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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ㅌㅁㅇ 오빠의 가장 친한 친구가 내 첫사랑이야앱에서 작성
ㅇㅇ
24-03-30 03:07
오빠가 군인이 된다고 했을 때 왜 뜯어 말리지 않았을까. 부모님도 안 계신 텅 빈 집에서 오빠 옷 붙들고 울면서 생각했어. 이건 내 잘못이라고. 내가 존나게 이기적인 사람이라 나 때문에 발목 잡히지 말라는 핑계를 대면서 오빠를 말리지 않았으니까. 그냥 그때 착한 척 집어 치우고 오빠 손이나 잡았어야 하는 건데.
그런데 오빠가 떠난 자리에 오빠 친구가 들어와서 살기 시작했어. 이게 말이 돼? 요새 드라마도 이렇게는 안 만들잖아. 그 오빠는 자기가 내 첫사랑인 것도 모르고 나한테 잘해줘. 나를 동생이라고 부르면서 챙겨주고. 그때 걔가 널 챙겨주라고 했다면서 이것저것 해주고 그래. 나는 손 잡는 것도, 옆에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는 것도, 졸업식에 같이 가서 사진을 찍는 것도, 같은 차에서 음악을 들으며 드라이브를 하는 것도 전부 가족처럼 생각하지 않는데. 난 그가 좋은 건데.
어쩌면 사랑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
그런데 오빠가 너무 환하게 웃으면서 결혼할 사람을 데리고 왔어. 그날 그냥 짐을 싸서 무작정 나왔고. 전화기도 돈도 없는 상태로 계속해서 걸었어. 그 언니는 나랑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거든. 완벽한 가족과 예쁜 얼굴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과 곱게 다듬은 손톱. 나는 대충 자른 삐죽한 앞머리를 쥐어 뜯었어. 주제도 모르고 설렌 사람은 나잖아.
그런데 저기에서 달려오는 사람이 그 오빠처럼 보여. 내가 드디어 미친 건지 세상이 미친 건지. 아님 오빠가 미친 건지 모르겠다.
칼럼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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