등학생?"
"중학생인데뿅."
"........."
"어, 아는 사이야?"
"엄청 가까운 사이뿅."
"........."
"그러기에는 얘 표정이 안 좋은데... 너 괜찮냐?"
"태, ...몸이 안 좋은 거면 들어가서 쉬어도 돼뿅."
"........."
"그러지 말고 같이 농구하자. 아까도 드리블하고 있었지? 혼자 하면 재미없잖아."
탕, 소년이 농구공을 경쾌하게 튕기고 태섭에게 패스한 것을 명헌이 중간에 가로챘음. 소년이 의아하다는 듯이 눈썹을 올리거나 말거나 명헌은 그대로 림을 향해 공을 던졌음. 텅- 림을 맞고 나온 공을 태섭이 잡았음. 소년이 패스해보라는 듯 웃으며 자세를 낮췄고 명헌도 태섭을 간절히 보며 허리를 구부렸음.
태섭은 그런 둘을 보다가 이내 몸을 돌려 농구장을 떠났음. 명헌의 가슴이 철렁했음. 역시 너무 티가 났던 걸까. 명헌은 집으로 가는 태섭을 향해 뛰어갔음. 태섭의 손목을 잡고 명헌은 헐떡이는 숨을 고르지도 못한 채 어설프게 사과를 뱉었음.
"태섭...! 태섭,아. 방해해서 미안해용."
".........알면 왜 그랬는데요."
툭, 퉁명스럽게 던진 말이었지만 명헌의 심장은 울렁거렸음. 명헌은 답지 않게 더듬거리며 변명했음.
"내가, 질투가 나서 그랬어용. 태섭이, 다른 사람이랑 농구하는 게 싫어서..."
"농구는 팀스포츠인데."
태섭의 말대로였음. 혼자서 연습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드리블뿐이겠지. 하지만. 지금의 만남이 이전의 태섭에게는 어떤 무게였는지 아니까. 그래서, 굳이 억지로라도 그 장면에 끼어들어 태섭이 가졌을 감회를 망쳤음. 태섭을 위한다면 해서는 안될 일이겠지만 너무. 너무, 질투가 나서.
"태섭이 내가 모르는 사람이랑 농구하는 게 싫어..."
그 기억이 다시 농구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해준 것도. 이 일로 저 사람과 너의 질긴 악연이 시작되었다는 것도. 저 사람은 송태섭을 떠올릴 때 농구선수나 셀럽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송태섭'을 생생하게 떠올릴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가 될 거라는 것도 다, 질투가 나서.
"싫어용......"
어린 몸이 격한 감정을 이기지 못하는 건지, 코맹맹이 소리로 훌쩍이던 명헌은 손에 와닿는 온기에 눈을 동그랗게 떴음. 삐딱한 눈썹을 한 태섭이 자신의 손을 잡은 것이었음. 하아.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이 들리고.
"알겠으니까 일단 집에 가요......"
여기는 방음이 안 좋아서 큰 소리가 나면 이웃들이 바로 뭐라고 한다고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팩 돌려버린 태섭이었지만 그래도 잡은 손을 놓진 않아서 명헌은 꼼지락거리며 태섭의 손을 마주 잡았음.
공 튀기는 소리라면 모를까, 아이가 훌쩍이는 소리 정도는 안 들릴 정도로 아파트 단지의 방음이 나쁘진 않다는 사실은, 모른 척하기로 했음.
"...설마 저 자식도 기억이 있나?"
농구코트에 혼자 남은 소년이 느릿하게 고개를 기울였음. 지나가던 친구들이 소년을 불렀음. 대만아! 안 놀 거야?! 소년은 웃으며 사래를 쳤음. 으응, 오늘은 농구 연습하려고. 친구들이 간 후 소년은 공을 튀겼음. 한 번, 두 번, 세 번. 공이 깔끔한 포물선을 그리며 골대 안으로 내려꽃혔음.
"진짜 염치없는 새끼네."
소년은 턱가를 긁었음. 자해라도 하듯 강하게. 마치 흉터를 남기고 싶어하는 것처럼.
약 대만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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