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호열
농최날 이후 정학먹고 박철이랑 안면 튼 이후에 종종 왕래했는데 졸업때쯤 백호 미국가고 군단애들도 가정으로 가거나 자기 갈길 찾았는데 아직 호열이만 밤 늦게까지 번화가 뒷골목 전전하는중임. 철이가 너는 언제 철들래. 그래도 내가 너를 왜드냐. 그러면서 농담이나 하는데 마냥 노는건 아니고 알바 세탕씩 뛰어가면서 열심히 살고있긴 하거든. 근데도 아직 백호군단이었을 때의 양호열을 생각하고 야쿠자 스카우트나 양아치들 시비가 계속 걸리는거. 걔들이 일하는 가게라고 안찾아갈까. 손님으로 마주쳐서 일부러 진상짓해가며 끌고나와 싸움이 벌어졌음. 뭐 알바 짤리는거야 당연하고 팔다리 멀쩡한 곳 없이 머리까지 대차게 찍히고 찢어짐.
일단 돈은 없으니까 병원은 못 가고. 예전 같았으면 백호네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할텐데 백호 미국갔잖아.. 대구용 이제 손 털고 바쁘게 살고.. 그럼 생각나는 사람이 박철 밖에 더 있겠어?
지난번에 알아낸 박철 집 찾아가서 문 두드리니까 조용해. 박처얼 부르니까 안에서 한숨쉬더니 뭐 내려놓고 문 열리는데 애새끼 오늘 양키졸업했냐고 물어보겠지. 꼬라지가 꼬라지가 아주..
나 머리 터졌다고 꼬매달라는 얼굴이 얼룩덜룩해서 매몰차게 꺼지라고 못 할듯.
안에서 보니까 더 엉망이라 일단 옷 아무거나 주면서 씻으라그러고 바늘부터 약이랑 준비해서 기다리고 있을듯. 수건이라도 물려주랴. 하고 물어보면 그런건 됐으니까 빨리 꼬매줘. 예쁘게. 하고 대답하더니 진짜 생살 꿰매는 동안 아무소리도 안내고 참을 것 같음. 눈 찡그리고 주먹이나 꽉 쥐고있는 모습에 아 얘도 주먹 깨나 쓰던 놈이지. 하지 않을까. 암튼 얼레벌레 상처 봉합하고나면 고맙다. 그럼 갈게! ㅇㅈㄹ해서 밥 먹고 자고가라고 할 것 같음.
집에 라면 정도밖에 없어서 대충 끓여줬는데 그제야 하루종일 굶은거 자각하고 배에서 꼬르륵댈듯. 후루룩 먹다보면 슬슬 욱씬거리면서 어지러울텐데 이게 졸린건지 의식이 혼미한건지 구분하기가 애매하지 않을까.. 밥 말아줬더니 숟가락 쥐고 눈이 가물거리는 애 들어서 침대에 옆으로 눕혀놓고 피범벅인 옷 빨아두지 않을까.
그리고 밤새 끙끙 앓는 놈 옆에 누워서 등이나 투덕이고 깨워서 약먹이고 할듯. 하루 꼬박 앓고나면 살 내려서 그제야 아픈 애처럼 보이겠다. 죽을 사다 먹일걸 그랬나 싶어서 뭐 좀 먹으라고 깨우면 목아파서 못 먹겠다고 고개 저을듯. 다시 눈 감는 애 앉혀놓고 밥에 물 넣어 대충 끓인 흰 미음 갖다주는데 앉아서 졸지 않을까. 아 하라고 볼 잡고 떠먹이면 씹지도 않고 니역니역 겨우 삼킬듯.
팔자에도 없는 간병인 노릇 한 삼일하니까 슬슬 기운차렸는데 애새끼 집에를 안가네. 꼴에 은혜갚는다고 밥해주고 집치우고 우렁각시 노릇하려 들길래 각시 안필요하다니까 반려우렁이라고 생각하라면서 안나갈듯ㅋㅋㅋ
결국 병간호로 시작해서 동거로 이어지는 철호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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